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인보우 샤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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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되는 글입니다.
케이팝.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중가요. 그 가요의 중심이 되고 있는 남자 그룹 실드. 그룹의 이름처럼 현실과 부딪히면서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는 다짐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실드에게 하나의 문제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아이돌 대표 미친놈으로 소문이 자자한 실드의 리더 전정국이었다. 얼마나 미친놈이냐면,
시청자분들에게 인사하라는 엠씨의 말에,
"인성 파탄 난 놈이라는 걸 다 아는데, 굳이 인사를 해야 하나"
그래도 꼭 해야 한다고 하면,

"못하겠는데. 가식 따윈 떨 줄 몰라서"
생방송이든 아니든 심기가 불편해지면 표정이 싹 굳으면서 비속어까지 섞어서 내뱉는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돌 대표 미친놈인 전정국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사람 홀리는 미모에 피지컬까지 완벽한데다가 그만의 독특한 음색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본업만은 아주 충실하다는 것이었다. 무대를 날아다니는 아이돌은 많이 있었지만 전정국처럼 무대를 장악해버리는 아이돌은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아무리 본업에 충실하다고 해도 성품이 저따위라고 여기저기서 안 좋은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그런 뒷담화에 전정국은 타격 따윈 전혀 받지 않았다. 뭐라고 지껄이든 상관없었거든.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란 전정국은 보고 들은 대로 배웠기에 좋게 표현하는 법을 몰랐고, 마음은 따뜻하지만, 한 번도 밖으로 내보인 적이 없었다. 좋게 말해보려고 해도 감정표현이 서툴러 마음과는 달리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어긋나서 그의 말에 상처를 입는 게 대다수였다.
그런 전정국이 마음을 비우기 위해 하는 건 춤을 추는 것이었다. 이번에 솔로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커플 댄스가 있어서 여자 댄서를 섭외해야 했다. 미친놈에다가 깐깐하기까지 한 전정국의 마음에 드는 댄서를 찾아야 해서 매니저는 발 벗고 나섰지.
만약에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디서 이딴 걸 댄서라고 찾아왔어" 라고 쥐랄을 시전할 게 분명했기에 더욱더 신중하게 선택해야 했다. 게다가 아이돌 대표 미친놈의 파트너가 되어야 하니, 정국의 싸가지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중간에 전정국의 파트너 못 해 먹겠다고 때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지.
그렇게 이곳저곳을 수소문하여 겨우겨우 정국의 파트너에 적합한 여자 댄서를 찾는데 성공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송여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겁도 없이 그 누구도 잡아보지 못한 전정국의 손을 두 손으로 따뜻하게 감싸 잡은 송여주.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에 대충 얼버무린 정국은 잡혀있는 자신의 손을 빼낸 뒤, 춤 연습에 몰입했다.

춤을 추는 정국을 반짝이는 눈빛으로 한참을 응시하던 여주는 그대로 따라 추기 시작하였다. 잠깐 눈여겨 본 걸 얼마나 잘 추는지, 섬세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따라 하였다. 그런 여주를 발견한 정국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눈썰미가 대단하네요. 이렇게 단번에 정확하게 따라 추다니"
"아, 아니에요! 오히려 정국 씨의 동작 하나하나가 또렷해서 잘 캐치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제가 워낙 춤에 대한 애정이 강해서"
"댄서를 하게 된 건 얼마나 된 겁니까?"
"일 년 조금 넘었어요"
"춤에 대한 애정이 강한데, 왜 이렇게 늦게 시작한 거죠?"
예의? 그딴 건 개나 줘 버리는 전정국이 만난지 한 시간밖에 안 된 송여주한테 최대한 예의를 차리고 있었다. 게다가 남의 일에는 관심이 코딱지만큼도 없는 녀석이 궁금증에 질문을 하고 있다. 만약 팬들이 이런 모습을 보다면 뒷목을 잡고 까무러치겠지.
"어렸을 때부터 춤을 추는 걸 좋아해서 아이돌을 꿈꿨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해서 포기했었거든요. 그래도 춤은 도저히 포기 못하겠어서 몰래몰래 추다가 이번에 겨우겨우 설득해서 허락받은 거예요"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던 부모님, 그런 부모님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던 어린 정국은 연예인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티비 속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이 되면 부모님도 자신을 봐주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서 닥치는 대로 노래를 따라부르고, 춤을 따라추기 시작했다. 그의 노력과 끈기로 그렇게 원하던 유명한 사람이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여전히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다. 행복해지려고 시작한 일이 전혀 행복하지가 않았다.
이런 자신에 반면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여주가 보기 좋았다. 그런송여주의 모습에 그는 알게 모르게 끌리고 있었다. 이때부터였겠지, 새까만 전정국의 마음속에 무지개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 건.
전정국과 송여주와의 호흡은 생각보다 잘 맞았다. 살짝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바로바로 고쳐나갔고, 약간의 실수가 있어도 웃으면서 넘어갔다.
멤버가 안무 실수를 하면 정신 똑바로 안 차리냐고 화를 내고, 댄서가 살짝 삐끗하기라고 하면 안무팀에서 빼버릴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던 전정국이 송여주를 만난 뒤로는 집중하자고 하면서 넘어가기 시작했다.
"정국 씨는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 같아요"
"실수는 나한테 무너짐이나 마찬가지이거든"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듯이 실수라는 걸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실수를 하면 거기서 늘 깨닫고 배우거든요"

