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JoKer

42. 작전명: 작전 중 전사


이제는 다니엘 집에도 갈 수가 없었고, 그래서 여주의 행동방경은 집과 카페. 두 곳으로 줄어들었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딸기타르트 주세요.”

돈을 건네는 남자의 손이 상처 투성이였다.

그래서 눈이 간 그의 손을 돈을 받으며 바라보던 여주는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못보던 상처가 너무 많이 생겼지만, 꼭 다니엘의 손과 닮은 것 같아서..

익숙한 그의 손에 돈을 받다가 멈춰버린 여주에게 한 남자가 너무도 기다렸던 목소리로 다시 말을 걸어온다.

“많이 늦어서 미안해..

여주야..”

작전명:

작전 중 전사

투입된 병력에 비해 남은 팀원들은 턱없이 적었다. 무기 마저 다 떨어진 상태에서 성우의 도움으로 겨우 이 정도라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잠시라도 집중의 끈을 놓치면 목숨이 날아갈까, 현장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던 팀원들이 마음을 놓고 차에 타자마자 등을 기대어앉았다. 하필 그 순간에 차가 터져버리다니.

펑--!

폭발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아,!"

팔에 난 상처 때문에 눈을 떳을 때, 나와 성우가 팀원들을 태우던 차는 언제 있었냐는 듯 모습을 감췄다. 귀가 멍멍한 탓에 고개를 흔들며 관자놀이를 손바닥으로 쳐댔다. 그 다음 발견한 건 아직도 기절한 채 있는 성우였다. 몸을 일으켜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걸었다.

"야... 야아..."

아무 반응이 없는 성우의 앞에서 아파오는 팔뚝을 부여잡으며 성우를 깨웠다.

성우가 찢어준 자신의 옷자락이 나의 상처에 그대로 묶여 있었고, 한쪽 손과 이빨을 이용해 더 단단히 조여 묶었다.

"야..! 옹성우..! 일어나..!"

답답한 핼멧을 벗어던지며 성우를 흔들어 깨웠다.

"제발 좀 일어나라고..!"

팀원들을 먼저 태우고 성우와 내가 차에 올라타기 직전 뒷자석의 문이 닫히자 차가 터졌고, 그 충격에 성우와 나는 차에서 멀리 날아가버렸다.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앞에다 던져놓고 딱 한 발 남겨둔 권총으로 휴대폰을 쏴 박살냈다.

그리곤 걸리적 거리는 헬멧을 벗어 던지고 성우의 옆에 몸을 뉘였다.

"하..."

긴 한 숨을 내 쉴 때였다.

"괜찮냐?"

성우가 말했다.

"깼냐?"

"어..."

성우도 깨자마자 나처럼 머리가 어지럽고 귀가 아픈듯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신음을 뱉었다.

"이런 미친... 차를 통째로 날려버리네... 이제 어떻게 가냐..?"

"방법은 있지."

"뭔데? 야, 근데 너 팔..!"

성우의 옷조각을 더 조여 맸지만,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고 있었다. 피가 좀 멈출만 하더니 차가 폭발하면서 상처가 더 벌어진 것 같았다. 이제는 팔뚝에서부터 피가 흘러 손등까지 닿았고, 그걸 본 성우가 깜짝 놀라 내 팔을 확인한다.

"너 이거 이러다가 과다출혈로 죽어! 알아?!"

"당연히 알지. 그러니까 빨리 가자고.."

며칠 전 임무를 수행하던 중 회장으로 부터 온 연락 한 통. 이길 수 없다면 너만 빠져나오라고.

그 말을 듣고 난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기 보스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나의 팀원인데. 어떻게 나만 도망갈 수 있을까. 그래서 임무를 성공하고자 한 것이다. 물론 완벽한 승리는 아니어야 한다.

그 연락이 닿았던 때, 회장은 내가 살짝 빠져 나올 수 있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차를 한 대 두었다고 했다.

이 차를 사용하게 될 줄 몰랐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 차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이 차는 믿고 타도 되는 거야? 또 터지면 어떻게?"

"회장이 나만 빠져 나오라고 세워둔 차야. 방법이 이거 밖네 없어."

우리는 그렇게 차를 타고 달렸다. 하지만 지금 너에게 돌아가긴 무리였다. 팔에서 피는 아직도 멈추지 않았고, 시야가 흐려지며 점점 더 어지러워지기 시작했으니까. 한 시라도 빨리 피를 멎게 해야했다.

