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과자 오빠들
01
“김남준 개새키. 어떻게 이 야심한 밤에 어린 여자애한테 심부름을 시키냐. 야발.”
갓 고딩 17살 김여주는 거의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어두운 골목길을 홀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키 156에 몸무게는 43. 예쁘다기 보다는 더럽게 귀여운 김여주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는 남녀할 거 없이 인기가 많았다. 그도 그럴게, 김여주의 통통한 볼살을 한 번 만지면 헤어나올 수 없으니깐… 그나저나 존나게 귀여운 김여주의 현재 상황은 길치라는 멋있는 유전 덕에 집에서 5분 거리는 편의점을 못 찾고 뽈뽈 돌아다니고 있다는 거랄까.
하필 소나기가 한 번 퍼부은 직후 싸늘한 날씨와 하나 있는 가로등마저 깜빡거리며 스산한 분위기를 내니 개복치 김여주 그대로 뒷목 잡고 쓰러질 판.
괜히 무서워 오빠인 김남준 욕 뒤지게 하면서 빠르게 걷고 있을 때. 뭉게뭉게 연기가 나오는 한 골목에서 김여주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야, 거기 너. 초딩. 이리로 와봐.”
처음에는 자길 부르는 줄 모르고 쫄래쫄래 짧은 다리로 갈 길 가던 김여주에 남자는 자기를 정확하게 지칭하며 오라 손짓할 듯.
“야, 회색 곰돌이 그려진 후드티 덮어쓰고 가는 너 이리 오라고. 존나 씹네.”
“…저여..?”
그제서야 ㅈ됐다 라는 눈빛으로 천천히 돌아본 김여주에에 얼른 오라 손짓하는 남자. 어두운 골목 사이에서 쪼그려 앉아 담배 피우는 남자의 모습이 너무나 무서운 여주였겠지..

“뭐야, 개귀엽게 생겼네. 너.”
“존나 내 거하고 싶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자 나를 부른 남자 말고도 파란색 머리에 교복을 입은 남자가 날 보며 무어라 말했다. 솔직히 둘 다 얼굴은 존나 사람 미치게 생겼는데 너무 무서워서 찍소리도 못하고 어정쩡 서 있었다.
“김태형 아가리 쳐닫고.”
“너 뒤에 이상한 남자 따라오길래 부른거야. 잠시 있다 가. 초등학생이 이런 시간에는 왜 돌아다니는 거야.”
뒤에 이상한 사람이 따라온다고 불렀다는 그의 말에 듣고 아주 많이 감사할 뻔 했지만 초등학생이라는 그의 말에 고마움은 무슨 큰 눈으로 최선을 다해 박지민을 째려보며 말하는 여주겠지. 안 그래도 작은 키와 귀엽다는 외모가 컴플렉스인데 그걸 강조하는 ‘초딩’이라는 말에 김여주 개빡침. 그래서 냅다 소리 질렀지.
“저..!! 초딩 아니고 고딩이거든요..?!”
근데 이제 무서우니까 조금은 소심하게.

“엥? 고딩~? 너 몇 살인데.”
“ㅈ..저 17살!!..인데..”
“뭐야, 우리랑 2살 차이밖에 안 나잖아.”
“학교는 어디야?”
“화연고…”

“화양연화고? 학교도 같은데?”
“이런 귀여운 애를 왜 내가 못 봤을까.”
고딩이라 말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이, 다니는 학교까지 다 털려버린 김여주는 그들이 자신과 같은 학교에 다닌 다는 것을 알았을 때 환장할 지경이였다. 이건 무슨 개같은 인연인지. 명문고인 화양연화고, 줄여서 화연고에 이렇게까지 양아치인 선배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1학년 몇 반.”
“네?”
“1학년 몇 반이냐고.”
김태형이라는 파란머리 남자가 남다른 친화력을 보여주며 나에게 말을 걸 때 가만히 벽에 기대어 구름과자만 물고있던 남자가 나에게 몇 반이냐 갑자기 물어왔다.
“…그건 왜..”
“그냥 말 안 하면 내일 1학년 전체 소집 건다.”
“1학년 9반 6번 김여주입니다, 선배님!”
명문학교라는 타이틀과 다르게 선배간 군기는 오지게 심한 화연고에 그 남자의 말에 바로 반, 번호, 이름까지 다 불어버렸다지.

