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 포장

01 :: 여보세요?



♪♪♪

카톡을 보고 한참 어이가 없어 바라만 보고 있을 때, 윤도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통화를 승락하고 귓가에 휴대폰을 가져가 대었다.


" 여보세요? "

" 왜. "

" 누나, 니 카톡 뭐가? "

" 말 그대로라니까? 진짜 내가 죽었다 깨어난 것 같다고. "

" 그니까 그게 뭔 소리냐고. 그렇게 느끼는 이유가 뭔데? 뭐, 햄이랑 싸웠나? 그래서 머리라도 다쳤노? "

" 그게 뭔 개소리야 "

" 아 좀 말해도. 와 그러는데? 뭔 일이 있었길래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내는 거냐고. "


도운이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황당하고 또 답답스러운가 보다. 철부지 후배한테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끙끙대며 고민하고 있을 때, 때마침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누군가 내 방문을 노크했다. 어어, 잠시만 도운아. 나는 잠시 도운이와 전화를 끊은 뒤,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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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루 아침부터 와 이리 시끄럽노? 펄떡 인나서 아침 먹으러 내려온나. "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나는 당황한 나머지 돌아서는 그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그에 다시 1층으로 내려 가려던 성진이 고개를 돌려서 뭐꼬? 하고 물어봤다.

" 와 그러는디. "

" 어··· 성진 오빠? "

" 오야. 와? "


내가 이상하게 재차 머뭇거리자 성진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내 눈높이에 맞게 허리를 숙인 뒤 내 눈을 바라봤다. 


" 왜, 무슨 꿈이라도 꿨나? "

" ···. "

" 그건 아닌가봅제. 그럼 뭐가 문제고? 어디 아픈가? "


그러곤 내 이마에 그 커다란 손을 얹어 열을 재기 시작했지만, 곧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걸 안 성진은 다시 한 번 의뭉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그에 나는 우물쭈물 대다가 조심스레 성진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곤 이내 그를 꼭 안아버렸다. 평소에 스킨쉽이라곤 전혀 하지 않았던 나였으니 성진은 내색하려 하지 않았지만 본인도 모르게 눈이 조금 커져버렸다. 나는 성진의 가슴에 뺨을 부빗대며 웅얼거렸다.

" 오빠. "

" 니 정말 와 그러노? "

" 보고 싶었어. 엄청 엄청 보고 싶었어. "




내가 의식이 없던 날. 즉, 투신을 하고 몇 분 안 지났을 때. 그때 난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던 검은 공간에 갇혔었다. 그리고 그곳은 생각보다 외로웠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미운 것이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정이 튼 것도 사람이었다. 자신을 우울하게 만든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지만, 동시에 따뜻하게 품어줬던 사람 역시 많았었다. 익숙함에 돌아 보지 않아 몰랐을 뿐, 지금 같은 상황일 땐 그 무엇보다 절실히 느껴졌다. 그들의 빈 자리가, 그들의 따스함이.

특히나 성진 오빠는 더욱 그랬다. 하나밖에 없는 친오빠. 하나밖에 없는 나의 가족. 암으로 돌아가신 우리 엄마와 그런 엄마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출장을 가셨다가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 그 분들의 자리를 부족함 없이 채워준 게 바로 우리 성진 오빠였다. 물론 도운이도 특히나 그랬다. 자신을 가장 믿고 따라주던 후배. 못난 점도 참 많았지만 결국엔 자신을 아주 많이 아껴주었던 사람이다.


얼마나 흘렀는지 모를 시간을 보내고 그들과 다시 재회하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이 반가움은 정말 무어라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이 커다란 감정을 어떻게 설명하지? 방도가 없었다. 알고 있다면 내게 알려주고, 없다면 지어줬으면 좋겠다고 느낄 만큼.



