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벚꽃이 필 계절, 3월이었다.드라마에서 보면 주인공이 지각하고 남주인공이랑 부딪히고 막 그런다는데,그딴 건 솔직히 관심 없다.오늘도 칼같이7시에 일어나서 고등학교로 향했다.
” 안녕하세요!선도부 한여주입니다. "
” 어 그래.일단 오늘은 첫날이니까 간단하게 지각생들만 봐 주면 돼.열심히 하고?”
다행히 선배는 좋은 선배였다.그렇게 교문에서30분을 서 있었을까.다리가 점점 아파왔다.학생들도 거의 다 왔겠다.잠시 교문 앞 벤치에 앉아서 쉬려던 찰나.저 멀리서 심상치 않은 얘가 보였다.
복장불량에,머리는 새파랗게 염색한 학생.게다가 지각까지 한 거 보면100%날라리다.다가가기 무서웠지만 억지로다가가서 말을 붙혔다.
“ 거기,몇학년 몇 반 누구예요? "
그 얘는 날 한번 쓱 보더니 곧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 태도에 진짜 한대 때리고 싶었는데,겨우 참았다..
” 나요? 나 모르는 사람 없을텐데. "
” 저 신입생이구요.빨리 대답이나 해 주시죠. “
“ 뭐야.너 혹시 또라이냐?”
“ 뭐라고?”
나도 모르게 반말이 나왔다.면전에 대고 욕을 하고 싶었지만 선도부 체면이 있는데.. 꾹 참고 말을 이었다.
“ 몇 학년 몇반 누구세요~?빨리빨리 좀 갑시다.”
“ 2학년 3반 최연준.됐어?”
“ 네,빨리 교실 들어가세요. 10분 지각입니다~”
“ 잠깐만.학년이랑 반,이름 대. "
뭐야.또라이야?찾아와서 복수라도 할까봐 알려주기 싫었지만 이것까지 입 꾹 닫고 있으면 진짜 화낼까봐.그냥 말해줬다.
“ 1학년6반 한여주요.볼일 있어요? "
” 와.. 너 진짜 대박이다.마음에 드는데? "
뭐야 시발.잘못 걸린 것 같다.딱봐도 진짜 미친 것 같은데.. 어떡하냐 진짜 한여주.. 사고쳤네.
그 날은 수업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쉬는시간마다 초조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최연준. 그 사람 보통 아닌 것 같던데..
6교시 쉬는시간.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돌아다녔다.그런데 아니나 다를까.저 멀리 눈에 띄는 파란 머리가 보였다.
” 아,망했다. "
그냥 빨리 화장실로 들어가서 숨으려고 했는데,화장실에 사람이 너무 많아 들어가지도 못하고 파란 머리가 다가오는 걸지켜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 그래.. 한여주 쫄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자.. “
어깨를 쫙 펴고 파란머리가 오는 방향으로 걸어갔다.그러다 잠깐 얼굴을 쳐다봤는데,눈이 마주쳤다.
” 어?한여주다. "
순간,복도의 모든 시선들이 나에게 꽂히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당당하게••
” ㄴ.. 네? "
“ 아침에 그렇게 목소리 크던 얘 어디갔어?”
“ ..아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이럴때는 사과가 답이다.그냥 무작정 사과하면 그냥 넘어갈지도 모른다. 17년 인생.. 누구한테 머리 숙인적은 이 사람이 처음이었다.
“ 이미 기분 잡쳤으니까 사과는 됐고,그냥 번호 찍어.”
“ 네?”
” 번호 찍으라궁. “
용용체 뭐야.. 뭐 반전매력 그런건가?얼굴 쓱 들이밀고는 핸드폰 내미는데 솔직히 안 줄 수가 없었다.제발 연락만 안 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