“오케이~ 내일 찾아간다!”
난 분명 저 김태형이라는 선배한테 말한 게 아니라 담배물고 있는 선배한테 말한 건데. 왜 김태형 선배 니가 울 반에 찾아온다는 소리를…?
그나저나 담배 문 쌍양아치 선배님이 김태형 선배의 말에 반박도 안하는 걸 보아 진짜 반을 찾아 올 생각인가 싶었다. 반에 찾아오면 진짜 혀 깨물고 뛰어내린다, 내가.

“ㅈㅣㄴ짜 설마 오진 않겠지..? 안 오겠지만 정말 혹~시라도 오면…”
학교에 눈치를 보며 종이 다 칠 때쯤 반에 들어오고, 수업시간에는 집중도 못하고 손톱을 뜯으며 다리를 떠는 여주를 보고 여주맘 1-9반 아이들은 놀란 눈으로 여주를 쳐다보며 무슨 일인지 물어보겠지.
“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ㅇ..아무것도 앙ㅇ니야…”
하지만 김여주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드는 덕에 아이들 다 여주 볼살만 쿡쿡 찔러보고 자리로 돌아가겠지.
.
하지만 여주의 예상과 다르게 1,2,3교시가 다 끝나고 4교시까지 마칠 때가 되어도 찾아오지 않는 오빠들에 김여주 조금은 안도함.
그렇게 4교시 종이 치고 미친 듯이 급식실로 달려나가려던 아이들이 다들 교실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는데…

“오빠 왔다, 초딩!”
…야발. 이 미친놈들. 진짜 뛰어내릴까.
김태형의 말에 흔들리는 동공으로 김태형의 뒤를 보면 줄줄이 서있는 남정네들. 근데, 저기에 김남준은 왜 있어? 쟤만 빼면 존나게 잘생긴 남자애들 무리 아닌가.(김여주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솔직히 얼굴은 뒤지게 잘생겼는데 그만큼 무서운 오빠들이 왔다면서 본인을 찾는 생각을 해봐. 그것도 군기 오지는 학교에서. 초딩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아이들 모두 김여주를 찾으러 왔다는 걸 알고… 다들 김여주 쳐다보겠지.

“뭐야, 진짜 존나 귀엽네.”
진짜 오지는 침묵 사이에서 킬킬 웃어대는 김태형의 목소리 뒤로 말티즈 같이 생긴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넥타이가 초록색인 걸 봐서는 2학년인데…
어쨌든 더 이상 여기 있다가는 애들한테 민폐일 것 같아 김남준에게 대충 눈짓하며 나가서 얘기하라고 함. 그나저나 눈치 존나게 뒤져버린 김남준 이를 알아들을 리가 없다.

“…?”
“뭘 야려, 이 돼지새끼야.”
말도 존나게 못 알아듣고, 자기한테 돼지새끼라 하는 김남준에 김여주 개빡칠 듯. 그나저나 다른 애들은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얼굴 구경하고 있고, 그 남정네들은 자기만 바라보고 있으니 김여주 그냥 뒷문으로 튀어버린다.
“아 씨발 다 꺼져!!!!”
김여주 돌발 행동에 다들 놀라는데 그런 김여주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는 김남준과 나머지는 다 벙찌게 여주 보고만 있을 때 전정국만 가만히 김여주 뒤를 쫓아갈듯.

“야, 거기 너. 꼬맹이!!”
“그.. 김여주? 김여주!!”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쪽팔려서 뛰쳐나가던 김여주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봄. 근데 이게 웬걸, 자기한테 귀엽다 한 눈 땡그란 말티즈 선배가 자기 뒤에 바로 서있었다.

“여주 맞지? 나 번호 좀 주라.”
“…네?”
“너 마음에 드니까 번호 달라고.”
생애 처음으로 번호 따일 위기(?)에 처한 김여주. 그것도 이렇게 존잘남한테. 김여주 아까의 쪽팔림은 어디가고 헤벌레 해져서 전정국 폰 받아들려 할 때, 누군가가 손으로 폰 쳐서 떨어뜨려 버린다.

“미쳤지, 정국아?”
“어장짓은 니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자애들한테나 해. 애먼 애 건드리지 말고.”
“…또 왜 이래, 형. 그냥 귀여워서 번호 ㅈ,”

“여물고 꺼지라고, 전정국.”
“진짜 뒤지기 싫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