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 3월, 꽃샘추위에 으들으들 떨면서 조심스럽게 교복 치마자락을 붙잡아봤다. 새로운 교복, 새로운 풍경
모든게 어색한 신입생이었다.
어쩌다 입학해버린 이 학교, 예전에 알던 친구들과 다
떨어져버려 시무룩해진 내 어깨를 토닥였다.
"아냐아냐....친구는 새로 사귀면 되겠지!"
.
.
이런 걱정도 잠시, 활발한 반 친구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번호교환도 몇번, 말 건 친구들도 몇명
평화로운 학교생활하던 도중,
이 잔잔한 호수 위에 물결이 살짝 일게 되었다.
"아?"
"어 미안"
학교와 떨어진 건물에 편의점이 위치한 탓에, 수업 전에 황급히 갔다오던 길이었다. 벚꽃이 화사하게 핀 날이었다
가볍게 툭 치고 가면서 맡은 부드러운 향에 움찔하면서
산 간식거리들을 놓치고 말았는데,
남자애는 자기 탓인줄 알았나보다
조용히 주워주면서 나에게 고개를 숙여 눈 마주치고선, 주운 것들을 내밀고 싱긋 웃어보였다.

"맛있게 먹어"(싱긋)
입술 사이로 덧니가 뾰족, 귀엽게 튀어나왔다.
흩날린 벚꽃잎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그 벚꽃잎을 날려준 바람 덕이었을까
그렇게 너의 색깔이, 잔잔하게 내 맘에 물들었다
채도 예쁜 빨간빛으로
ㅡ
짝사랑, 소설책에서 묘사된 그 묘한 핑크빛 분위기와
끙끙 앓는 그런 아픈 사랑. 이렇게 둘을 알고 있었다.
나는 어느 측이었을까.
아마 후자인 것 같긴 하다.
몇반인지 소심한 성격 탓에 물어보지도 못하고
은은하게 티 내고 싶었지만 또 들키기는 싫어서
복도에서 마주칠때 가끔 자연스레 눈을 쫓거나......
보면 볼수록 넌 참 좋은 아이였다
"아핰ㅋㅋㅋ그게 뭐야"아무 말이나 짓껄인 친구에게 신나게 웃어주는 걸 보면 넌, 배려 깊은 사람인 것 같았고,

"아야 한 번 더 해보자! 이번엔 느낌 좋음"
뭐든 한번 더 시도해보려는 네가,
긍정적이고 밝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르르르륵!!!!"가끔 이렇게 이상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는
귀여운 장난꾸러기같은 모습마저, 사랑스러웠다.
우연히 네 꿈이 아이돌이라는 말을 스쳐 들었을 때,
손에 고개를 살짝 묻고 멋있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넌 이미 하고 싶은 걸 정했구나.
짝사랑, 그리고 동경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수업시간 전에 우연히 지나간 교내 연습실에는 너가 있었다. 조용히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너의 춤선을 감상했다. 그 순간만큼은 너가 주인공인듯, 작은 연습실에 홀로 있는 네가 빛나보였다. 잠깐의 춤을 멈추고, 네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방금 춤을 끝낸 듯 휘적휘적 물병을 향해 걸어가다가, 나랑 눈 마주친 적이 있었다.
".....아."
"어어? 너 그....."
내가 기억이 나는 걸까. 친구들마저 내가 너무 조용하다고 타박하곤 했는데. 입꼬리를 살짝 올린채로 손을 마구 흔들어줬다.
연습실 안에서 복도 쪽 창가로 머리만 쏙 내밀고
툭, 가볍게 질문했다.
"안녕 반가워! 어디가?"
"수..수업....."
나에게 질문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아아 그렇구나!"
거의 처음 말 걸어보는 것 같은데 편안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거 빼고는,
"아까 나 춤추는 거 봤겠네?"
"아아...그게...조금만 봤는데..."
횡설수설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내뱉는 내가 너무 한심해보였다. 넌 말을 그렇게 잘하는데.....살짝 볼이 발그레해진 것 같다. 아 창피해라
"아냐아냐 괜찮아 봐도 돼!"
특유의 덧니가 보이도록 활짝 웃어주니 안심했다. 아, 내가 널 불편하게 하진 않았구나.
"어땠어? 나?"
네 춤 말하는 걸까. 아니면 널 말하는 걸까.
살짝 주춤했다.
"잘 췄어. 진심으로"
내 말 한마디에 환한 웃음을 날려주었다. 덩달아 나도 슬쩍 웃어주었다.
"고마워!"
종소리가 힘차게 복도로 퍼져나갔다. 아아, 수업! 너는 겉옷을 허둥지둥 챙기고 연습실애서 박차고 나왔다. 방금 힘차게 췄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첫 만남때, 내가 맡았던 그 비누 향기가 훅 났다. 달콤하면서 깨끗한
문을 닫고 뛰려던 찰나, 넌 다시 뒤돌고 나에게 한마디
건네주었다.

"너도 웃는거 예뻐."
그렇게 수업 잘 들으라고 외치고 넌 사라졌다. 너가 뛰어간 그 길에는, 은은한 네 향만 퍼졌다.
시험 핑계를 대고 창가에 턱을 괴고 밖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에 시끄럽게 우는 매미들이, 전형적인
여름 모습이었다. 어느새 익숙한 우리 학교에 나도 스며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쪽!!! 패스해!!"
점심에 시험은 뒷전으로 미루고, 또 축구하러 뛰노는
너가 보였다. 피식, 웃었다가 다시 경기를 구경했다. 손만 폈다 접었다, 움직여봤다. 저기 뛰노는 넌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려나. 창가 자리에서 햇빛을 받으면서 운동장만 유심하게 바라보았다.
유난히 뜨거운 햇빛이 쬐던 날이었지만,
느껴질 틈도 없이 그저 즐거운 나날들이었다.
ㅡ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가볍게 소재 몇개로 단편 연재하려구요.
그럼 다음화에서 뵈요><
손팅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