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선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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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선배들

W.아룸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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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 에어팟을 뚫고 들리는 여자 애들의 목소리들. 고개가 저절로 그쪽으로 돌아갔다. 에휴. 또 시작이네. 여자애들 사이에서 긴 기럭지로 싱긋생긋 웃어주며 걸어오는 3명. 한국대 천사들이라고 칭한다.

잘생기고 착해서. 단지 그 이유들로 천사란다.

머리 한번 넘기면 꺄악. 하품 한번 해도 꺄약. 아주 진절머리 난다. 저 셋이 뭐길래. 아이돌이라도 나타난줄. 에어팟 볼륨을 끝까지 키우고 복습에 집중했다. 곧 시험인데 걱정 안돼나. 참, 별나다. 쯧.

하나씩 외워가고 있을때쯤. 머리위로 그림자가 하나 졌다. 뭐지 하며 고개를 드니 뚜렷하게 보이는 얼굴. 아까말한 천사들중 한명인 지민 선배였다. 뭐라고 말하는거 같은데 ...왜 안들리지? 미간을 찌푸리니 지민 선배는 픽 웃으며 내 한쪽 에어팟을 빼줬다. 



"이제 들려?"


"아, 에어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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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크게 한거야. 멀리서 불렀는데."


"좀 시끄러워서요."


"아, 나 때문이야?"



뭐. 아니라고 할 수는 없죠? 목 끝까지 올라온 말을 겨우 삼키고 고개를 죄우로 저었다. 괜히 그 말을 꺼냈다가 여자애들의 미움 대상이 되긴 싫었다. 애써 미소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무슨일이에요?



"이번 조별과제 ppt 수정본을 잘못 보내준거 같아."


"아... 죄송해요. 제가 이따 다시 보내드릴게요."


"아니야. 공부 잘해."


"네."



선배와 대화의 끝으로 난 다시 에어팟을 끼고 공부에 집중했다. 하... 왜 계속 여기서 막히냐. 도중 한 군데가 막혀 집중력이 와장창 깨졌지만. 밖에서 공부해서 그런건가. 말도 안돼는 이유지만 혹시나 환경 때문에 그런가 싶어 책들을 에코백에 넣고 대학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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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틀렸어."


"...아"


"그 문제 아래 문제랑 답이 바꼈잖아. 필기 잘 못하는구나?"


"...그냥 헷갈린거에요. 선배는 공부 했어요?"



아니. 당당하게 대답하는 그에 살짝 당황했다. 내 앞에 서있는 선배도 역시 아까전 천사라 칭하던 선배중 하나였다. 김태형. 남자애들에겐 최대 질투 대상이자 여자애들에겐 아이돌. 그래서 그런지 여자애들이 매번 선배를 지키겠다며 지랄이란 지랄은 다했다.



"도서관 갈려고?"


"네. 집중이 안돼서."


"그래. 공부 잘해."


"네. 선배도."



나는 이 선배들, 그리고 이 들을 따라다니는 애들과는 다르게 그저 조용한 부류에 속해있다. 아싸도, 인싸도 아닌 딱 그 중간. 누굴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그 누구에게 아무 감정이 없었기에.

관심이나 남자에게 신경을 안쓰는 성격이라 그 아무도 나에게 욕하지 않았다. 단지 약간 재미없다고 할뿐.

하지만 난 그저 조용한 생활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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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시끄러워."



음악 소리가 크게 울려대는 곳. 한 유명한 클럽이였다. 술에 쪄죽어 있다는 오빠 새끼에 엄마에게 만원을 받고 데려오라는 임무가 내려졌다.

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남자를 꼬시는 여자나. 여자에게 질척거리는 남자. 그저 역겨웠다. 내 눈에는 그저 물고기들이 팔닥이는거 같았다. 아~주 싱싱한 난 어때? 한번 잡숴봐. 하면서 꼬리치는거 같아서.



"...시발, 18번 룸이 어디야?"



클럽만 돌아다닌지 10분정도 지났을때 결국 내  입에서는 육두문자가 나왔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슉슉 지나다니니 향수향이란 향수향은 다 맡아본거 같았다. 시발만 속으로 164번 외치며 룸을 찾아나섰다. 시발. 사람 존나 많네. 이렇게 165번의 시발을 외쳤다.

