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가진 것의 가치

12 | 가진 것의 가치 - 실수를 범했을 때

저작권 2020. 안생. 모든 권리 보유.


 
※로맨스, 썸 일절 없는 휴먼 장르입니다.※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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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어도 괜찮다.


공부를 못해도 괜찮다.


네가 가진 것엔 그 만한 가치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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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의 집



"하연아, 김석진 정학 처분 받았다는 소식 들었어?"

"며칠 뒤에 선도위원회도 간대, 잘했어. 이제 네가 전교 1등하면 되는 거야."



쇼파에 가만히 앉아 있던 하연의 앞으로 그녀의 아버지가 다가와 앉아 테이블의 놓인 신문을 집어들며 말했다. 그러자 하연이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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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전교 1등 필요 없다고, 필요 없다는데 왜 자꾸 그래."

"왜 1등이 필요가 없어."

"세상은 2등을 아무도 안 기억해, 1등만 기억하지."

"그러니까 다들 목숨 걸고 1등하고 싶어하는 거야."



맞는 말이었다. 순위를 말할 때도 맨 꼴등부터. 그렇게 올라오다 보면 낮은 순위는 다 잊어버리고 맨 마지막인 1위만 기억하게 되니까. 사람들에겐 제일 금방 알게 된 1위만 기억할 수 있으니까.



"난 아니야, 난 사람들이 기억해주고 그딴 거 필요 없어."

"아빠 때문에 내가 학교에서 얼마나 죄책감 갖고 사는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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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나 때문에 선도 가고, 나 때문에 정학 먹고, 나 때문에 시험도 못 보고 애들한테 뒷담 까여."

"이러는데 내가 어떻게 전교 1등을 해."



울먹거리며 지칠 대로 지쳤다는 듯 크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하연이 말했다. 그러자 하연의 아버지는 그런 하연을 한 번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신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마음에 걸리면 사과는 졸업하고 해, 학기 중에는 안 돼."



하연의 이런 하소연은 그녀의 아버지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하연과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저 대충 하연의 말의 맞장구를 쳐주는 것 뿐. 시선은 신문을 향해 있었다.



"···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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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과는 썩은 사과야."

"썩은 사과를 누가 받아, 그런 건 못생겨서 쳐다보지도 않아."



잠시 둘 사이의 침묵이 흘렀다. 하연의 아버지는 더 이상 하연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으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앉아 있던 하연이 따라 일어나며 자신의 아버지를 불러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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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빤 여기까지만 해, 앞으론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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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꼴등 주제에 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 말을 들은 서영의 표정은 꽤나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석진도 뒤늦게 자신이 한 말에 당황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서영을 뒤로한 채 집으로 들어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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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시험도 못 보고, 선도에 정학에. 윤서영은 그저 나를 도와주려고 그런 것일 텐데.

석진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백하연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것인지. 석진은 이불 위를 살짝 걷어 얼굴을 드러내고는 손을 뻗어 불을 끄며, 다시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머리 끝까지 확 덮었다.



***



다음날



"선생님, 이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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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학을 때리려면 징계가 먼저고, 징계를 내리려면 선도가 먼저예요."

"아직 선도위원회 열리지도 않았는데 왜 정학 먼저 때리세요?"



매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에 찾아와선 3학년 부장 선생한테 석진을 선도 보내지 말라, 정학 취소해줘라, 하는 윤기 때문에 교무실에 바람 잘 날이 없다.



"너 이 일에 관련 있어?"

"네, 선도도 안 열렸는데 정학 먹은 김석진이 제 친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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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잡을 곳이 없는 게 얼마나 마음에 안 드셨으면 이런 걸로 화풀이를 하세요?"

"틀리라고 내는 문제 다 맞고, 사사로운 거 하나도 안 틀리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벼르고 있었잖아요."



윤기가 3학년 부장 선생한테 비웃음을 날렸다. 그러자 윤기의 표정을 본 3학년 부장 선생이 의자에서 일어나 윤기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자, 윤기의 뒤에서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지은이 윤기의 앞으로 가 둘의 사이에 끼어들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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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쌤, 그래도 시험은 보게 하는 게 어떨지···."

"김석진이.. 그럴 애가 아니라는 건 다 아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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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X, 뭐 저딴 인간이 다 있어."

"빡치네, 진짜. 확 교육청에 신고해버려-"

"어어, 야. 그러다 너까지 선도 간다."



교무실에서 나온 지은이 교무실 문을 발로 쾅- 차자, 놀란 윤기가 당황하며 지은을 저지했다. "아니 선생이 저래도 돼?" 지은이 자신의 일인 마냥 화를 내며 답답해하자 윤기는 그런 지은을 살살 달래며 4반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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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에서 일을 끝내고 3학년 층으로 올라오던 하연이 교무실 앞에 있는 윤기와 지은을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순간 하연은 생각했다, 요즘 들리는 소문엔 윤기와 지은이 석진의 징계를 막으려고 매번 교무실을 찾는다고.

멀리서 보는 지은의 행동은 아마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화가 난 듯 보였다. 아마 저 둘이 계속 저렇게 교무실을 찾는다면 3학년 선생들은 물론 이 학교에게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자신 때문에 죄 없는 석진이 누명을 씌우고 시험을 못 보고 징계를 받는다. 이 때문에 아무 사실도 모르는 저 둘까지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



교실



"윤서영."



하연은 윤기와 지은이 4반으로 들어가자 서둘러 3반으로 돌아와 서영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서영의 자리로 온 하연이 주변 학생들의 시선을 살피보는 그녀에게 조용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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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는.. 어떻게 됐어?"



하연의 물음에 서영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곧 서영의 침묵의 의미를 깨달은 하연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 너까지 끼어들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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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줘서 고마웠어."

"야, 잠깐만-"



하연은 사과를 끝으로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하연의 말에 서영은 그녀를 따라 교실 뒷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서영은 하연을 따라갈 수 없었다.



***



교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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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어, 왜. 무슨 일 있어?"



모든 걸 다 말하리라 다짐하고 담임을 찾아 온 하연이, 막상 담임의 앞에 서니까 해야할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김석진··· 선도위원회 언제 열려요?"

"어.. 4월 6일, 그건 왜?"



4월 6일이면, 4월 중간고사로주터 약 2주 전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석진은 시험을 볼 수 없으니, 하연이 전교 1등이 된다.

하지만 하연은 더 이상 사실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무 잘못 없는 석진이며, 매번 교무실에 가다가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윤기까지. 더 이상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보면 안 된다.



"선생님, 김석진 아무 잘못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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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김석진 정학 풀어주시고, 선도 보내지 마세요."

"무슨 소리야 그게."

"제가 그랬어요."



소란스럽던 2층 교무실이 하연의 한마디에 조용해졌다. 하연의 바로 옆에 있던 다른 선생부터, 교무실 끝에 있는 곳까지. 자기들끼리 떠들던 선생이며, 타자를 치던 키보드 소리가 일제히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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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랬어요, 제가··· 김석진 가방에 시험지 넣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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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범했을 때 뒤돌아 보지 말라.
과거를 바꿀 순 없지만 미래는 아직 네 손에 달려있다.

- 휴화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