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홀씨되어

기다려 정오빈, 나도 같이가

 그렇게 몇날 며칠을 거기에 있었다. 차가우면서도 묘한 공간이었다. 내 감정이 아닌 것같은 슬픔이 미친듯이 몰아쳤다.

 슬프다. 근데 이 슬픔이 어디에서 오는 슬픔인지 모르겠다. 오빈이? 오빈이만 생각하면 공황증세가 나타난다. 어지럽다. 숨막힌다. 숨이 차오른다.


 범규가 그 감정의 원인을 알아차린 것은 범규는 몰랐겠지만 그로부터 한달이 훌쩍 지난 후였다.

 여주를 만나게 된 계기, 감정돌이었다.









민들레 홀씨되어

기다려 정오빈, 나도 같이가








 범규의 말을 들은 여주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소름이 돋았다. 평생 다시 산다고 해도 이 감정은 담을 수 없을 거 같았다. 이미 미쳐날뛰는 감정. 짜릿함이 여주를 감쌌다.

 그렇기에 여주는 범규를 더 붙잡고 싶었다. 이 사람을 벼랑끝까지 내몰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 궁금해 미칠것만 같았다. 그러나 얼마 안가 여주는 범규에게서 그런 감정을 느꼈다. 벼랑 끝의 감정.




 " 소, 손님! " ((여주




 여주는 다급히 범규를 잡았다. 범규는 힘없이 여주를 바라보았다. 벼랑 끝 감정과 조우하는 순간이었다. 사람이 벼랑 끝에 있으면 그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붙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처음으로 여주는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을 느꼈다. 그렇기에 아무런 저항없이, 심지어는 자신도 범규를 놓아주고 있다는 자각없이 범규를 떠나보냈다.




 "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 ((범규

 " 다, 다음에 또 방문해주세요. " ((여주




 범규는 아무말 없이 미소만 지어보냈다. 여주는 예의를 차려 범규에게 인사했다. 어쩐지 자신이 범규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 고마웠어요. " ((범규



 범규는 그 말을 끝으로 가게를 나섰다.






 " 후... " ((범규




 범규는 4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오빈이를 보내준 바다에 앉았다. 근처 편의점에서 사온 술을 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황홀했던 바다와 눈부신 밤하늘이 어느새 하나처럼 보였다.




 " 오빈아... 너도 나 보고싶지? "



 범규는 큭큭 웃으며 멍하니 바다를 봤다. 바다위에 떠있는 달이 꼭 오빈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범규는 비틀비틀거리며 오빈이를 향해 걸어갔다.



 " 기다려 정오빈... "



 파도가 한번 치자 발에 물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범규는 계속 걸어갔다. 또다시 파도가 치자 이번에는 무릎이 젖어들었다. 몸통까지 물이 차자 저 멀리서 오빈이가 보였다.

 진짜 정오빈이 보였다.




 " 오빈아? 야!!! 야!! 정오빈!!!! "




 오빈이의 이름을 목놓아불렀다. 그것도 얼마 안가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바람에 오빈이를 부를때마다 짠 바닷물이 입안으로 가득 들어왔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 나도, 나도 같이가 제발.... "




 범규는 울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바다위 달이 제 손에 닿을때까지 저 수평선 너머에 있는 오빈이에게 닿을 때까지.




 " 정오빈!! 정오브..... "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범규를 덮쳤다. 범규가 빠져나올려고 발버둥치자 범규의 손에 있던 팔찌가 파도와 함께 사라졌다.


 그리움이 담긴 팔찌였다. 과연 범규는 그 팔찌가 없어도 그리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정답을 알 수 없지만 범규는 계속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다 오빈이가 있는 깊은 바다속으로 들어갔다.

 범규는 생각했다. 까닭모를 모종의 이유로 바다가 차갑지 않다고.




 ' 아 정오빈이다... '




 눈을 감자 오빈이가 보였다.




 ' 정오빈이야. '




 범규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오빈이의 곁으로 돌아왔다.




 ' 찾았다 정오빈. 우리 이제 이 거지같은 숨바꼭질은 그만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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