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요리가 가능한가요

Ep.2 새우 스프

“진서연 씨, 첫 출근은 어때요?”

용복은 여유로운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의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눈빛이 서연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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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직은 정신이 없어요.”

서연은 허둥지둥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된 손끝은 설거지통 위에서 어정쩡하게 떠 있었다.

“접시만 깨먹지 마요. 내 소중한 작품이니까.”

용복의 농담 같은 경고. 하지만 눈빛만큼은 진지했다.

서연은 머리가 복잡했다.
‘으악.. 개무섭다... 접시깨면 진짜 쫓겨날지도 몰라!’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곤 대답했다.
“네! 최선을 다해볼게요.”





***



주방은 분주했다.
접시 위에 소스를 뿌리는 용복의 손놀림은 마치 무용수처럼 우아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명확했고, 모든 직원들이 그의 리듬을 따라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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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양 줄여요. 과하면 느끼해져.”

“네, 셰프!”

“야채 색감 맞추고!”

“네!”

용복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지면, 서연의 심장도 덩달아 뛰었다.

그러나 서연에게 주어진 일은 달랐다.
산더미처럼 쌓인 접시들, 그리고 홀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재즈 음악.

‘정신 차려, 진서연. 이왕 시작한 거, 완벽하게 해보자.’

하지만 초보 설거지 알바생에게도 시련은 빠르게 찾아왔다.

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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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서연은 비누거품에 미끄러져 작은 그릇을 떨어뜨렸다.


찰나의 정적.
용복이 눈을 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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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뭐였죠?”

서연은 얼굴이 빨개져서 급히 몸을 숙였다.
“죄,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용복은 피식 웃더니, 다가와 그녀의 손을 가볍게 들어 보았다.
“손 괜찮아요?”

“네에… 조심할게요...!”
서연은 뺨이 달아올랐다. 그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그 순간, 레스토랑 문이 열렸다.

“셰프님! 오늘 VIP 손님 예약하셨대요. 7시에.”
서빙팀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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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복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오늘 메뉴 바꿀 거야. 신선한 해산물로 코스 다시 짜야겠어.”

그리고 고개를 돌려 서연을 똑바로 바라봤다.
“서연 씨, 오늘이 첫날이니까 더 정신 바짝 차려야 해요. VIP 손님은 실수 안 봐줘요ㅎ”

서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네엡!!”






***






그렇게 다시 분주해진 주방.
서연은 접시를 닦으며 용복의 손길을 흘끗흘끗 훔쳐봤다.

‘셰프님… 진짜 멋있다아... 나도 언젠간 저런 요리사 될 수 있을까...’


“아악!”
서연은 딴 생각을 하다가 손끝에서 그릇이 그만 또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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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안 돼!!!!!’
땅에 부서진 그릇 조각이, 주방 바닥을 따라 쏟아진다.
주변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서연 씨 괜찮..아요?"
동료들이 물었다.

용복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
“진서연 씨…”

그 짧은 이름 속에,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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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이번엔 진짜 다시는 안 할게요.”

“지금이 VIP 코스 준비 중인 시간이에요. 이런 실수는 용납 못 해요.”

서연은 머리를 깊이 숙였다.
“네…”




하지만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깨진 그릇 조각 하나가, 방금 완성된 새우 스프 그릇에 쏙 들어가 버린 걸 그녀는 알아차렸다.
숨이 턱 막혔다.

‘ㅇ...어떡하지? 말하면… 더 혼날 거야 흐앙 ㅠㅠ 어떡하냔말야...’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친 건 어릴 적 아빠가 해주던 새우 스프였다.

‘내가… 다시 만들면 되지 않을까?’

서연은 몰래 주방 구석으로 스며들어, 서투른 손으로 새우 스프를 다시 만들었다.
어릴 적 맛을 더듬어, 뭔가를 빠르게 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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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 원래 들어갔나? 아빠는 넣었는데…’







결국, VIP 테이블로 향한 서연의 스프.
서연의 가슴은 터질 듯 뛰었다.

‘부디… 눈치 못 채시길…ㅜㅜ 맛은 보장한다고 내가...ㅜㅜ’

그러나 용복은, 그릇이 내려간 뒤 살짝 찡그린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만든 스프의 모습과 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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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내가 만든 스프가 아니야.’

"손님,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VIP는 아무 말 없이 스프를 맛보았다.
그리고, 낮고 권위 있는 목소리가 흘렀다.

“됐고. 이 스프, 만든 사람 당장 내 앞으로 데려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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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어ㅓㅓ???"


철푸덕-

서연은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바깥 대화를 옅드는 걸 들켜버렸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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