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님한테 배우는 첫 요리 수업…? 너무 떨린다...’
서연의 심장은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
"만들 준비 다 됐나요?"
"네!!"
"오늘은 그릇 안 깨먹을 자신 있나?"
“.....네!!! 오늘은 진짜 안 깨먹겠습니다!”
“ㅋㅋ 됐어요, 얼른 만들어보기나 해봐요.”
"넵...!!"
그렇게 감으로 만들어봤다던 새우 스프의 재현식이 시작되었다.
적막한 주방,
스테인리스 테이블엔 재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새우, 크림, 화이트 와인, 샬롯, 버터… 그리고 서연이 넣었던 파까지
서연은 앞치마 끈을 조여 매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진짜, 셰프님 앞에서 다시 만들게 될 줄은… 쫓겨날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용복은 팔짱을 끼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작해요. 계량 안 하고 감으로 만든다면서요?”
“네…!”
서연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탁탁탁 -
칼끝이 빠르게 도마 위를 두드렸다.
칼질이 익숙한 사람의 박자감은 아니었지만, 묘하게 그녀만의 리듬이 있었다.
쇽쇽쇽 -
손바닥만 한 냄비에 버터를 녹이고, 샬롯을 투명해질 때까지 볶았다.
새우 껍질을 넣고 바삭하게 굽자, 고소하고 진한 향이 주방에 퍼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용복의 표정이 천천히 변했다.
‘…뭐지? 초보가 일을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는데, 이런 감각이 있다니.. 믿기지 않는 군’
서연은 화이트 와인을 넣고 불을 확 올렸다.
휙 -
알코올 향이 날아가고, 달달한 새우 향이 더 진하게 올라왔다.
크림을 붓고, 마지막에 파를 살짝 다져 넣으면서 말했다.
“아빠가… 항상 파를 넣으셨거든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냥… 이 맛이 꽤 괜찮았어서 넣어본 거에요.”
"그래, 넣고 한 번 마무리 해 봐"
잠시 후, 스프가 따뜻한 그릇에 담겼다.
“한번… 드셔보세요...!”
용복은 아무 말 없이 숟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한 입을 입에 넣는 순간,
머릿속에서 새우 수천 마리가 날아다니는 듯한 충격이 번쩍들었다.
향이 올라오고, 부드러운 질감이 입안을 감싸는 동시에
어릴 적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
비 오는 밤.
열이 펄펄 나서 앓아누웠던 어린 용복은 부엌에서 들리던 어머니의 칼질 소리를 들었던 그 날을 떠올렸다.
그리고 따뜻하게 몸을 데워주던 새우 스프 한 숟갈,
‘용복아, 이거 먹으면 괜찮아질 거야.’
—
현실로 돌아온 용복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요리를... 배운 적 있다고 했나요? 특히 이 요리, 아버지한테만 배운 거에요?”
“아뇨… 그냥 해봤는데… 따로 아빠한테도 배운 건 아녜요.”
용복은 방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진서연 씨.”
“네…?”
“이제부터… 내 보조로 들어와요.”
“…………네?????????”
“주방 뒤에서 접시 닦고 허드렛일 하는 거 그만하고,
옆에서 배우면서 제대로 키워보자고요.”
서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제가요? 진짜요? 진짜로요? 진짜진짜??”
"ㅋㅋㅋ 내가 거짓말 하는 사람으로 보여요? 내일부터 제대로 시작할 거니까, 준비해요.”
서연의 표정은 두려움이 절반, 들뜸 절반이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진짜 잘 할게요!!”
“그래요. 그럼 오늘은 가봐요, 내일부터 혹독할 테니까ㅎ”
그날 주방은 오랜만에 부드러운 웃음기가 돌았다.
다음 날, 새벽 6시
서연의 휴대폰이 크게 울렸다.
쨍~~~~~쨍쨍쨍쨍쨍!!!!!!!
거의 폭발 직전의 볼륨으로 울렸다.
“으악 뭐야!!!! ㄴ....누구세요!!! 새벽인데!! 헤에...흐음”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목소리는
반쯤 미친 듯한 톤의 용복이었다.
“진서연 씨!!!!!! 지금 당장 가게로 와요!!!”
“…네?????? 뭐.. 뭐요???? 지금이요???”
“지금이요!!!!!! 빨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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