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첫사랑

2)의식

태산이가 내 옆자리로 온 지 벌써 한 달.

교실 안 우리의 물리적인 거리는 한 뼘 남짓이었지만,

나는 아직도 그와의 심리적인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나는 매일같이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안녕?" 한마디도 건네기가 힘들었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칠라치면,

얼굴이 화끈거려 서둘러 고개를 돌리거나 괜히 딴청을 피웠다. 짝사랑은 참 고독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주 가끔, 태산이가 먼저 다가올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 심장은 요란한 폭죽 소리를 내며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처럼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점심시간, 교실에 혼자 남아 책을 읽고 있는데 태산이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작은 샌드위치 하나를 툭, 내 책상에 올려놓는 너.

"너 아침 안 먹었다며. 이거 먹어."

툭 던지듯 말하는 너의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다정함이 묻어 있었다.

''어, 고마워….''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숙인 채 샌드위치를 받아들었다.

달콤한 딸기잼이 발린 샌드위치. 분명 태산이가 아침으로 먹으려고 가져온 거겠지.

괜히 그의 작은 배려에 눈물이 핑 돌 것만 같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지아야, 넌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해?"

미술 시간, 조별 과제로 큰 벽화를 그리게 되었을 때였다.

우연히 같은 조가 된 태산이가 어색하게 말을 걸어왔다.

내 이름이 태산이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괜히 두근거렸다.

"어? 응… 좋아하긴 하는데 잘은 못 그려."

쑥스러움에 어깨를 으쓱하자, 태산이는 싱긋 웃으며 내게 물감통을 건넸다.

"괜찮아, 같이 하면 되지."

그의 눈빛 속에는 '괜찮아'라는 말보다 더 큰 위로와 용기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하얀 도화지 위에 물감을 섞고, 조심스럽게 붓을 놀리는 태산이의 옆모습은 또 다른 매력을 뿜어냈다.

섬세하면서도 집중하는 모습. 그러다 내가 색을 잘못 칠하자,
잔잔하게 웃으며 자신의 물감으로 자연스럽게 수정해 주는 태산이.

그의 손이 내 손 가까이 스칠 때마다 숨을 참았다. 같은 그림을 그리며 같은 색을 섞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모든 순간이 신기하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비록 별것 아닌 조별 과제였지만, 그날 우리는 그림을 통해 마음의 온도를 조금 더 높여갔던 것 같다.

하루는 복도를 지나다 내가 들고 있던 책이 바닥에 떨어질 뻔했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와 잡아주는 손길에 깜짝 놀랐다.

"조심해야지."

무심한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나를 향한 걱정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작은 순간들이었지만, 태산이의 이런 사소한 다정함들은 마치 마음에 새겨진 점들처럼 하나하나 박혀나갔다.

이 점들이 모여 어떤 그림을 만들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런 작은 관심들이 쌓여서 나는 점점 더 태산이를 향한 마음을 키워갔다.
혼자만의 상상이라며 애써 고개를 저어도, 이런 생각들로 내 머릿속은 매일 소란스러웠다.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괜히 네가 지나간 복도를 더 자주 쳐다보게 되고,

네가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 듣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첫사랑 주제에,되게 고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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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가 짝사랑하는 팬픽,어떤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