오빠 새끼에게 전화를 했을땐 그저 딱딱한 여자의 음성이 들릴 뿐이였다. 후...참자. 만원 받았잖아. 이따 조지면 돼. 그럼. 당연히 이따 조져야지.



"...아,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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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쳐갈때쯤 난 한 남자를 잡고 길을 물었다. 18번 방이 어딘가요? 그러자 남자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2층으로 올라가라 했다. 난 짧게 감사 인사를 하고 2층 계단으로 달려갔다. 넌 이제 뒤졌어 정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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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혹시 정호석..."


"아, 호석이 동생이구나?"


"네..."


"야, 니 동생 왔다."


"우으? 내 동생? 정여주우?"


"야, 정호석 나와 이 새끼야. 넌 뒤졌어."


"아아악!!! 아파!!!"


"닥쳐라. 진짜 내 언니가 되고 싶지 않으면."


"...딸꾹."


겨우 18번 룸을 찾고 오빠 새끼의 머리채를 잡고 클럽에서 빠져나왔다. 정호석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헤롱헤롱 거리며 병신같이 푸헤헹 웃어댔다. 푸헤헹. 여주야야앙... 하하하...핳...지랄하네 시발.

욱...  오빠 새끼를 끌고 편의점을 지나가는데 들려오는 소리. 동공이 흔들렸다. 설마... 에이, 설마. 하며 보니.



"여주ㅇ...우욱.."


"미친새끼야!!! 참아!! 참으라고!!!"


"우윽..."



가지가지한다 진짜. 난 망설이지도 않고 편의점으로 들어가 화장실 위치를 물었다. 알바생도 대충 오빠의 상태를 눈치챈건지 다급하게 화장실 키를 주며 저 문을 지나가라 했다.

오빠 새끼를 화장실에 처넣고 편의점으로 돌아와 알바생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알바생은 괜찮다며, 익숙하다며 두 손을 휙휙 저었다. 진짜 저 새끼 때문에 뭔 망신이야... 


"우흐히... 주야아앙..."


"다 했어?"


"(끄덕끄덕)"


"가자."


"(끄덕)"



편의점을 빠져나오고 나에게 기대 잠든 정호석을 끌고 끙끙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이건 만원으로 안돼. 5만원은 받았어야해. 내일 꼭 돈을 뜯어내겠다는 다짐을 하고 골목을 지나가려고 했다.

갑자기 들려오는 질척거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뭔 이젠 골목에서도 키스를 하냐. 쯧. 혓바닥을 한번 차고 그냥 지나치려는데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오늘 낮에 들었던 목소리들이였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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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냐 너."


"이제 봐줄때도 됐잖아... 응?"


"말했잖아. 네가 하는 키스 존나 별로라고."


"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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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별로라잖아. 꺼져."


"...너희 내가 다 말할거야... 더럽고 쓰레기 새끼들이라고!!! 각오해!!!"


"그러던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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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누굴 믿어줄까. 너 학교에서 존나 여우로 소문났잖아. 아니야? 딱딱한 음성에 골목에서 씩씩거리던 여자는 눈물을 터트리며 뛰쳐나왔다.

골목 입구 옆에 서있던 나는 쿵쾅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조심히 집으로 돌아갈려고 했다. 아직도 저들의 대화가 머릿속을 헤집어 놨지만 내가 저 얘기를 엿들었다는게 들통나면 어쩌면... 진짜 어쩌면 내 대학생활이 안전하게 지나가진 않을거 같아서.

한국대 천사들이라 칭하던 저들에게 저렇게 더러운 내면이 있을줄은 누가 알았을까. 내 발걸음이 빨라졌다. 오빠를 다시 들처매고 걸음을 다시 옮겼지만.



"에...엣취잉-!!!"


"아. 시발."



나에겐 도움 존나 안돼는 오빠 새끼라는걸 잊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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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누구야?"


"미친...야, 정호석! 뛰어!!!"


"뛰엉?"


"뛰라고!!!"



웅! 대답 곧 잘하던 정호석을 한번 의심했지만 진짜 나까지 버리고 뛴 오빠라는 새끼를 보며 쌍엿을 날렸다. 내일 저 다리도 빻아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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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선배..."