" 보고 싶었다니. 바로 어제도 봤었잖아. "

" 그래도. 그래도 정말 보고 싶었어 오빠. "


계속 내가 품에 안겨 부비작대고 어리광을 피우자, 처음엔 당황해 하던 성진 오빠도 결국은 픽 웃으며 날 감싸안고는 국자를 들지 않은 반대 손으로 내 등을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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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바람이 들었길래 우리 막내가 이럴꼬. 뭔진 몰라도 기분은 좋으니까 됐다. "

" 오빠 "

" 와? "

" 항상 하루가 사랑하는 건 알지? "

" 그럼, 알고말고. 근데 하루야 아침은 먹어야지. "


...히히 한참 분위기 훈훈하고 좋았는데. 오빠는 진짜 분위기 깨는 데엔 선수라니까. 여기서 안 먹고 내빼면 나중엔 국물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얌전히 오빠 따라 내려갔다.




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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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

" 응···. "

" 왜 얘기하겠댐서 내 눈을 못 쳐다보는데. "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냐면. 아침을 먹고 다시 도운이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도운이의 호출로 대학 근처 카페로 나왔다? 그런데 얘가 생각보다 훨씬 집요하게 늘고 물어지는 거야. 당연히 곤란해질 수밖에 없지!

나는 눈을 데록데록 굴리면서 최대한 변명거리를 찾아냈다. 솔직하게 말하자니 아직 너무 이른 것 같고. 또 무슨 위험이 뒤따라 올지도 모르는데. 이를 무슨 수로 빠져 나간담.


" 으응··· 그게 말이지이. 아! 내가 꿈을 꿨나 봐. "

" 뭔 소리고. 아무리 꿈이었어도 그렇지 누나가 평소에 그런 걸로 연락할 사람이 아니잖어. "

" 에이, 오늘따라 하고 싶었나 보지. "

" 그게 무슨 확신에도 안 찬 바보같은 소리야 "

" 으유으유 도운이는 몰라도 돼. "

" 뭘 몰라도 돼 몰라도 되기는. 그럼 처음부터 말이라도 하지 말든가 야. "


내가 죽일 년이지 왜 말을 해도 이 놈한테 말을 했나 몰라. 나는 과거의 나 자신을 팍팍 때리다가, 문득 어떤 생각을 떠올려냈다.





" ㅡ 불행히 살아온 피조물에게 신과 같은 힘을. "

" 네가 원하는 바람을 자유자재로 이룰 수 있다. "






···그 뜻은 지금 내게 무슨 힘이 있다는 거 아닐까? 나는 내 앞에서 뚱하게 휴대폰을 하고 있는 도운이를 슬쩍 보다가, 이내 반신반의한 상태로 생각에 잠겼다.

바라는 것. 솔직히 뭐 어떻게 힘을 써야할 지도, 애초에 내게 그런 힘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람이 해보고는 속아야지 않겠어?

나는 도운이가 휴대폰에 정신을 팔린 걸 확인한 뒤 심호흡을 하고 눈을 슬 감았다.






' ㅡ 도운이가 더 이상 이에 대해 묻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게 내가 바라는 점이야. '





1초, 2초, 3초···





" 누나 뭐 해? "


힘이 탁 풀렸다. 에라이씨, 그러면 그렇지 뭐.

나는 도운이의 목소리를 듣곤 눈을 떴다. 도운이는 나를 이상한 거 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 뭘 봐. "

" 아니, 갑자기 눈 감고 말을 안 하길래 뭐하나 했다. "

" 그래서, 말 하라고? "

" ? 뭘. "

" ?? 도운이 네가 말하라며 어찌된 건지. "

" 그러니까 뭐 말하는 건데. 내가 뭔 말 했어? "



???? 나는 얘가 뭔 소리하나 싶어 거짓인지 진실인지 도운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결국 건진 건 하나도 없지만.



" 아침부터 누나 니 참말로 이상하다. 카톡도 야야 보내기만 하고 암말 안 하더니. 그렇게 심심했나? "

" ??? "


그 말에 나는 재빨리 도운이와 했던 카톡 내역을 뒤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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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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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43


photo세상이 도운 윤도운
도랏나 
먼일인데 오후 2:43


photo세상이 도운 윤도운
??? 오후 2:47


photo세상이 도운 윤도운
뭐꼬? 오후 2:59





···그리고 도운이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그 이후로, 도운이에게 카톡을 보낸 적이 없는 걸로 나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