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맴맴 -
여느 때처럼, 여름은 항상 아낌없이 자외선이 내리쬐는 계절이었다. 습하고, 덥고 묘하게 짜증나는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꽃들은 또 알아서 개화하는. 여름 방학이란, 그런 시간이었다.
"아씨....더워..."
집 밖으로 잠깐 나온 박우진은 강하게 눈을 찌르는 햇살에 눈을 찌푸렸다. 아, 더럽게 밝네, 중얼거리면서. 집을 나와, 앞에 심어져 있는 나무 옆에 앉았다. 힐끗, 나무의 싱그러운 나뭇잎을 쳐다보았다. 이렇게도 더운데, 넌 잘도 살아있구나. 오히려 여름이라 여느 때보다 훨씬 푸른 잎을 자랑했다. 자신은 이렇게나 더운데, 혼자 쌩쌩한 나무를 살짝 부럽다는 듯이 멍하니 쳐다보았다. 문뜩, 핸드폰에 있는 달력을 켜보았다.
",...."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지....."
너무나도 짧은 방학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한 것도 없는 것 같았는데, 아직도 한여름인 것 같은데, 방학한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핑계만 될 뿐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허무함에 풀썩, 나무의 그림자에 대뜸 누워버렸다. 어느 새 많이 자라 눈을 찌를 것만 같아 그저께 자른 머리카락을 헤집어보았다. 그래도 확실히 좀 더 시원하긴 했다.
방학숙제? 어느 고등학생처럼 잠깐 미뤄둔 채로 나온 상태였다. 원래 숙제는 미루는 맛에 있는 거 아닌가, 대들다가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맞았다. 정신 차리라고. 흥, 어이없어. 지금 제일 정신은 말짱한데 말이다. 등을 가볍게 쓸어보았다. 어유, 손바닥 자국 남은 거 같은데. 우리 최여사, 하여간 힘이 장난 아니라니깐. 꿍얼거렸다.
어차피 좀 있으면 개학, 오늘은 좀 여유있게 쉬어보려고 나왔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다가 핸드폰을 다시 켜보았다. 오후 12시 17분, 학교였다면 점심 먹고 나서 친구들과 축구를 한판 뛰고 있을 시간일텐데. 유일하게 학교에서 행복한 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감옥같은 곳에서도 일말의 행복이 있긴 했구나. 잠금을 해제하고 저장한 플레이리스트로 들어가 노래 하나를 틀었다. 그리곤 바람에 살랑거리는 그 풀에, 초록빛으로 빛나는 그 나무 아래에서, 잠이 들었다.
ㅡ
"....."
"저기,.."
단잠을 방해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자신을 마구 흔드는 바람에 미간을 찌푸리고 실눈으로 보았다. 사람이긴 한데, 누구지? 실눈으로 본 형체는 파악하기 힘들었다. 아, 재혁인가? 자기가 친한 동생이 갑자기 놀고 싶다고 온 줄 알고 우진이는 다시 눈을 감고 살짝 미소지어보았다. 귀여운 녀석,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형 좀만 더 잘께....."
"...."
"근데 머릿결 많이 좋아졌다..니....."
다시금 잠에 빠지려고 하는 우진이를 다시 흔들었다.
"저기요, 여기서 자면 안돼요!"
"갑자기 웬 존댓ㅁ....?"
잠시만, 뭔가 세하다. 번뜩 스쳐간 생각이 머릿속을 빠르게 헤집었다. 재혁이가 아니다. 재혁이가 존댓말을 쓸 리가. 눈이 번쩍 띄였다. 뭐지, 이 사람? 누구야.
"아, 일어났다."
우진과 좀 가까운 거리에서 싱긋 웃는다. 살짝 붉은 입술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바람에 좋은 머릿결이 찰랑 찰랑, 흔들린다. 귀에서 앵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환청인가? 아니면......뭘까. 자리를 고쳐 잡는다. 아무렇게나 퍼질러 자던 자신이 얼마나 우스워 보였을까. 부끄러웠다. 초면에 무슨 인상을 준 거야
"네. 누구....?"
"아, 오늘 이 동네로 이사왔어요!"
초롱초롱한 눈이 예쁘게 휘었다. 어라, 짝눈이구나. 한쪽은 무쌍, 한쪽은 쌍꺼플. 되게......어울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눈 앞에서 그 애가 짝, 박수를 쳤다.
"...?"
"아, 죄송해요. 딴 생각 하길래..."
우물쭈물거리면서 입술을 쭉 내민다. 우진은 순간,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사오셨다고.."
"네! 전 17살이에요."
동생이네, 라는 말에 꺄르르 웃는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내내 싱글벙글 웃고 있다. 그렇다고 그게 보기 싫은 게 아니다. 오히려......
"네가 미쳤구나 박우진"
"?"
"아, 아니에ㅇ...아니야."
"아 맞다, 저희 통성명도 안 했죠?"
대뜸 손을 내민다. 햇살에 빛춰 더욱 하얗고, 여리여리하고, 부드러워보이는 살을 가진 손이다. 한 참 손을 쳐다보았다. 손 진짜 예쁘네....매 점심시간 운동장을 뛰노느라 거무잡잡하게 타고 까칠해진 자신의 손이 부끄러워진다. 그래도 인사를 씹어선 되겠나, 덥석 손을 잡는다.
"반가워요, 우진이형"
"제 이름은, 이대휘에요."
