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2020. 안생. 모든 권리 보유.
※로맨스, 썸 일절 없는 휴먼 장르입니다.※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꿈이 없어도 괜찮다.
공부를 못해도 괜찮다.
네가 가진 것엔 그 만한 가치가 있으니.

"야, 난 1등 안 부러워."

"2등만 해도 내 밑에 깔린 애들이 얼마인데."
그러고는 하연이 귀찮게 됐다는 듯 손가락으로 미간을 꾹꾹 누르며 한숨을 쉬더니, 하연의 한마디에 벙어리가 된 지은과 윤기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좀 꺼 줄래?"
윤기와 지은을 한 번 노려보고는 가버리는 하연에 어이가 없는 지은이었다. 지금 당당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데, 김석진한테 누명이나 씌워놓고 말을 왜 저렇게 해?

"아, 말하는 X가지 봐라 진짜."
"우리 둘만 아는 것 같지. 아, 이걸 말해야 하나."
"자기 입으로 다 불었으니까 팩트 아닐까?"
"그래도 좀 더 기다리자."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까."
***
음악실
악기실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서영이 노래가 끝나자, 마이크를 끄고 자신의 반대편에 앉아 노래를 듣고 있던 석진을 불렀다.
"야, 범인 나오면 어떡할 거야?"
"··· 몰라."
"왜 몰라."

"야, 나 같으면 교무실 옆에 엄청 크게 대자보 써서 붙이겠다."
의자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두 손가락으로 마이크를 잡고 흔들거리며 말하는 서영에, 웃음이 터진 석진이었다. 힘든 상황 속에서 이렇게 위안과 위로를 받아본 게 언제였는지.
"범인 나오면."

"네가 대자보 쓰는 거 도와줄래?"
고난과 역경이 가득한 삶 속에서 위안을 받으며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슬픔도, 아픔도 잊고 웃으며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 좋아."
아마 그것만으로도, 삶의 가치는 빛날 것이다.
***
며칠 뒤
"윤서영, 윤서영!"
교무실에 다녀오겠다던 지은이 헐레벌떡 달려와 3반으로 들어오며 서영의 이름을 크게 부르는 것에, 엎드려 있던 서영이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몸을 일으켰다.
"왜."

"김석진, 김석진 걔 정학 먹었어···!"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서영에 "김석진 시험 끝날 때까지 학교 못 나온다고!" 라고 크게 말하는 지은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데 정학이라니.
"뭔 소리야, 그게."
"선생님들이 아직 선도위원회도 안 열렸는데."

"자기들끼리 얘기해서 김석진한테 정학 먼저 때렸어."
아니 뭐 그딴 선생이 다 있어? 정학을 먹일 거면 징계를 내려야 되고, 징계를 내리려면 선도를 먼저 열어야지! 답답해 속이 터지는 지은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야 윤서영, 김석진 가방에 시험지 넣은 사람 있잖아."

"백하연이야, 너네 반."
***
하교 시간
종례가 끝나고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종례 시간 내내 석진에게 지은과 윤기에게 들었던 말을 전할까 고민하던 서영이 조심스럽게 석진을 불렀다.
"김석진."
서영의 부름을 못 들은 건지, 석진은 가방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석진도 분명 정학 처분을 받아 저러는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석진에게 진범을 알려주려는 서영이지만 그대로 뒷문으로 향하는 석진이었다.

"야, 김석진!"
서영은 반 학생들이 다 들을 정도로 석진의 이름을 크게 불렀지만, 석진은 뒤를 돌아보기는커녕 멈칫하지도 않고 그대로 반을 나가버렸다.
"아, 진짜···."
그렇게 반을 나가버리는 석진를 보고 어떡하지, 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서영이 가방을 메고 반을 나가려던 하연에게 달려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백하연."
"어?"

"할 얘기 있어, 잠깐 보자."

진실은 빛과 같이 눈을 어둡게 한다. 반대로 거짓은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같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 카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