
얼마 전 석진이와 한 판 싸우고 난 뒤, 그의 친구 현수에게 전화를 하는 게 아니었는 데..
나와 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친구여서 연락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속상함을 달래기 위해 현수와 만나 술 한잔을 하고 난 뒤에 기억은 푹신한 침대와 내 옆에 현수, 그리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현수와 나의 옷들 이었다.
그때에 기억 때문에 현수와 거리를 두었고, 석진이에 대한 죄책감은 나날이 늘어 갔다.
그래서 최대한 날 나쁘게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 2주년이라는 날을 골랐다. 그와 함께 행복해야하는 순간을 내가 망가트렸다는 생각을 해주길 원했기에 어쩔수 없었다.
그래서 언젠 간 말해주고 싶었다. 그때 내 진심이 아니었다고, 아직도 널 사랑하고 있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현수에게도 미안했기에 그와 헤어지고 난 뒤에 해오는 현수의 고백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현수와 같이 사계절을 여러번 보내면서 현수의 진심을 느꼈고 나도 그를 사랑하게됐다.
하지만 난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었을까? 여전히 석진이에게 미련이 남은 듯 보이는 내가 너무 한심했다. 그의 옆자리가 비어있었으면 했던 내 자신이 너무.. 그래.. 역겨웠다.
그의 말이 맞았다. 난 그를 사랑해선 안 되는 사람이다. 근데.. 그렇지만 그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 감정이 미안함인지 죄책감인지 사랑인지 구분하진 못하겠지만 어찌됐건 나는 그가 보고싶다.
"석진아.. 이러면 안되는 데.. 안되는거 아는 데.. 그게 잘 안돼.."
"널 사랑해도 될까.."
ᆞ
ᆞ
ᆞ
널 사랑해도 될까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