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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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아, 내 옆자리 비어 있는데."
내 목소리는 예상보다 훨씬 더 조용하게, 거의 혼잣말처럼 흘러나왔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한풀 꺾이고,
살랑이는 가을바람이 창문 틈으로 기어들어 오던 어느 쾌청한 오후였다.
등 뒤로 쏟아지는 햇살이 유난히 눈부셨던 순간,
연필심 긋는 소리만이 가득하던 교실에서, 오직 너의 뒤통수만을 향해 던진 어설픈 제안.
내 어깨 너머로 칠판의 분필 가루들이 뿌옇게 흩날리는 와중에도, 내 모든 감각은 네게로 쏠려 있었다.
쿵.
심장이 발바닥까지 곤두박질치는 기분이었다.
혹시 못 들었을까, 아니면 들었어도 무시할까,
온갖 상념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다.
초조한 마음으로 너의 등 뒤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는데,
네 어깨가 스르르 움직였다. 느릿하게 고개를 돌리는 너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고개를 돌렸다,얼굴이 빨개지는걸 느껴서 그랬던걸까,
"진짜?" 짧게 툭 던진 네 목소리는, 칠판 위에 분필 부서지는 소리처럼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내 귓속에는 세상의 모든 음악처럼 달콤하게 박혔다.
그러고는 씩, 하고 웃는데, 쨍하게 빛나는 햇살이 너의 흰 교복 셔츠 위로 쏟아져 내렸다.
세상에, 넌 정말 그림 같다는 말이 이런 때 쓰는 거구나. 그 환한 미소에 내 볼이 화끈거렸다.
괜히 고개를 숙여 책만 들여다보는 척했다.
어설프게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네 손이,내자리로 넘어왔다
그의 손에는 딸기맛 츄파츕스가 쥐여서있었다
"너 먹으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