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이, 이, 에스.

신, 별, 아이가 선택되었습니다.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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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소리 사이에서 아까는 없었던 소리가 하나 더 추가되어 들려왔다. 그 소리에 모든 고개와 시선들이 그곳으로 향했고, 그 끝으로는 토끼 같은 남자가 한 명 서있었다. 분명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것 같은데 나를 흝어보는 듯한 눈짓은 기분 더럽기를 말할 수 없었다. 그의 등장으로 조용해진 신전으로 유일하게 그에게 인사를 건네는 건 남자애였다. 인사를 맞받아 해주며 내 앞으로 걸어오는 남자에게서 살짝 느껴지는 압박감에 긴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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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신전에 가이아님이 돌아오셨단 소리를 듣고 급히 만나 뵈러 왔습니다.
좀 더 빨리 오지 않아 가이아님 앞에서 혼란을 드린 점 정말 죄송합니다.







아뇨, 뭐...








지금 이후로 캔서, 가이아님을 제외한 분들은 나가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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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게와 물고기가 가이아라고 칭하는 존재와 무슨 얘기가 있다고?







신이라 한들 좋지 못한 얘기는 용서하지 않으니 돌아 가주시죠.







어류가 하데스인 나에게 대들기나 하니 겁 대가리가 상실했군.















싸늘해진 공간 안에서 허공에 부딪히는 눈빛은 마치 칼과 방패의 싸움 같았다. 이걸 어쩌나 싶어 돌고래를 쳐다보니, 내 눈빛을 대충 알아챈 듯한 표정으로 납치범에게 다가간다. 또 하데스란 이름으로 불리는 납치범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을 보곤 천칭도 나에게 대들 건가? 라며 이상한 소리를 해댄다.















무슨 기분인지는 알겠지만 그런 발언은 별자리에게 타박 받기 십상이야.
무엇보다 당신이 신전의 신이라고 해도 별자리들 또한 또 다른 신이고.
더 이상 시비 걸지 말고 체면 더 구기기 전에 돌아가는 게 좋다 생각한다만.









하.
















새침하게도 헛웃음을 내뱉으며 가버리는 납치범에 나머지들도 하나둘씩 떠나는 듯했다. 하지만 그중 남자애는 가지 않았고, 멀뚱하게 서서 나와 눈을 마주친다. 그 모습에 남자는 모르페우스, 잠시만 나가있다가 다시 들어와. 라고 애 달래듯 말해줘야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이며 신전 밖으로 나가는 남자애다. 그렇게 세 명만 남은 이곳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깨는 아까 말 걸었다가 씹힌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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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가이아가 맞는데 말이야.






저기.. 저는 그니까요....






알아요, 또 가이아 아니라고 말할 거잖아요.








가이아님이 아니시라 해도 모든 존재들은 가이아님인 것을 가리킵니다.
이렇게 오신 이상 가이아님의 자리를 비켜갈 순 없으십니다.








그게 무슨... 갑자기 납치하고는 무슨 소리예요!









그전에 지내셨던 공간으로 캔서가 안내 해드릴 겁니다.
부디 분을 가라앉히시고 휴식을 잠시 취해주세요.








이 봐요! 지금 사람 말 무시...






가이아님, 더 열 올리시면 쓰러지시니까 그만 가시죠.















캔서라는 남자는 내 양 어깨를 붙잡아 거의 밀듯이 데려갔고, 버티려고 해도 미는 힘이 거의 뭐 천하장사 급이길래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밖에서 기다리던 남자애는 나와 캔서란 남자를 번갈아가며 바라봤고, 비켜 지나가려 해도 자꾸만 앞을 막길래 남자는 다소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좀 비키시죠. 라며 다소 협박하듯 말한다. 그 소리에 겁먹은 듯한 눈빛으로 비키는 남자애였고, 왜 겁을 주냐고 뭐라 하고 싶었지만 순간적으로 차가워 보였던 눈빛에 입이 안 떨어졌다.












'예쁘긴 더럽게 예쁘네.'









도착한 곳은 드넓은 들판과 가지각색의 동물들이 뛰고 날아다니는 곳이었다. 정말 영화나 꿈속에서 볼 듯한 그런 환상의 들판이 내 눈앞에 펼쳐졌고, 그 사이로 또 다른 신전처럼 보이는 건물이 꽃을 피워낸 덩굴들에게 감싸져있었다. 남자는 내 어깨를 놓아주며 그전에 살던 곳이라며 얘기해준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내 시선에 웃으며 할 말 있냐고 물어본다.








이름이 뭐예요?





캔서요.

좀 더 쉽게 설명해드리면 게자리일까요.






별자리에 그 게자리요?





네.









황당한 내 표정을 보고도 미소를 짓는 캔서에 어정쩡 웃어넘기며 들어가서 쉬겠다 말하곤 발을 옮겼다. 더 같이 있다간 나만 이상해지는 기분에 도망치듯 들어왔지만 평소 같으면 따졌을 거다. 하지만 캔서란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느낌에 그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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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가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