"앞으로는 나도 그래야겠네"
연습이 있는 어느 날, 양손 가득 바리바리 들고 온 손여주는 세 개의 딸기 스무디 중에 하나를 전정국에 건네주었다. (하나는 매니저님에게) 늘 커피만 먹는 정국이 걱정돼서 매니저에게 물어봐 사 온 것이었지. 손에 딸기 스무디가 쥐어진 전정국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주 가끔 기분이 좋을 때, 마시던 것이 딸기 스무디였기에.
"항상 커피만 드시길래, 걱정돼서 딸기 스무디로 사 왔어요. 저 웬만하면 오지랖은 안 부리는데, 이건 부려야 할 것 같아서요. 앞으로 마실 건 제가 가지고 올게요"
"굳이 안 그래도 돼"
"제가 하고 싶어서 그래요. 제 마실 걸 챙기면서 같이 챙기는 건데요, 뭐"
송여주의 시원스러운 성격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방송국에서 전정국의 뒷담화하고 있는 남자 피디에게 다가가서 제대로 일침을 날린 것이다.
"죄송하지만, 전정국 씨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뭐,뭐라고요? 지금 말 다했습니까?!"
"아직 말 다 안 했는데요? 자기 자신을 덜떨어진 사람으로 만들기 싫으면 남 뒷담화 할 시간에 자기 계발이나 하시라구요. 가정이 있으신 분이시던 것 같던데, 아이한테 부끄러운 줄 아세요"
그 모습을 우연히 본 정국은 그제야 자신이 그동안 여주한테서 느꼈던 것이 평범한 감정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 이때는 이미 어두컴컴했던 정국의 마음속에 일곱 빛깔의 무지개가 선명해진 후였지.
길다면 긴, 짧다면 짦은 시간이 지나고 온 컴백 날. 전정국은 음악 방송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스테프분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였다. 아이돌 대표 미친놈이 인사를 하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2022년 8월 2째주 음악 쇼 차트 1위는 전정국의 Doom 축하드립니다"
"소감 부탁드릴게요"
활동 기간 동안 올 1위를 달성하면서 케이팝의 새역사를 달성한 전정국은 마지막 소감에서 깜짝 놀랄 발언을 한다.

"이번 솔로 앨범으로 활동하면서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저희 그룹 실드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창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번 활동에 가장 큰 도움이 되어주신 저의 파트너 댄서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더 발전하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주일 동안 아무런 문제도 없이 솔로 활동을 끝 맞춘 정국은 처음으로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솔로 활동이 끝났기에 더 이상 여주를 보지 못하게 된다는 것 때문이었지.
굳게 마음먹은 정국은 스텝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주의 소매를 가볍게 잡아당겼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정국을 눈치챈 여주는 사람이 없는 비상구로 데리고 왔다.
"저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어... 그게 말이야... 이제.., 우리 못 볼 텐데... 그게 그러니까..."
"하, 답답해"
"........."
"저 정국 씨 좋아하고 있어요. 정국 씨도 저랑 같은 마음이에요?"

"응. 너랑 같은 마음이야"
서로의 손을 마주 잡고 웃고 있는 그 모습은 정국의 마음속 무지개처럼 일곱 가지의 색깔을 띠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