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가진 것의 가치

16 | 가진 것의 가치 - 재회

저작권 2020. 안생. 모든 권리 보유.


 
※로맨스, 썸 일절 없는 휴먼 장르입니다.※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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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어도 괜찮다.


공부를 못해도 괜찮다.


네가 가진 것엔 그 만한 가치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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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나 한 명 정도는 네가 그렇게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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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불러, 넌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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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서영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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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서영, 합격하면 내가 신전이랑 설빙 풀코스로 쏜다."

- "좋아, 떨어지면 위로의 의미로 풀코스 쏴라."



오디션 당일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잠긴 목을 완벽하게 풀고는 밖으로 나와 지금은 오디션장으로 가는 버스 안이다. 나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이지은과의 통화가 끝나고, 개운하고 가벼운 기분에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 안 져, 이길 수 있어. 어제는 위로로 다가왔던 그의 말이 지금은 힘이 되어주고 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그 말 자체는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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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하면 할 수록 웃음이 나왔다. 내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내 목소리를 칭찬해줘서 그런가. 처음 들어보는 칭찬이라 그런가. 그 말에 진심이 담겨있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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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어떤가. 진정한 내 편이 나를 응원해주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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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장 밖. 지원자들이 모두 모여있는 한 대기실에는 이어폰을 끼고 자신에게만 집중한 채 연습하는 사람도 있었고, 눈치가 보이는 듯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도 있었다.



"다음 93번 윤서영 님 들어가세요."



드디어 이 순간이 왔다. 이미 수십 번은 보고 또 봤던 오디션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정말 긴장된다. 혹시나 실수를 하지 않을까, 가사를 까먹지 않을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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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순간 이곳은 나의 세상이 될 것이다. 나의 감정이 내 앞에 있는 그들에게 이입될 것이고, 나의 가사가, 내 목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것이다.



"노래 틀어주세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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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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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뒤


분주한 라디오 부스 밖. 12시 라디오가 끝나고 곧 2시 라디오가 시작될 시간이다. 긴 시간의 토크를 마치고, 광고가 나가고 있는 동안 목을 축이고 쉬고 있던 DJ는 광고가 끝나자 다시 이어폰을 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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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의 가요광장, 저는 DJ 윤서영이었습니다."



부스 밖 PD가 손짓으로 사인을 보내자, 서영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정리하고는 일어나 부스 밖으로 나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온 서영이 라디오국에서 나와 바로 음악방송 대기실로 향했다. 같은 방송사라서 드라이 리허설을 아침에 한 덕분에 서영은 바로 대기실로 들어가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었다.



"윤서영 씨 녹화 두 팀 전입니다, 타이틀 무대 준비 빨리 끝내주세요."



스탭들의 손이 분주해졌다. 서영의 녹화가 늦어지면 뒷순서인 아티스트들도 순서가 밀리기에 방송에 지장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준비를 거의 다 마친 서영이 마지막으로 빠트린 건 없는지, 가사를 다시 한 번 보고 목도 풀며 메이크업과 세팅이 모두 끝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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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테이지로 가기 전, 잠시 폰을 집어든 서영이 지은의 연락을 확인하고는 긴장이 풀리기라도 한 듯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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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진짜."

"서영아 이제 가자."



지은의 문자를 곱씹어보고 있던 서영이 매니저의 말에 폰을 끄고는 대기실을 나섰다. 늘 그렇듯 무대에 오르기 전, 이 순간이 가장 긴장된다.

하지만 무대로 향하는 서영의 표정은, 긴장은커녕 오히려 신나고 행복한 듯 기대에 찬 미소가 띄어있었다.



***



"대리님, 디자인 도안 어디에다 둘까요?"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마우스 소리만 가득한 사무실. 올해 하반기부터 제작에 들어가 내년부터 판매될 전자기기 신제품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고작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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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제 책상 위에 올려놔 주세요."



직원의 물음에 답하는 사람은 탕비실에서 커피를 타고 있는 석진이었다. 커피를 들고 탕비실을 나가려던 도중 진동이 울리는 폰에, 석진은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는 컵을 옆에 내려놓은 뒤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오빠! 지금 일하고 있어?"



석진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석진이 대학교 2학년 때 사귀어 5년째 연애 중인 그의 여자친구였다. 석진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는 웃는가 싶더니, 사무실 직원들의 눈치를 보고는 답했다.



- "응, 잠깐 커피타러 왔긴 한데. 왜?"

- "아, 오늘 끝나면 내가 오빠네 회사 앞으로 갈게."

- "나 오늘 일찍 끝나서 지금 집이거든. 끝나면 전화해, 내가 갈 테니까."

- "알았어, 끝나면 7시 조금 넘으니까 준비하고 있어."

"석진 씨, 곧 회의 시작해요."



탕비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석진의 통화에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인 석진이 탕비실에서 나가려는 듯 옆에 두었던 커피잔을 들고 문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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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그럼 끊을게, 이따가 봐."



***



마지막 업무를 시작하기 전, 잠깐 쉬려고 회사 밖으로 나온 석진이 근처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오늘따라 무슨 생각이 이렇게 많고 복잡한 건지. 땅바닥만 보며 걷던 석진은 결국.



"아···, 죄송합니다."



자신의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혀 버렸다. 꽤 세게 부딪힌 건지 여자가 들고 있던 커피가 바닥에 떨어지고, 플라스틱 컵의 뚜껑과 컵이 떨어져버려 그 사이로 얼음과 커피가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아, 아니에요. 옷에 안 튀었어요?"

"네, 옷엔···."



석진은 재빨리 제자리에서 빙빙 돌고 있는 플라스틱 컵을 주웠고, 여자에게 답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랬더니 자신의 눈앞엔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분명 알고 있는 얼굴. 다시 생각해보니 언젠가 분명히 들었던 낯설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확실하게, 19살에 자신과 같은 반이었던 그녀.



"백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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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너···."



하연을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