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이 약속한,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전화 한 통도, 문자 한 통도 없었다.
-윤하야, 나 지안데.. 혹시 다니엘한테 연락 없어?
윤하도 받은 적이 없고..
-고객님이 전화기가 꺼져있어...
성우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어. 난, 다니엘을 믿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보고 싶어 미치겠지만, 그래도.. 믿으니까.
-
“야, 보스. 이거 언제까지 해야되는데? ..하..”
“그러니까 가랬잖아.”
이미 많이 지쳐보이는 다니엘과 성우이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벽에 몸을 기대고 있다. 그 잠시의 틈에도 손에서 총을 놓는 일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이기는데?”
“못이겨. 이미 졌어. 일주일이 넘었거든.”
“무슨 소리야. 우리가 계속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계속 싸우고 있는데, 아무 말이 없잖아. 아무 명령이 없잖아. 함정인것 같다.”
“뭐? 그럼 어떻게? 하염없이 싸우라고?”
“조용히 좀 하지..?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야.. 설마 그거.. 니 피는 아니지...?”
“그럼 누구 피겠냐..”
“...설마.. 맞았냐..?”
“...신경 꺼. 별거 아니니까.”
“얼굴이 별게 아닌게 아니거든? 장난치냐..?”
“...하...”
언제부터인지. 모두가 전쟁에 집중하는 사이 다니엘의 팔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총을 맞았으면 맞았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싸울 수가 없으면 없다고. 그 한 마디를 하지 않고. 총을 맞으면서 큰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지, 그가 보스였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버티겠냐..?”
“....윽...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얼마나 버틸 수 있으면. 그 안에 끝낼 수는 있고?”
“도망이라도 쳐야지 그럼!”
“풉, 도망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럼 어쩔건데. 피도 계속 흐르는데.”
“그래서 말인데, 니 소매좀 찢어줘라.”
“..미쳤냐..? 그 몸으로 더 싸우겠다고?”
“다 끝나가. 다 죽이는게, 제일 나은 방법이야.”
“...미쳤지.”
성우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왼쪽 소매를 찢어주었고,
다니엘은 그걸 받아 자신의 팔뚝, 피가 멈추지 않고 새어나오는 부분을 세개 조여 묶었다.
“..으윽...!!”
탕탕—!
다니엘의 신음소리는 성우의 총소리에 묻혀 밖으로 새지 않았다.
“도대체 사람이 몇명인거야..!!!”
다니엘이 다친 상황에서, 성우는 불안함에 소리쳤다.
“나 안죽어. 살아돌아 갈거야.”
“당연한 소리를 하냐 새끼가.”
내가 도망가지 않고 싸워야 하는 이유는 내가 보스라서, 그 단 하나였고, 내가 살아서 돌아가야하는 이유는 한지아, 너 단 하나였다.
-
“지아야. 성우가 없어졌어.”
“뭐라고? 핸드폰도 꺼져있던데..”
“다니엘한테.. 간 것 같아.”
일주일 하고 삼일이 지났다.
다니엘의 소식도, 성우의 소식도 전해지는 건 없었다.
남아서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빈 다니엘의 집을 매일같이 찾아가는 일밖엔.
임무를 마치고, 너무 피곤해서 나한테 연락하는 것도 까먹고 집으로 먼저갔을까봐. 그리고 자느라 연락을 못한 걸까봐.
그래서 매일같이 찾아가, 만약 네가 그러고 있으면 혼줄을 내주려고 했다.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도 안하고 잠이 오냐고..
근데.. 이젠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그게 제일 좋은 결말이었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그러다가 연결음만 이어지던 다니엘의 전화도 꺼져 버렸다.
불안함이 밀려온다. 차라리 연결음이라도, 받지 않는다해도 그게 나았다.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래야지..”
“나랑 약속했거든.. 꼭 살아서 돌아온다고..”
윤하는 다니엘이 돌아온다는 연락을 받은 후, 다니엘이 돌아오기 직전 지아에게 전할 말이 있었다.
우리 이제 만날 수가 없다고.
다니엘이 돌아오고 나면, 다니엘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나를 지키기 위해 아주 멀리, 사람들이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날 것이고, 그때 우리는 함께할 수 없다고.
네가 기억을 잃었을 때, 옛 기억에 대해서 우리 마음대로 숨기려고만 해서.. 너의 마음은 하나도 생각해보지 않고, 그게 맞는 거라고 판단해서.. 미안하다고.
4년 전에, 나한테 잘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우리의 유일한, 다니엘이 그려놓은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다니엘이 돌아온다는 연락은 오지 않고..
곧 끝이 나야할 우리의 여정은, 새드엔딩일까봐 불안감에 휩싸였다.
-
일주일이면 된다고 그랬는데..
일주일 하고도 사 일이 지났다.
“..이제.. 끝난건가...”
“...그런 것 같은데..”
사람들의 피냄새가, 시체냄새가 코를 찌른다.
계속해서 들이닥치던 것이 멈췄다.
“....하..”
“...괜찮냐..?”
“...아직은..”
다니엘의 팔에서 흐르는 피는, 꽉 조여 맨 성우의 옷조각을 뒤덮었다.
“....하....”
계속 해서 낮은 숨소리만 내뱉는 다니엘을, 성우가 다친 팔의 반대쪽 팔을 잡고 부축하며 일으켰다.
다니엘은 성우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으며 무전기를 들었다.
“끝났다. 다들 모여.”
성우가 가지고 온 차 앞으로 모였다. Y
“...다 온거야..?”
투입된 인원에 턱도 없는 인원이 살아남았다.
“1조.”
“두명입니다. 작전중 다섯, 사망하였습니다.”
“...2조.”
“...없습니다.”
“.....3조..”
“ 하나. 작전중..”
“됐어. 하.. 다들 차에 타. 바로 출발한다.”
성우가 자기가 운전한다고 다니엘에게는 조수석에 타라고 했다.
남은 팀원들이 모두 타고 문이 닫힐 때,
펑—!
폭발하고 말았다.
-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그러다가, 한 달이 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