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가진 것의 가치

09 | 가진 것의 가치 - 활기와 욕정

저작권 2020. 안생. 모든 권리 보유.



※로맨스, 썸 일절 없는 휴먼 장르입니다.※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photo



꿈이 없어도 괜찮다.


공부를 못해도 괜찮다.


네가 가진 것엔 그 만한 가치가 있으니.



photo



"아, 기억 난다. 그건 왜?"

"어제 김석진 가방에서 중간고사 시험지랑 답지 나왔대."

photo
"이상하지 않아?"



윤기와 지은이 하연의 행동을 목격했던 건 학교가 끝나기 전 쉬는 시간, 그리고 석진의 가방에서 시험지가 발견된 건 그날 종례시간. 누가 봐도 이건 의심해 볼 만한 전개였다.



"··· 그렇네."

"근데 백하연이 그런 짓을 왜 해."

photo
"걔 전교 1등에 관심 없잖아, 김석진하고 별 사이도 아니던데."

"내가 아냐."



윤기와 지은이 봤던 건 그저 하연이 두꺼운 종이를 석진의 가방에 넣는 것,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 하나만 가지고서 하연을 범인으로 몰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photo
"근데 뭐, 걔가 아닐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



그래도 이상하긴 해, 대화는 끝났지만 하연의 행동.은 찝찝하게도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



3학년 3반



photo
"김석진, 괜찮아?"

"어, 괜찮아."



공부를 하던 석진이 서영의 물음에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걱정하는 서영의 표정이 좋지 않자 석진이 정말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문제도 제대로 못 보고 답지는 하나도 못 봤어."

photo
"뭐, 1점짜리 하나 정도 틀려주면 되겠지."



누구보다도 화가 나고 속상할 사람은 석진이었지만, 정작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을 하며 저보다 더 마음 아파하는 서영을 위로했다.



***



학교 뒷편



- "아, 했다고."

- "어, 걔 걸려서 어제 교무실 갔어."



담임 선생의 심부름으로 분리수거장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윤기와 지은이 분리수거장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둘이 눈빛을 교환하더니 쓰레기를 그 자리에 내려놓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 "나 참, 진짜."

photo
- "아빠는 아빠 딸이 학교에서 전교 1등한테 누명씌운 걸로 평생 죄책감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



하연이었다. 전교 2등 백하연, 석진과 같은 반인 백하연. 목소리의 주인이 하연인 것을 알자 놀란 지은과 윤기가 서둘러 벽에 기대 입을 틀어막고 하연의 통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 "됐어, 확 다 불어버리기 전에 그만해."

photo
- "아, 나 진짜 쪽팔려 죽을 것 같으니까 그만하라고."



하연이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소리치자 당황한 윤기와 지은이 서로를 쳐다보다가 다시 하연에게 집중했다.



"씨, 진짜···."



하연이 전화를 끊고 잠시 동안 가만히 서 있다가 자신들 쪽으로 오는 것에 엿듣고 있던 지은과 윤기가 놀라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달려가 쓰레기를 버리는 척을 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



다음날



"백하연, 얘기 좀 하자."



지은과 윤기는 사실 확인을 위해 종례가 끝나자마자 3반으로 가 복도로 나오는 하연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어리둥절한 하연을 데리고 어제 그녀가 통화했던 그 장소로 향했다.



"나한테 볼 일 있어?"

photo
"네가 그랬어?"



다짜고짜 불러내서 하는 말이 내가 그랬냐니, 뭐를? 가만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지은의 옆엔 석진의 친구인 윤기가 있었다. 하연은 윤기를 보고, 지은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눈치챘다.



"··· 뭔 소리야."

photo
"김석진 가방에 시험지 넣은 사람 너냐고."



놀란 건지, 당황한 건지,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지금 하연의 표정을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 둘을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을 뿐.



"··· 어떻게 알았어?"

photo
"어제 여기서 전화하는 거 들었어."



지은이 기세등등하게 팔짱을 끼고 하연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하연이 아무 반응도 없이 그런 지은을 응시하더니, 잠시 뒤 입을 열었다.



"그럼 이것도 잘 알겠네."

"우리 아빠가 시켰다는 거."

photo
"나도 내가 원해서 한 거 아니야, 난 하기 싫었어."

"근데 네가 한 건 맞잖아."

"그래, 내가 한 거 맞아."



빨리 지은과 윤기와의 대화를 마치고 싶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하연이 재빨리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에 어이가 없는 사람은 윤기와 지은이었다. 



photo
"왜 했는데, 그냥 안 하면 되는 거였잖아."

"너 설마, 전교 1등 찍고 싶어서 그랬냐?"



속으론 석진만큼이나 혼란스러웠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 오히려 당당하게 나오던 하연이 1등을 들먹이는 지은의 한마디에 무너지며 이해할 수 없는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야, 난 1등 안 부러워."

photo
"2등만 해도 내 밑에 깔린 애들이 얼마인데."



photo



우리 안에는 활기와 강력한 욕정이 자리잡고 있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