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윤기는 일어나서 모니터에 떡하니 붙은 포스트잇을 떼서 한 글자씩 읊는다. 급하게 쓴건지 조금은 삐뚤어진 글씨체가 그녀를 닮아 뽀짝했다. 윤기는 퇴근시간인데 너무 잘 주무시길래 캔커피 두고 가요. 내일봐요!! 라고 적힌 포스트잇을 멍하니 보다 12시를 가르키는 시계를 보고는 캔커피를 챙겨서 가방을 들고 야간하는 분들을 퇴근시키고 회사를 나왔다.
"... 어우."
갑자기 윤기의 머리속에는 발랄하게 자신을 따라다시는 여주가 생생했다. 이상형 아니라고 떵떵 소리쳐놓고 생각하는 꼴이라니. 정말 자신도 웃기긴한지 헛웃음을 내뱉고는 집으로 갔다.
***
"민 부장님! 좋은 아침이에요!!"
"김비서님 봐서 좋지 않은 아침입니다."
"쳇, 잘해주면 어디 덧나는 것도 아니구.."
"다 들립니다. 일이나 하세요."
"아 알았어요. 흥."
윤기는 여주를 기가 찬 다는 듯 한심하게 쳐다봤다.

"설마 삐진 건가요."
"어쩌라구요!"
"허..?"
"왜요! 왜!!!"
"말투가 이런 걸 어떡할까요? 고쳐요?"
"아니요, 고치지 마요! 틱틱대는거 ㅈ.. 좋다고요.."
"... 난 또.."
".. 히엑! 부장님 저 걱정해 준 거예요?"
윤기가 한심하단 듯 손을 훠이훠이 젓고 여주가 준 오늘 스케줄표를 보다가 시선이 느껴져서 여주를 보았다.

"왜요, 또 잘생겼나요."
"네!! 잘생기셨어요!!"
"일이나 하세요 김 비서님."
"아직 20분이나 시간 있습니다!!"
"... 그럼 조용히 있으세요."
"헤헤, 부장님은 아침 8시 40분부터 잘생기셨네요."
"그 입 좀 닥쳐요."
".. 매력 있어....."
"진짜 개또라이인가.."
"뭐요???"
"생각만 한다는 게."
여주가 윤기를 노려보다가 그러면 저 쓰다듬어 주세요!라고 했지만 윤기는 아프지 않게 뒤통수를 한 번 때리고는 어제 여주가 준 커피를 마셨다. 여주는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며 저 일하러 갈게요!! 라며 문을 조심히 닫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