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가진 것의 가치

14 | 가진 것의 가치 - 죄책감이란

저작권 2020. 안생. 모든 권리 보유.


 
※로맨스, 썸 일절 없는 휴먼 장르입니다.※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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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어도 괜찮다.


공부를 못해도 괜찮다.


네가 가진 것엔 그 만한 가치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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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얼마 안 남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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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한테 보여줘야지, 네 힘으로 전교 1등했다는 거."



***



며칠 뒤



"야, 김석진 학교 왜 와?"

"쟤 정학먹은 거 아니었어?"

"미X, 시험지 훔친 주제에 전교 1등이라고 막나가네."



시험이 2주정도 남았을 무렵. 정학과 선도 위원회가 취소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 석진을 맞이해주는 건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반 학생들의 뒷담화였다.

석진은 덤덤하게 그런 얘기들을 무시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와서 가방을 내려놓고 있는데, "김석진!" 갑자기 뒷문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쳐다보니, 자신의 친구 윤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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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어, 내 새끼."



어젯밤 석진에게 연락을 받은 윤기가 아침 일찍부터 와서 석진을 기다리더니 그가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달려와 세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천천히 윤기를 따라온 지은이 윤기의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민윤기가 네 정학 풀겠다고 쌤들한테 찍혀가면서 엄청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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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덕분에 나까지 쌤들한테 찍혔지만.."



고마워. 전과는 다르게 다시 미소를 띠는 석진에 지은도 미소도 대답했다. 자신에게 꼭 붙어서는 떨어지지 않는 윤기에 표정을 한껏 찡그리고 있던 석진이 교실 안으로 하연이 들어오자 점점 표정이 굳어졌다.

하연이 들어온 것을 본 지은은 아직도 석진에게 붙어있는 윤기의 옆구리를 치며 눈짓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그제서야 윤기가 석진에게서 떨어지더니 가만히 하연을 보고있던 석진이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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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 좀 하자."



***



학교 뒷편

조용히 석진을 따라 아무도 없는 학교 뒷편으로 온 하연은 자리에 멈춰섰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얘기도 꺼내지 않는 그에 용기내어 먼저 말을 꺼냈다.



"··· 미안해-"

"난 너 이해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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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런 짓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난 그딴 거 알고 싶지도 않아."

"중요한 건 했느냐 안 했느냐지, 넌 그 전자고."



하연의 흔들리는 눈동자에는 자신을 차갑게 바라보고 있는 석진이 비춰졌다. 그는 하연 조금이라도 이해해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하연이 아니었어도 누구든지 이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석진의 말처럼 중요한 건 결과이니까.



"내가 너 때문에 하루종일 방에 처박혀서 얼마나 외로웠는지 넌 모르지?"

"친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나한테서 등 돌리는 기분,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진 기분 넌 모를 거야."



넌 나랑 다르니까. 넌 좋은 집에서 났으니 누구든지 너에게 잘보이고 싶을 테니까. 만약 네가 이런 짓을 당했다면 나와는 다르게 모두가 누명이라며 널 감싸줬겠지. 근데 난 달라. 모두가 내가 이 자리에서 떨어지길 바라.



"난 너 때문에 다 놓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으니까, 너도 나 때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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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괴로움에 죄책감 갖고 살아."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흘리는 하연을 아무렇지도 않게 쳐다보고는 가버리는 석진이었다. 그가 가고나서야 긴장을 놓은 하연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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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



"야, 야! 완전 빅뉴스!"



시끄럽게 3반으로 뛰어들어오며 석진의 앞자리에 앉아 호들갑을 떠는 윤기의 뒤로 지은이 고개를 저으며 따라들어왔다. 뭔데. 석진이 묻자 윤기가 심호릅을 크게 하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방금 이지은이랑 교무실 갔다가 들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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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하연 선도 간대!"

"닥X, 애들 듣겠다."



지은이 윤기의 어깨를 때리자 윤기가 지은을 째려보며 그녀에게 맞은 곳을 매만졌다. 하연의 소식만을 기다리던 서영은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원해 윤기와 지은에게 물었다.



"날짜는? 언제인지 알아?"

"오늘 방과후, 야자 끝나기 전에 선도도 끝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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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윤서영 너 오늘 나 야자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거 안 잊었지?"



안 까먹었어, 기다리고 있을게. 서영의 대답을 들은 지은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윤기와 함께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다. 주변이 조금 조용해지자, 서영은 차분한 목소리로 석진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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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백하연하고 얘기는 했어?"



옆에서 지은과 서영의 대화를 배경삼아 노트를 정리하고 있던 석진이 서영의 물음에 고개를 들어 서영을 쳐다보았다. 석진은 하연의 얘기에 표정이 조금 굳는가 싶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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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하지만 석진의 표정은 얘기해주고 있었다. 하연과 만났지만 그리 좋은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서영은 석진의 거짓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



야자 시간

서영은 지은 때문에 남고, 일주일 중 하루만 야자를 하는 석진이 오늘 남아 중간고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조용한 교실 속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교실 안으로 하연이 들어왔다.

순간 몇 안 되는 반 학생들의 시선이 하연에게 쏠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제 일로 관심을 돌렸다. 문을 닫고는 가만히 서서 반을 둘러보던 하연이, 천천히 석진의 자리로 향했다.



"저··· 김석진."



석진은 그런 하연에게 신경쓰지 않고 있었지만, 하연이 다가와 자신을 부르자 움직이고 있던 손이 잠깐 멈추고 시선을 올려 하연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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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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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은 아마도 죽음의 가장 고통스러운 동반자일 것이다.

- 가브리엘(코코)샤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