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고. 이 스프, 만든 사람 당장 내 앞으로 데려와요.”
"ㅇ...어ㅓㅓ???"
철푸덕-
서연은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바깥 대화를 옅드는 걸 들켜버렸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끝났다…’
서연이 고꾸라지며 바닥에 손을 짚었다. 얼굴은 화끈하게 달아오르고, 머릿속은 하얘졌다.
'망했어… 진짜 망했어…'
VIP 손님의 시선이 조용히 그녀를 향한다.
용복은 사색이 된 얼굴로 서연에게 다가간다.
“죄송합니다. 제 직원이 아직 미숙해서…”
그 순간, VIP가 입을 열었다.
“이 스프…”
모두가 숨을 멈췄다.
서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이라도 도망가면... 배 타고 부산으로 튈 수 있을까…'
“꽤 괜찮군요.”
“……예?”
용복은 고개를 들었다.
VIP는 한 숟갈 더 떠먹으며 말했다.
“예전에 내가 즐겨 먹던 맛이야. 파가 들어간 것도 인상적이군.”
그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혹시 이걸 만든 사람, 누굽니까?”
순간, 서연은 멈칫했다. 용복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진서연 씨입니다.”
VIP는 그녀를 천천히 바라보며 말했다.
“요리 경력이 있습니까?”
“아… 아니요. 그냥, 아빠가 자주 해주셔서… 그걸 떠올리면서…”
“흠.”
VIP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감이 좋군요. 지금부터라도 배워보지 그러오? 아주 흥미로운 맛이네요 ㅎ”
"ㄱ...감사합니다!!!!"
"ㅎㅎ 이 셰프, 이 아이 여기서 키울 생각인가?"
"아...."
VIP 질문에 용복은 당황했지만, 이내 대답을 이어나갔다.
"네, 먼저 진짜 자질이 있는 지 키워볼 예정입니다."
'무...뭐라고?? 날 여기서 키...키워?'
서연은 용복의 말에 생각이 많아졌다.
"하하!! 그래, 잘 키워서 더 맛있는 새우 스프를 먹어볼 수 있으면 좋겠구만.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방문해주시면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서비스가 참 좋은 곳이구만, 그래요. 이만 가보셔도 됩니다"
그날 밤,
주방 정리 중이던 서연은 계속 한숨만 내쉬었다.
“하아… 그릇도 깨고, 스프도 멋대로 바꿔버리고… 대체 나 뭐 한 거야…”
“스프는 꽤 괜찮았어요.”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서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용복이 조용히, 세제 묻은 고무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다신 이런 식으로 멋대로 하지 마요. 오늘은 정말 특수한 경우입니다.”
“…죄송해요.”
“하지만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서연은 멍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요…?”
용복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ㅎ 그릇만 안 깼으면 더 좋았겠죠?”
"ㅇ...아하... 죄송합니다 ㅜㅜ"
"괜찮다니깐... 이만 들어가보세요"
그는 조용히 돌아서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진짜 의외로 맛있었단 말이지”
다음 날 아침.
서연이 출근하자마자, 용복은 평소보다 빠른 말투로 말한다.
“오늘 마감 후에, 잠깐 남아줄 수 있어요?”
“네? 왜요…?”
“어제 그 스프. 어떻게 만들었는지… 다시 보여줘 봐요.”
“그냥… 어릴 때 아빠가 해준 거 따라한 건데…”
“그 ‘그냥’이 재능이면, 이제부턴 ‘제대로’ 배워야겠죠.”
그렇게 마감 후, 서연은 약속대로 주방에 남아있었다.
용복은 뒷 마무리를 하곤 주방으로 다가왔다.
‘…셰프님한테 배우는 첫 요리 수업…? 너무 떨린다...’
서연의 심장은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
"만들 준비 다 됐나요?"
"네!!"
"오늘은 그릇 안 깨먹을 자신 있나?"
“.....네!!! 오늘은 진짜 안 깨먹겠습니다!”
“ㅋㅋ 됐어요, 얼른 만들어보기나 해봐요.”
"넵...!!"
그렇게 감으로 만들어봤다던 새우 스프의 재현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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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