"차에 아무 것도 없었냐? 응급키트 같은거.."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 병원까지 가려면 아직 좀 더 가야해. 조금만 참아봐.."

그렇게 차안에서 잠이 들었다.

"케이! 정신차려! 잠들면 안돼..!"

성우의 외침이 들렸던 것 같기도 하지만 정신을 차리려고해도 내 눈이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만 조금만..!"

조금만 참으라는 그 말을 듣고, 안간 힘을 다해 눈에 힘을 주고 정신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너를 다시 만나러 가야하니까. 죽지 않고 살아돌아오기로 약속했으니까. 꼭 지키고 싶었으니까.

"다왔어, 병원이야, 케이, 괜찮아?"

병원에 도착했다는 성우의 목소리에 남은 모든 힘을 쏟아부어 버티던 눈이 감겼고, 그 후로는 아무런 기억도 없었다. 깨어났을때, 성우는 내 병실, 나의 옆에 있었고, 나는 환자복을 입고 수액을 맞고 있었다.

"나 흔적 남으면 안돼는데.. 여기.. 병원에.. 내 이름..."

"걱정 마. 내가 알아서 다 했어. 설마 내가 그 정도도 모를까봐?"

"오늘.. 무슨 요일이야..?"

"너 수술 끝나고 4일 지났어. 괜찮아 좀 쉬어도 돼. 어차피 회사에서는 우리 다 죽은 줄 알아. 그러니까 그냥 마음 푹 놓고 좀 쉬어. 일주일동안 교대로 잠시 눈 붙인 게 다잖아."

"나 가야되는데... 딱 일주일 걸린다고 했거든.. 지아한테.."

"너 몸은. 너 조금만 늦었어도 큰 일 날뻔했다고!"

"아, 시끄럽네 진짜.. 살았으면 됐잖아."

나는 성우가 나를 보며 걱정에 쌓인 화를 퍼부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원래 이런 사이였던가? 얼마전까지만해도 지아라는 한 여자를 두고 다툼을 하던 사랑에 눈이 먼 두 남자였던 것 같은데. 그 때까지만 해도 서로가 서로에게 적이었는데. 우리가 언제부터 이랬다고. 웃음이 났지만 성우가 나한테 하는 언행은 모두 진심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옛날에는 한 팀이었는데..

"그래. 네 말대로 할게. 대신 하루 만이다?"

"말같지도 않은 소리 마. 실밥은 풀고 가야될 거 아니야."

"근데 내 옷은?"

"팀복은 피냄새가 진동을 하는 데다가 여기저기 다 찢어져서 갖다버렸어. 새 옷 사다놨으니까, 나중에 몸 좀 나아지면 입어봐."

“풉,”

성우의 모습을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린 다니엘이다.

그의 웃음에 미간을 찌푸린 성우가 왜그러냐며 물었다.

“그냥. 옛날 생각나서.

회장이 날 찾고 있을텐데..”

“절대 못찾아. 너는 그날 차가 폭발할 때 팀원들이랑 같이 죽었거든. 작전 이거 아니었어? 임무 중에 죽는거.”

“뭐야. 다 알고 있었네..”

“윤하한테 들었어.”

“....고맙다. 도와줘서.”

“뭘.. 그래서 죽은 소감이 어때?”

“풉... 개운한걸..?”

여기서 너에게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당장 돌아갈 수가 없었다. 실밥은 풀고 가라는 성우의 말에, 이미 내가 뭐라고 말하든 무시해버릴 거라는 꼳꼳한 태도가 느껴졌다.

“지아한테 연락 좀 해줘. 나 살아있다고. 좀 늦어질 것 같다고..”

“너가 이러니까 내가 너한테 밀렸겠지...

자기 목숨이 오가는데도 온통 지아 생각뿐이지?”

정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자그마한 마을까지 들어온 것 같았다. 병원의 창 밖에 보이는 작은 집들을 보니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정말로, 이 모든 전쟁이 끝났구나.

병원의 벽에 달린 전자시계를 보니, 내가 너에게 약속한 일주일에 딱 이주가 더, 그러니 3주가 지나있었다.

4일은 무슨... 일주일은 누워 있었네...

지아가 많이 기다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