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BL] Rose

로즈_09

그로부터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리패키지 앨범 활동에 경수의 
새 영화 준비에 서로 이야기 할 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그들이었다.
뭔가 풀지 못한 숙제를 남긴 것처럼 
애매함이 남은 관계 속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나날들을 보냈지만
종인은 계속 초조함을 느꼈다.
그 날이후 자신과 경수가 좀 더 
특별한 사이가 될거라고 생각했건만 그 전과 별반 다를거 없는 사이가 
종인을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든 것이다.
예전부터 쓰다듬거나 
허리를 감싸는 스킨십 정도는
서로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하던 
행동이었지만 이제 종인은 그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경수에게 좀 더 닿고 싶었고, 
그에게 유일한 사람이고 싶었다.
하지만, 평소랑 너무 똑같은 경수를 
보며 살짝 짜증도 나면서 답답한 
종인이었다.
그날 술이 어느정도 깼다한들
경수가 술기운에...그리고 
분위기에 취해 그랬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자꾸만 들떴던 마음이 
오르락내리락거린다.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수이기에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경수 역시 둘의 이런 애매한 관계가 
답답하기만 했다.
서로 스케줄이 잘 맞지 않아 
단체 활동이나 연습시간 말고는 
얼굴 볼 시간이 없는데다
특히나 둘만 있는 시간은 잠잘 때 
빼고는 통 시간이 나질 않아 제대로 된 대화 한번 하지 못한 채 자꾸 시간만 
흘러갈 뿐이었다.

' 하~~
그렇다고 자는 사람을 깨워서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어떡하지~ '

사실 그날 종인과 키스를 나눈 이후로
자연스럽게 사귀는 사이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지 않은 채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유치하게 오늘부터 1일_
이렇게 말하고 사귀는 거 또한 좀 
낯가지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후자가 서로에게 확실한 
믿음을 줄거라는 마음이었기에 굳이 시간이 들더라도 둘의 사이를 
확실하게 하고 시작을 하고 싶었다.
사람 마음이라는게 한없이 가벼워서  있다가도 사라지고 
머물지 못해 흩어지기 마련이다.
영원한 건 없다.
더욱이 자신들이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면 서로에 대한 마음과 믿음이 
다른 이들의 사랑보다
몇 배는 더 단단하고 강해야하기에
어떻게 보면 경수 자기 자신한테 
다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입으로 종인에 대한 사랑을 
말할때 공기중으로 흩어지는게 아니라 어떠한 각인처럼 자신과 그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기회없이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는 것이다.

하~~아~~

[경수야 왜그렇게 한숨을 쉬고 있어.
  요새  많이 힘들어? 영화 촬영한다고 
  많이 피곤하지?]

대기실 구석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경수에게 준면이 다가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니예요 형. 괜찮아요. 피곤해도 재미있어요. 할만해.]

데뷔 초만 해도 또래 아이들처럼 
웃음도 많고 말도 많았던 경수였건만
여러 일을 겪고나서는 말수도 줄고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게 된 
경수가 항상 신경 쓰이는
준면이었다.
더군다나 요즈음 개인 스케줄로도 
바빠서인지 부쩍 생각이 많아보이는 경수가 걱정되었다.

[건강 잘 챙겨가면서 해. 
 너무 무리하지 말고..많이 힘들다싶음   형이 매니저 형들한테 
 스케줄 조정 부탁해볼게.]
[알았어요. 고마워요 형ㅎ 
 말이라도 고맙네~ㅋㅋ]
[야~~ 형 못 믿냐?]
[네!ㅋㅋㅋㅋㅋㅋㅋ]
[뭐?~~이좌식~~]

목에 헤드락을 걸며 장난을 치는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종인이 그들에게 
다가와 그들 앞에 섰다.

[경수 형, 나 좀 잠깐만....]

그러곤 경수의 팔을 잡아 끌고는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경수와 준면의 장난치는 모습에 
그동안 참고 참았던
인내심이 바닥이 난 것이다.

[야~~너네 어디가? 
 곧 리허설 시작하는데~]

[그때까지 돌아올게요~]

앞만 보며 준면에게 대답한 종인은
경수를 데리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않는 비어있는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경수도 둘만 있는 시간을 원했지만 
갑작스런 종인의 행동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종인아~ 갑자기 왜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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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나한테 뭐 할 말없어? 
 우리 얘기 할게 좀 있을거 같은데...]

자신의 얼굴을 뚫어질 듯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종인 때문에 경수는 
머리 속이 하얗게 되버려서
그동안 생각했던 수많은 말들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 날 일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던거야?
 혹시...기억이 안난다거나...
 술김이었다던가...
 아님.....이건 진짜 
 상상하기도 싫지만......
 혹시 형.....그날일......
 후회...하는 거야?]

종인의 마지막 말에 경수가 다급하게 말했다.

[아니야! 후회하지 않아! 
 술김에 한 것도 아니었고
 그날일 다 기억나. ]

[하~~아...정말 다행이다.]
경수의 말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살포시 미소를 띄우는 
종인이었다.