다시 그 빛나는 미소를 보여준다. 홀린 듯 따라 웃다가 아차, 싶다. 내가 처음 보는 사람이랑 여기서 뭐하는 거지? 들어가야 한다고 얼무버린다, 그리고 도망친다. 그래도 끝까지 그 따듯한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넌, 열심히 손을 흔들어준다. 잘가요, 다음에 또 만나요!
재빠르게 집 문을 닫고 등을 기댄 채 미끄러져 앉는다. 쿵, 쿵, 쿵...... 처음 보는 남자애인데, 편하면서도 뭔가...... 좋다. 그냥, 좋다. 다시 떠오른다. 그 애 이름이, 이대휘랬지. 이대휘, 대휘....이대휘라.... 햇살 아래에서 싱긋 웃어보이는 그의 모습이, 뇌에 박힌듯 잊혀지지 않는다. 살랑거리는 그 머리카락이 가슴을 간지럽히는 듯, 기분 좋은 감정이 느껴진다. 뭘까, 이 느낌은. 18년 인생, 처음 느껴보는 것 같은데.
그냥, 예뻤다. 그렇게 예쁜 아이는 처음이다. 마른 세수하면서 다시 생각해봐도 변함 없다. 웃을 때 살짝 휘어지는 눈꼬리도, 독특한 짝눈도, 초롱초롱한 눈도, 햇살에 반사된 듯한 하얀 피부가, 살짝 도톰하면서도 매끈한 입술이. 그냥, 다 예쁘다. 이대휘라서, 예쁜 걸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제정신인건지, 아닌건지조차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이대휘밖에 생각이 안 난다.
몸을 천천히 일으켜 방으로 가야겠다고 마음 다잡고 발을 이끈다. 거실로 나온 우진일 힐끗 쳐다보던 엄마가 어머, 라고 하면서 얼굴을 만져봤다
"우진아, 너 열 있는 거 같다"
"네?"
"얼굴이 좀 빨간데..."
또다시 앵앵거린다, 그의 귓가에, 형! 하는 그 예쁘게 간질이는 목소리와 살짝 살짝 움직이면서 반짝이던 그 붉은 입술..... 생각만 해도 귓볼이 화끈거리는 것 같다. 덥다, 아니 뜨겁다. 한여름에 제대로 데인 것 같다. 귓가에서 들리는 알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오늘, 폭염이라던데"
"....그래요?"
폭염주의보에 걸렸다. 여름이어도 잘만 뛰어다니던 우진이가. 고2 그 여름, 폭염에 데였다. 고작, 이대휘라는 한 소년 때문에
(외)
잠자코 자는 사람이 있다. 처음 이사 온 이 낯선 동네에. 원래 초면에도 무언가 익숙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다던데, 이런게 바로 그 경우에 속하는 듯하다. 적어도 대휘만큼은 무언가 이 사람이 곧 자신과 친해질 것만 같았다. 마치 절친처럼. 아니, 절친보다 더 가까운 관계? 해가 높이 떠올라서 나뭇잎사이로 언뜻언뜻 내비치는 햇살에 살짝 눈을 찌푸린다. 어랏, 잠 자는데에 불편하겠는데? 아무 생각 없이 뻗은 손으로 만들어진 그늘은 금세 우진의 얼굴이 한 켠 편안해 보인다.
조용히 옆에 앉아보았다. 조심스레 피해 앉은 우진의 손은 열심히 운동한 걸 자랑한 듯, 섹시한 핏줄(물론 대휘피셜로)이 뚜렷하게 보인다.
"....아"
자신도 모르게 잡아버린 손, 근데 진짜 크고....멋있다....조용히 손을 포개고 있던 손에 우진은 잠에 취해 손깍지를 해버렸다. 화들짝 놀랬지만 잠에서 깰까봐 가만히 있어준 대휘 덕에 우진은 아무것도 모른채 잠만 잔다.
단 몇분밖에 같이 있지 않았지만 번뜩 대휘 머리엔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
이 형이랑
사귀고 싶다
.
"누...누구..."
꽤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진다. 아, 이게 바로 저음의 매력.....아니야 이 형 목소리가 좋은거겠지
제법 당황한 걸 숨길 생각도 없는 것처럼 우진의 톡 튀어나온 입술이 방황한다. 대휘도 마찬가지로 웃음을 숨길 생각은 없어 보인다. 괜히 탐스러워 보이는 입이 뽀뽀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통성명부터 한다. 간질간질 불어오는 바람에 대휘의 마음도 요동치고 있다. 우진의 살짝 발개진 볼을 쳐다보며 또 너털웃음을 흘린다. 빠르게 사라지는 동그란 뒷통수는 귀여운데, 체격은 어찌나 멋있는지. 이런걸 반전매력이라고 하는구나. 아까 우진이 잠결에 깍지꼈던 자신의 손만 쥐락펴락, 쓰담어준 머리부분만 따뜻해진 기분이다. 그러면서 또 당황하며 어버버하던 우진의 모습만 생각나면 피식,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 귀엽네? 진짜....내가 꼬셔야겠는걸?
ㅡ
예전에 비엘에 빠져살던 반모자들(ㅋㅋㅋㅋㅋ)덕에 맛보기식으로 써봤던 글이에요. 약간 박우진은 첫눈에 빠지고, 이대휘는 살짝.....우진이형을 꼬시겠다. 이 느낌으로?...연하남의 박력을 믿겠나이다....네.....
모르겠어요 제가 이걸 제대로 쓴건진 ㅋㅋㅋㅋㅋㅋ
손팅 많이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