"..."


"ㅈ, 저 아무것도 안 들었어요!! 선배들이 누굴 울리는 것도 안 들었고! 키스가 존나 별로라고 한 것도 못 들었어요! 아! ㅇ, 여우라고 욕한 것도...!"


"다 들은거네."


"...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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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할거지? 그게 좋을텐데. 차갑게 식은 지민 선배의 목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 있구나.

지금 상황은 마치 그르렁 거리는 늑대 3마리와 그 3마리 사이에서 벌벌 떠는 병아리 같았다. 난 한 없이 작아 보였거든. 늦어지는 대답에 답답했는지 뒤에 담배를 피우던 태형 선배가 내 앞까지 걸어나와 어깨를 꽉 잡았다.



"...으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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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좋잖아, 여주야."


"..."


"그러니깐 이번일은,"



난 태형 선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팔을 내쳤다. 그냥 사람 죽여놓고 닥치라는 셈이잖아. 내 행동에 어이가 없었는지 태형 선배는 우왁스럽게 내 팔을 잡았고 차갑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니가 무슨 깡으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안 그러시네요?"


"뭐?"



차라리 협박이라도 해보지 그랬어요. 아까 뛰쳐나갔던 여자처럼. 그럼 어느정도 닥쳐줬을텐데. 씨익 웃으며 태형 선배를 쳐다봤다. 그는 그런 나를 한대 치려는 기세로 노려봤고 뒤에 있던 정국 선배가 겨우 태형 선배를 말렸다.

그들이 날 협박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내가 학교 내에서 조용하다는 것. 조용하고 학점만 열심히 모으던 애 입에서 갑자기 이상한 루머가 나온다? 그럼 당연히 퍼트려야지. 물론 남자들이 먼저 퍼트리겠지만. 한국대 남자들에게 이 천사의 탈을 쓴 악마들은 질투 대상이자 기피 대상 1위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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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전 오빠 잡으러 가야해서. 이만 가볼게요."


"야."


"아, 그리고 타락한 천사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



루시퍼. 잘 어울려요. 그 별명. 난 내 말이 끝나자마자 미친듯이 집 방향으로 뛰었다. 얼마 못가서 힘이 풀려 주저앉었지만. 덜덜 떨리는 손을 보며 헛웃음을 쳤다. 진짜 미쳤지 정여주. 내일 어떻게 감당할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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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엄마.. 나 어떻게 집 들어왔어?"


"내가 데리고 왔다."


"...니가?"


"그래. 내가!!! 내가 니 때문에 얼마 고생했는지 알아?!"



비몽사몽하게 일어난 정호석을 보고 등짝스메싱을 날렸다. 아, 엄마!! 정여주가 나 때려!!! 하지만 엄마는 정호석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내가 어제 엉엉 울면서 들어왔거든.

어젯밤 부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집에 들어오고 날 걱정해주는 엄마에 긴장이 풀려 눈물을 폭포 마냥 쏟아냈다. 끅끅거리며 아주 오열을 했었지. 루시퍼들한테 목숨이 달렸다고 개소리를 지껄여 엄마한테 한대 맞긴 했지만.



"니 오늘안에 5만원 입금해라."


"5...5만원? 미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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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이 새끼 기어오르네?"


"..."


"입금해라. 나 학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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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3만원!!! 3만원은 어때?ㅠㅠ"



3만원은 어떠냐며 지랄하는 정호석에게 엿을 날리고 유유히 집을 나섰다. 니 새끼 때문에 루시퍼들한테 찍히기 생겼는데. 아, 이미 찍힌건가.

아파트 현관을 벗어나려는데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미친. 나도 모르게 입 밖에서 육두문자가 툭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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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네."


"선배들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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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다시 선배야? 어젠 루시퍼라면서."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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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 얘기가 많지? 능청스럽게 어깨동무를 하는 정국 선배에 몸이 딱딱히 굳었다. 분명 그들은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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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눈에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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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정여주

나이: 22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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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박지민

나이: 24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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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태형

나이: 24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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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전정국

나이: 24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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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정호석

나이: 25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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