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우리가 새겨진 터널.

[공모전] 05| 우리가 새겨진 터널.

나는 뭐든 해주겠다는 세준 씨의 말에 멈칫했다. 사실 원하는게 하나 있긴 한데···. 내가 진짜 무언갈 원하는 것을 느끼고, 싱긋 웃었다. 살짝 웃었는데도 보조개가 깊게 들어갔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여주 씨. 원하는 거 있어요? 뭐, 내가 뭐 해줄까요?”


“나 터널에 그림 그려도 돼요?”


“···. 그리던지요. 근데 오늘은 조금 늦어서 안 돼요.”


“치.. 알겠어요! 그럼 내일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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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당연히 되죠. 내일은 하루종일 그려도 괜찮아요-.”



다음날



오늘은 내가 제일 사랑하는 토요일!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하루종일 그릴 수 있는 날이다. 나는 내가 아끼는 물감들과 붓을 가지고 가방에 담아 터널로 향했다. 터널 안은 조금 어둡긴 했지만 나만의 그림을 그리기에 좋다. 턱, 그때 내 어깨에 누군가가 부딪혔다. 보니까 세준 씨가 있었던 것이다.



“어···? 세준 씨가 여기엔 왜 왔어요? 주말인데. 열심히 일 했으니까 쉬지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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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주 씨 그림 그리는 거 구경하고 싶어서요-. 맞다, 나 돗자리도 챙겨왔어요! 쉬고 싶을 때 말해요-.”


“네! 고마워요-.”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계속 시간이 흘렀고 계속 구경하던 세준 씨도 점점 피곤해 졌는지 돗자리를 핀 후 돗자리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았다. 나는 그런 세준 씨한테 집에 가서 자도 된다고 말하자, 세준 씨는 눈도 뜨지 않은 상태로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럼 누워서 자요. 라고 했다. 그랬더니 세준씨는 눈을 부비적 거리며 누웠다. 조금 추워 보이길래 내 겉옷을 벗어 덮어 주었다.




그렇게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조금 오래 잔 세준 씨를 흔들어 깨웠다. 세준 씨는 기지개를 피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한쪽 눈을 뜨더니, 남은 반대쪽 눈도 떴다. 조금 있다가 정신이 조금 들었는지 나에게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나는 그림만 그렸지, 밥은 한 끼도 먹지 않았다.


“음, 좋아요! 뭐 먹을까요?”


“근처에 포장마차에 멸치 국수 맛있던데, 갈까요?”


“우와-, 좋아요!”




조금 대화를 하다보니 서로 더욱 마음이 열리는 것 같다. 아, 맞다. 요즘 그림 그릴 아이디어를 점점 다 써가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사소한 거라도 사진을 찍어두고 그릴 생각이다. 나는 조금 갑작스럽지만 세준 씨한테 세준 씨를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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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되죠-. 예쁘게 찍어줘요, 기왕이면 여주 씨가 반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