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선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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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선배들

W.아룸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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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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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왔네."


"왜...여기 있어요?"


"너랑 같이 갈려고."


"...?"


"속은 괜찮고?"



속은 괜찮냐는 말에 어제 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얼굴 볼 자신이 없었다. 그냥 정호석한테 던져버리지... 왜 업고 갔을까. 

순간 어제와 같은 향이 훅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코앞까지 얼굴을 내민 전정국. 몸이 돌처럼 딱딱히 굳어버렸다.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대굴대굴 굴렸고, 손은 그저 쥐락펴락했다.



"너 괜찮아?"


"ㄱ, 괜찮지 그럼 안 괜찮겠어요?"


"얼굴이 너무 빨간데."


"ㅇ, 왜 이래요! 절로 가요!! 훠이~!"


"어제 일은 기억나고?"


"안 나요! 안 난다고! 난 당신 등에 업힌 기억도 없고! 당신이 날 침대에 눕혀준 기억도 없......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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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못 하는 사람치곤 너무 디테일한데?ㅋㅋㅋ"


"...저리 꺼져요. 나 자리 뺏기면 책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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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가 그렇게 중요해? 그걸 말이라고 해요? 저한텐 대학생활의 목숨 같은 거예요. 거기 못 앉으면 집중이 안 된다고요! 내 말에 전정국은 수긍한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가끔 보면 이놈이 제일 이중인격자 같다. 지금 누가 볼까봐 순진한척 하는거 모를까봐.

그가 비도덕적인 일을 저지르진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엔 조직 보스와 대학을 다니는 느낌이었다. 뭔 개소린가 싶겠지만 진짜다. 그날 얼마나 소름 끼쳤는데.



"근데 나머지는요?"


"걔네들? 지금 학교에 있을걸?"


"근데 왜 같이 안 갔어요?"


"미션."


"...?"


"서로 돌아가면서 아침에 너랑 같이 가기로 했어."


"설마 어제 일 때문에?"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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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냥 혼자 가고 싶은데."


"안돼."


"넵."



이러단 진짜 늦을 거 같아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풍경 죽이네. 사진 찍고 싶은 욕구가 마구 뿜어져 나왔다. 참자. 나도 22살인데. 사진 하나 못 참을까 봐?



"하나-둘,셋!"



응. 못 참았다.



"잘 찍혔어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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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렸잖아요!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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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화질이 안 좋은 건데."


"...앗."


"내 걸로 찍어줄게."


"진짜요?"


"응."



뭐. 찍어준다는 말에 꽃 앞으로 오도도 달려가 쭈그려 앉았다. 전정국은 제 폰을 들고선 나에게 어서 포즈를 취하라는 손짓을 했다. 이게 포즈야. 아하. ㅋㅋㅋㅋ...아하는 지랄. 애써 표정 관리를 하고 카메라 렌즈를 쳐다봤다.



"하나-둘...셋."


"찍었어요? 저 한 번만 보여주세ㅇ..악!"


"?"


"ㅈ..쥐...다리에 쥐났어..아악..."


"ㅇ,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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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



결국엔 절뚝이면서 강의실까지 걸어갔다. 사진이 뭐라고... 이런 개고생을..이젠 다신 사진 안 찍는다.


다음날 여주 카톡 프사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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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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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너희 왔네. 어. 응..."


"뭐야, 왜 이렇게 어색해요?"


"내가? 전혀?"


"전혀는 무슨..."


"진,진짠데."


"됐어요. 근데 왜 안 들어가요?"


"...기다렸어."


"...저요?"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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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갈까? 어색하게 묻는 김태형이 낯설었다. 그는 지금 천사 얼굴도, 루시퍼의 얼굴도 아닌 전혀 모르겠는 표정으로 날 내려봤다.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얼굴에 뭐가 묻었나?

찝찝함과 의아함을 남기고 셋이서 강의실로 들어갔다. 구석 자리에서 손을 붕붕 흔드는 박지민에 눈이 동그래졌다. 분명 그는 구석보단 한중간에 앉는 걸 좋아하는데. 왜 저기 있는 걸까. 설마 나 약 올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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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앉을 거야?"


"...나?"


"너 구석 자리 좋아해서 제일 먼저 왔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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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거기서 나오지?"


"같이 앉을건데."


"뭐?"


"같이. 투게더.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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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라면 아이스크림밖에 모르니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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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니깐."


"뭐야? 저기 선배 셋이서 싸우나...?"


"에이...설마."


"


"여주야, 말해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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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랑 앉을거야. 에?(ㅇㅁㅇ) 동시에 세 명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갑자기 나에게 선택권이 쥐여줬다. 그러니깐 나한테 지금 누구랑 앉을 거냐고 묻는 거잖아. 그치?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묻냐고 시발...



"그냥 셋이서 구석자리 앉아요!! 난 그냥 쨀 테니깐!!!"



내 옆에 서있던 둘을 박지민 쪽으로 팍 밀고 우다다다 달려나갔다. 숨이 턱 끝까지 찼지만 지금 여기서 멈춘다면 루시퍼들에게 죽는다라는 생각을 갖고 오지게 뛰었다. 대학교를 빠져나가고서야 숨을 골랐다. 호흡이 불규칙했다.



"헤엑...헉...아이고..사람, 잡네에..."



허리에 한쪽 손을 짚고 헥헥거릴 땐가, 뒤에 들리는 목소리들.



"여주야!"



"아오 시발."



타락한 새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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