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보는 윤기의 공연은
진짜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 멋있었다.
원래도 목소리 좋은 거야 알았는데
랩 할 때는 진짜 막...
심장이 막 저릿하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공연이 다 끝나고,
나는 윤기를 만나러 공연장 뒷편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윤기가 늦게 끝나니까
절대 자기 기다리지 말고 먼저 가랬지만,
내가 언제는 말 잘 들었나.
그때였다.
"어, 누구 기다리세요?"
대기실 쪽에서 키 큰 남자가 나오더니
나에게 물었다.
얼굴이 낯이 익은 게 아까 윤기랑 같이
공연을 했던 사람이다.
엄청 유명한 사람이라 했는데.. R,RM이였던가.
나는 조용히 말했다.
"어, 저 윤기 보러 왔는데..."
"헐, 혹시 윤기형 여친?"
윤기형 여친, 이라는 좀 낯간지러운 말에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갑자기 남자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다는 듯이 대기실을 향해 소리쳤다.
"그 유명한 윤기형 여친분 오셨다!"
뭐라고 당황할 새도 없이 남자의 말에
갑자기 시끌벅적한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대기실에서 무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헐 어디요? 윤기형 여친?
나는 깜짝 놀라 채 그 사람들과 마주했다.
모두 윤기의 공연팀 사람들이었다.
사진으론 몇 번 번적 있었는데 실제로 마주한 건
처음 이었다.
내가 처음 겪는 상황에 눈을 이리저리
굴리니 한 남자가 먼저 내게 다가와 악수를 권했다.
이렇게 덧붙이며.
"와, 윤기형 말대로 진짜 이쁘시네요."
"아아, ..어 감사합니다"
"그렇게 꼭꼭 숨겨서 보여주지도 않더니 이제야 보네요."
윤기형 말대로 진짜 예쁘시네요라니...
설마 나를 예쁘다고 했다고? 말도 안돼.
너무 정신이 없어서 나는 가만히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자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윤기가 잘해줘요?"
"어..네에"
"와,진짜 걔가 자기 여친 자랑을 얼마나 했는데
걔가 진짜 그런 놈이 아니거든요."
"윤기가 제 자랑을 해요?"
"헐 모르시나봐. 대박인데 진짜"
팀 사람들이 또 자기들끼리 웃으며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냐고 반문했다.
민윤기가 내 자랑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나는 재차 물었다.
"윤기가 진짜로 그래요? 걔 저한텐 진짜 무뚝뚝한데.."
"민윤기 그거 다 괜히 좋은데 싫은 척 하는 거예요.
저희한테 맨날 여친 자랑밖에 안 해서 욕 엄청 먹었어요."
"아..."
"뭐 여자친구 오늘은 뭐 입고 왔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는 둥,
너넨 이런 여자 못 사귄다는 둥 하여튼..."
"니네 뭐하냐."
헐, 뭐라고 느낄새도 없이 갑자기
대기실 끝 복도에서 걸어 나오는 민윤기였다.
민윤기가 사람들을 훑더니 이내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듯 조금 빠른
걸음으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왜...언제 왔어."
"어? 그냥 너 얼굴 보고 가려고 기다렸지."
민윤기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물었다.
"얘네가 무슨말 했어?"
"어, 아니 뭐.."
"윤기야. 내가 너 여자친구한테 너의 비밀을
폭로했어. 너 자랑쟁이라고."
"
"형 자랑할 만하네요. 진짜, 엄청 미인이시네."
민윤기의 귀 끝이 서서히 빨개진다.
그러더니 대뜸 내 손을 붙잡고 가자. 이런다.
갑자기 붙잡힌 손 때문에 놀라서 되물었다.
"어?"
"가자고. 데려다주게."
"아니, 친구분들 안녕히 계세요."
"네! 다음에 또 와요. 형수님."
"그래 윤기야, 여친분한테 좀 잘해줘!"
민윤기는 친구들의 환호에
자랑스럽게 한 손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펼쳐주고는
이내 내 손을 잡고 거의 끌다시피 빠져나왔다.
앞장서서 걷는 민윤기 귀 끝이 아직도 빨개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