[난 형이 혹시 그 날일을 후회하면 
 어떡하나 진짜 걱정 많이 했어. 
 기억 안나거나 술김에 한 
 행동이였어도 좀 서운은 했겠지만 
 괜찮을 수 있었거든.
 그런데 형이 후회하면 어떡하나. 
 실수였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걸로 
 치자고 하면 어떡하나
 혼자 고민 되게 많이 했다! 헤헤 
 근뎅 진짜 다행이다.
 후회하는 것만 아니면 됐어. 
 그거면 됐어.]

' 혼자 속앓이 많이 했겠네....
 괜찮을리가 없을텐데..
 나보다 더 마음 졸였을텐데...
 이 와중에도 또 내 생각해서 자기는 
 괜찮다고 얘기하고 있잖아.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날 생각해주는 걸까..'

누군가 그랬다.
같이 있으면 편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내가 굳이 다른 사람인 척 
무리 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사람을..
나한테는 그 사람이 김종인 
너인가보다.


[종인아.. 좋아해..]


응??? 방금 잘 못 들은건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하며 
어리둥절해 하는
종인을 향해 경수가 다시 한번 
말했다.

[미안. 내가 너무 늦었어.
 좋아해 김종인.]

그의 따뜻한 음성이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건 정말 소중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늘 생각해왔었는데......

하아~ 어떡하지 진짜...

종인은 벅차오르는 감정과 함께 
경수를 꼬옥 껴안았다.

[형, 나 지금 심장이 너무 터질 것 같아.
 이거 지금 꿈 아니지? 응?]

[그래 꿈 아니야.
 미안해. 너와 달리 내가 겁을 냈어.
 그래서 내 맘을 고백하는데 오래 
 걸려버렸네.]

종인은 경수를 껴안은 손에 더욱 
힘을 주어 안았다.
자신을 안고도 공간이 남는 
이 커다란 품속에서 경수는 새삼 
종인이 남자라는 사실과
이 넉넉한 품 속에서 자신이 
어떤 안도감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 따듯하다... '

한참을 그렇게 경수를 껴안고 있던
종인이 잠시 후 머뭇거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형...키스해도 돼?]

[안돼. 공과사는 구분하자.
 여기 방송국이야. 조심해야지. 
 절대 티 내지말고, 
 스킨십도 금지야.]

단호한 경수의 말에 종인이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아~~너무해...
 내가 이 날만을 얼마나 
 기다려왔는데...
 사귀면 스킨십도 맘껏하고, 
 이런거 저런거
 다 할려고 했는데...]

경수가 손바닥으로 종인의 이마를 
살짝 때리며 말했다.

[이런거 저런거라니 ...
 암튼 안돼! 한동안 멤버들 앞에서도 
 절대 티내지 말고 스킨십 금지야.]

그 말에 종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뭐? 형들 앞에서도 안된단 말이야??
 그런게 어딨어? 그럼 도경수 언제 
 만져...
 그동안에도 참는다고 진짜 
 죽는줄 알았는데...
 너무해~]

금새 풀 죽어 말하는 종인의 모습이
마치 꼬리 내린 강아지 같아 보여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쿡~ 네가 언제는 스킨십 안하고 
 살았어?
 맨날 자연스럽게 스킨십 해놓고, 
 안한 것처럼 얘기하네.]

[아~ 그거는 다르지. 
 우정의 스킨십과 사랑이 듬뿍
 담긴 스킨십이 같을리가 없잖아.
 친구랑 뽀뽀는 할 수 있지만, 
 키스는 안하잖아.
 그거랑 같은거라고 볼 수 있지.]

[뭐야~김종인. 너 갑자기 
 능글맞아졌다.
 아까까지 부끄러워하던 김종인 
 어디갔어?]

씨~익
[이제 도경수는 김종인꺼니까.]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경수의 
입술에 쪽 소리나게
입을 맞춘 종인이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진짜 조심할테니까
 이 정도는 하게 해줘.
 이 것도 못하면 나 진짜 말라 
 죽을거야..]

그 말을 들은 경수가 종인의 
머리칼을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그래...알았어...]
[헤헤 ~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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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나가자. 시간 다됐어.
 다들 기다리겠다.]
[응, 아라써.]
[표정 관리 좀 해~ ]
[너무 좋아서 웃음이 안 멈추는 걸 
 어떡해.]
[그래도 나처럼 표정관리 좀 
 해봐바. 너는 얼굴에 감정이 
 너무 잘 드러나.]
[나는 그게 잘 안되는데 형은 
 어떻게 그렇게 잘 해~]
[네가 못하는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방실방실 
웃고 있는 종인이 귀엽다는 듯 
웃고마는 경수였다.

[야~~너네 어디갔다가 이제 와~
 리허설 전에 안올까봐 걱정했네 
 진짜]

[미안해요 매니저형. 
 둘이 얘기 할게 좀 있었어요.]

[그래 제 시간에 왔으니 됐다. 
 얼른 준비해.]

[네~~]

대기실로 들어오는 둘을 보며 
백현이 물었다.

[너네 되게 기분 좋아 보인다.
 뭐야~~ 둘만 뭐 재밌는거 
 하고 왔냐?]

[비~밀 ㅋㅋ ㅋㅋ ㅋㅋ 
 형 알려고 하지 마요.]

[아~~머냐. 재밌는 건 같이 좀 
 알자~]

백현의 말에 경수와 종인은
서로 마주보며 둘만 알듯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