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영화 재밌었어?
여주:응 남주랑 여주 엄청 잘 어울리는 거 같지 않아?
여주:대박이야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도 영화의
여운에 젖어 한참이나 자리에서
못 일어나는 날 일으켜 세워
상영관을 나온 윤기가 내게 물었다.
영화는 내가 본 로맨틱 코미디물 중
당연 최고였던 거 같다.
사실 윤기는 로코나 멜로 등의
장르를 좋아하진 않는 터라 볼까말까
많이 망설이다 윤기의 배려로 보게된 건데,
정말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주:아 진짜 안봤으면 후회할뻔했어. 너무 재밌었어.
윤기:나도.
여주:나는 그, 남자 주인공이 여자친구 번호♡
여주:이렇게 바꿔 놓은거. 완전 멋있었어.
윤기:응.
아직도 영화의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는
윤기의 팔을 붙잡고 방방 뛰며 난리를 피워댔다.
영화 중간 쯤 남자주인공이 자신의
여자친구 번호를 그냥 이름에서
♡로 바꿔 저장해놓았는데
특히 그 부분이 굉장히 설레고 멋있었다.
문득 그 장면을 생각하니 윤기는 날
어떻게 저장해놨을지 궁금해져왔다.
뭐라고 날 저장해놨을까? 여자친구?
우리 여주? 내 여친?
표현을 잘 안 해주는 윤기 성격상
하트까진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내심 기대를 하며
윤기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뒤적거리며
그의 핸드폰을 꺼냈다.
윤기:뭐하는거야.
여주:넌 나 뭐라고 저장했는지 궁금해서
윤기:그냥 이름인데.
윤기가 그냥 이름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내 번호를 누르자 이름이 떴다.
그리고 난 내 눈을 의심했다.
[김여주.010-××××-××××]
설마, 지금 여주도 아니고
성까지 붙인 딱딱한 이 세글자로 날 저장해 놓은 건가?
아니 이게, 이게뭐야?
잔뜩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윤기를 쳐다보니 아무런 표정 없이 내게 말했다.
윤기:그냥 이름이라고 말했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