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승사자
"후-" 하늘하늘하던 불길이 나의 입김 한 번에 슉하고 다 사라졌다.
할머니와 엄마의 축복속에서 촛불을 불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온기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할머니의 묘지 앞에서 촛불이 꺼졌다
"…" 난 감정이 없다.평범한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는게 아닌 난, 감정을 배웠지만 그건 거기서 그만이였다. 의식불명인 엄마와 돌아가버리신 할머니에 더는 그런 감정은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탈탈 탈던 내게 누군가 다가왔다
"..너가?" 중저음에 사투리가 뭍어나오는 목소리였다.
"니가 촛불 불었나?" "….누구세요" "나? 저승사자" "…나 죽었나.."
"아니.…? 내가 이승으로 온거지..니 그 촛불 때문에"
"…? 그러니까..내가 촛불 불어서..나타난거라고요…?"
"응..그러니까..너가 내 신부란 소리지"
말도안돼는 소리다. 이게 무슨 도깨비도 아니고..
난 그냥 아픈사람인 것 같아 지나치려했는데 그 아저씨가 다시 말을 걸었다
"너 지금 나 아픈사람이라고 생각했제?" "네" "진짜다..내 함 믿어봐라"
"믿어야 해요…?" "믿어라. 내가 적어도 1달동안은 니랑 있어야하니까"
"..그건 또 무슨.." "ㅎ잘부탁한다 ㅇㅇㅇ" 저 웃음의 의미는 뭘까. 사람들은 왜 웃는걸까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였다.
난 선천적으로 공감능력이 부족하게 태어났다. 그러니까 감정을 조정하는 뇌가 심하게 작다는 뜻이였다. 그런데 감정을 모르진 않는다 어릴 때부터 배웠었다 감정이라는 것을 남이 웃을 땐 웃고 울땐 덤덤히 그게 엄마가 매일하던 일이였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 감정만으론 되지 않았다. 웃음뒤엔 슬픔이 있고 웃음뒤에 화가 있을 수도 있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의 감정 때문에 따라 웃었다 왜 웃냐며
웃기냐고 꾸짖음을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난 어떻게 해야살지 몰라
난 오늘도 무표정을 유지한다,
"학생..좀 웃지.." 그 아저씨의 말에따라 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억지로 말이다 내 모습은 그야말로 완전 억지웃음인 것 같았다.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 그게 나에겐 수학 문제보다 어려운 것들이였다. 띠디띠디- 탁! 지금은 새벽 5시 23분 난 항상 이 시간에 일어난다.
늘 그랬듯 한손엔 휴대폰을 쥐고 양치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한 포털사이트 메인기사가 배우 송중기 송혜교 부부의 이혼 소식이였다. 몇년 전만해도 세기의 커플로 이목을 끌었던 사람들이
이혼이라니, 난 무심코 그 기사를 클릭했다. 극 기사의 본문 밑 댓글들 중엔 '송중기가 좀 평범한 여자만 만났어도.." 이란 말이 있었다.
그 말중 평범이란 단어가 다시금 엄마를 떠올라게 했다.엄마는 그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계속 그런 말을 했다. 어디서든 평범한척 하라고 나도 나름 노력했다. 엄마와 할머니에게서 감정 이라는 걸 배우고 다들 웃으면 나도 웃고 다들 울면 나도 안좋은 표정을 짓는 것도 배웠다. 하지만 애초에 평범하지 않은 것이 평범해 질 수 있을까
과연 청포도가 그냥 포도가 될 수 있을까. 생각에 잠겨 난 익숙히 엄마의 병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익숙한 길에 하나 달라진게 있다면 혼자가 아닌 두명이 이 길을 걷고 있다는거,
"..신부야 아침부터 어델 그래가노.." 난 본인이 저승사자라고 칭하는
이 아저씨를 올려다 보았다. 이 아저씨도 그닥 평범해 보이지가 않았다. 다시 의문이 들었다 '평범한건..평범하다는건 뭘까'
이윽고 병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엄마가 있는 병실로 갔다
웬일인지 저승사자 아저씨는 병원 입구에서부터 조용해졌다.
"…..엄마 도데체 평범한게 뭐야…?" 아까부터 내 머리 속에서 맴돌던 의문이 드디어 터진 것이다. 엄마가 답해줄리 없다.
엄마는 아직 의식불명의 중환자였으니까, 난 저승사자 아저씨한테
다가갔다 그리고 물었다. "..아저씨 우리 할머니…왜 죽었어요?"
"ㅇ..어…?" 저승사자 아저씨는 몹시 당황한듯 보였다.
"모르면..말고…" 나는 이 말을 끝으로 병실을 나왔고 아저씨도 날 따라
밖으로 나왔다. 갑자기 아저씨가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곤
본인을 올려다보는 날보며 씽긋 웃어보인 아저씨는 말을 하려는지
입을 열었다. "난 내 신부가 안 평범해도 좋아ㅎㅎ" 그 웃음에
내 몸이 이상해졌다. 가슴 쪽이 간지러웠고 웬지 순간 몸의 온도가
급격히 높아진듯 했다. 이런건 평범한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