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함께 있으면.

함께 있으면.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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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으면.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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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이후, 여주와 지훈 사이에 큰 접점은 없었다. 여주는 지훈을 피해다녔고, 지훈 역시 굳이 먼저 다가가는 일이 없었다.

덕분에 마음을 놓은 여주가 안심한 순간이었다. 내내 가까이 오지 않던 지훈이 여주에게 먼저 다가간 것은.







"…네가 왜 여기 앉아?"


"어디 앉든 내 마음이잖아."


"그게 아니라-"







왜 굳이 내 앞이냐고. 뒷말을 삼킨 여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껏 따로 앉아 먹던 점심을, 이제와서 여주 앞에 급식판을 들고 찾아온 지훈의 행동 변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첫 날 이후로는 옆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쳐다보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다가오려 하는지, 여주로서는 알 방도가 없었다.

그랬기에 여태 그래왔듯, 여주는 먼저 지훈을 피할 것을 생각했다. 옆자리에서 뚫어져라 바라봐도, 먼저 말을 걸어도. 여주는 꿋꿋하게 전부 무시했다. 그리고 그런 매일의 반복이 4일 째에 접어들던 날이었다. 일상적인 얘기를 해오던 지훈이, 뜬금없는 말을 꺼낸 것은.







"안 들리지?"


"뭐?"


"내가 같은 공간에 있으면 잘 안 들리게 되고, 가까이 있으면 아예 안 들렸지, 아마?"


"…너, 뭘 알고 있는 거야."







주어라고는 없는 말이었지만, 여주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마치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만 같은 말투. 그 말투로 내뱉는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여주는 더욱 예민했다.

첫 날처럼 미간을 잔뜩 구긴 여주의 목소리가 어쩐지 떨림을 안고 있는 듯 했다. 그것을 느꼈지만 모르는 척, 어깨를 으쓱거린 지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안다고 할 수도 있고, 모른다고 할 수도 있지."


"어물쩍 넘어갈 생각 말고, 본론만 얘기해."


"사실 확신은 없었어. 그래서 2주동안은 그냥 상황을 지켜봤지."


"본론만 얘기하랬지. 말 길게 끌지 마."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 알고 있다고 해서 딱히 뭘 어쩌려는 건 아니니까. 난 단지, 내가 본 것을 확인해보고 싶었을 뿐이야."







알고 있어도 딱히 뭘 어쩌려는 건 아니다. 그리 말하는 것에, 여주는 지훈이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음을 확신했다.

다만 본 것을 확인해보고 싶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어, 쉽사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지훈이 본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무얼 봤기에 자신에 대해 아는지 알 수 없어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런 여주를 아는지 모르는지, 지훈이 말을 이었다.







"그렇게 지켜본 결과, 내가 본 것과 똑같은 상황이 이어졌어. 그래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


"나한테 궁금한 게 많지?"







그리 묻는 지훈의 속셈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위해, 여주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짐작조차 가지 않는 지훈의 생각에 여주가 짜증스레 말문을 열었다.







"궁금하다고 물어보면, 솔직하게 답한다는 보장이 없잖아."


"잘 아는 사람도 아니니까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별로 널 속일 생각은 없어."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네가 날 못 믿어도 어쩔 수 없어. 적어도 난 네 존재가 필요하거든."


"뭐?"


"그래서, 한 가지 약속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 약속을 지킨다면, 나도 묻는 말에 전부 솔직하게 답할 테니까."


"…그게, 뭔데."







지훈의 말을 전부 신뢰할 수는 없었으나, 그만큼 궁금증 역시 참을 수 없었다. 어차피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면 피해봤자 의미도 없겠지. 그리 생각하며 묻는 말에, 지훈이 미소지었다.

예쁘게 말려 올라간 입꼬리를 보며, 그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긴장한 여주가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들려오는 지훈의 말에 미간을 좁힌 여주가 제 귀를 의심했다.







"계속 나랑 같이 있어줘야겠어."


"…뭐?"


"나랑 같이 있어달라고. 계속."


"뭐하자는 거야, 지금?"







무엇을 원하고 하는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계속 같이 있는 것으로 어떤 득과 실이 있을지 알 수 없는데, 다짜고짜 같이 있어달라니. 심지어는 계속이라니, 얼마나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에 구겨진 미간이 더욱 깊어졌다. 그런 여주의 얼굴을 가만히 마주하던 지훈은 가볍게 숨을 골랐다.







"내 말이 뜬금없다는 건 알겠는데, 일단 약속 먼저 해줘."


"…."


"그럼 적어도 네게 폐가 되지는 않을테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그 부분만큼은 나도 어쩔 수가 없는데. 날 믿을지 말지는 네 판단이니까."







무조건 날 믿으라고 억지를 부릴 수는 없는 일이잖아. 그리 말하며 어깨를 으쓱거리는 지훈의 행동에 눈쌀을 찌푸린 여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믿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도, 어쩐지 이상했다. 자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았는지도, 어디까지 아는지도, 무엇 때문에 접근하는지도, 왜 같이 있어주기를 바라는지도.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네 얘기 먼저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겪는 낯선 정적에, 여주는 믿어보고 싶었다.







"믿고 말고는 그 다음이야."







눈 앞에 있는 지훈의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