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라는건 정말 빠르게 흘렀다
어느 새 여자에게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난지
1년이 흘렀다
여자는 산 속이 이제 제 고향 같았고
여자와 남자의 사이는 더 할 수 없이 가까워졌다
“오늘 오빠 온다고 했지?”
“응!”
“오랜만에 만나서 좋겠네”라며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기분 좋게 쓰다듬었고
여자는 그 손길이 마음에 든 듯
남자의 품에 파고 들었다

“미안, 너무 오랜만에 왔지?”
여자는 쪼르르르 달려나와
여자의 오빠에게 폭 안겼다
“괜찮아_많이 바빴어?”
“응..요즘 일이 좀 많네..”
여자의 오빠는 얼른 집에 들어가자며
고개를 집 쪽으로 돌렸고
여자는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여자가 먹을 것을 준비하는 동안
여자의 오빠는 뒷짐을 지고는 집 안을 둘러보았다
“혼자 심심하진 않았어?”
“아...뭐 책도 읽고 정원도 한 번 가꾸어보고 하니까”
“그래?기특하네”
여자는 사실 맞는 말이지만
거짓말을 하듯 말을 더듬었고
여자의 오빠는 약간의 이상함과 어색함을 느꼈지만
딱히 반응하진 않았다
“이건 뭐야?”
여자가 제 오빠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여자는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여자의 오빠의 손에 들려 있던건
틀림 없는 늑대의 털이었다
“동물 털 같은데?여기 동물 데리고 왔었어?”
“글쎄..아!토끼 털인가봐”
꽤나 훌륭한 대처 답안이었지만
여자의 눈빛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그래?”
“근데 여주야”
“응?”
“너 혹시 어디 아파?”
“아니..?왜?”
“너 오늘 되기 불안해보이는거 알아?
너 나한테 숨기는거 있어?”
여자는 순간 차를 마시던 컵을 떨어뜨렸고
그 컵은 여자의 발 위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괜찮아?”
“응..”
“괜찮긴!피 나잖아!”
여자의 피가 점점 카펫을 적셔갔고
여자는 그걸 물끄러미 바라봤다
“너 오늘 진짜 이상해”
“난..항상 이상했지, 뭐”
여자의 오빠는 여자의 상처를 치료하다 말고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에 눈을 맞추고는
여자의 두 손을 꼭 잡고는 말했다
“여주야 나 진짜 걱정되어서 그래..
진짜 무슨 일 있는거 아니지?”
여자는 더 이상 사랑하는 오빠에게
거짓을 말하기 힘든 듯 고개를 숙였고
여자의 오빠는 그런 여자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말했다
“힘들면 지금 당장 말 안해도 되는데
그래도 언젠가 괜찮아지면 꼭 말해줘야 한다?”
“..응”
여자의 오빠가 떠난 후
여자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남자가 여자를 뒤에서 꼭 껴안았다
“뭐야, 계속 집에 있었어?”
“아니, 네가 배웅하러 갔을 때 몰래 들어왔지_”
“들키면 어쩌려고 그랬어_”

“그냥 너무 보고 싶어서”
이러면서 여자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 남자에
여자는 남자가 너무 사랑스러워 남자를 양팔로 감싸안았다
여자와 남자는 저녁 식사 후에
정원 풀밭에 나란히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지는 않았지만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고
그 침묵을 깬 건 남자였다
“..나 사실 너네 오빠랑 이야기하는거 들었어”
“..응”
“오빠한테 거짓말하는게 힘든거야?”
“아무래도 그렇지..
난 항상 오빠한테만은 진실했으니까..”
“그럼 나한테도 거짓말한거 있어?”
여자는 순간 심장이 쿵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으나
숨기는건 있었으니까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걸 밝히면
남자가 실망하여 떠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언젠가는 말해야하는걸
여자는 알고 있었고
그게 지금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태형아”
“응”
“나 사실..”
여자의 이야기가 끝난 후
남자는 말 없이 여자의 어깨를 한 팔로 감싸 안았다
여자는 남자의 품에 안겨 한참을 흐느꼈고
남자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여자를 토닥여주었고
이를 지켜보는 이도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