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미친놈 상대하기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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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주머니에 박다시피 욱여넣은 나는 발을 절뚝거리며 보건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장 교무실로 가 담임쌤께 조퇴증을 받아 교실로 향했고, 복도에는 나를 제외한 아무 사람도 없었다. 아마 수업이 시작한지 꽤 됐다는 거겠지.
아려오는 무릎에 인상을 찡그리며 반 문을 열었을 때, 수업하고 있던 쌤과 애들 모두가 나를 쳐다봤고, 그 시선들 마저 불편했던 나는 절뚝거리며 자리로 가 서둘러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왔다.
“…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냐, 진짜…”
머리가 복잡했고, 마음이 이상했다. 김태형과의 톡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내 생각만 했지 김태형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고. 결국 나의 이기적인 모습 때문에 일이 이렇게 꼬여버린 것 같아 내 자신을 원망했다.
나는 김태형이 내 마음을 가지고 논다고만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다 알면서 애매한 답으로 나를 헷갈리게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태형의 속을 알아버린 지금은 생각이 좀 달랐다. 김태형의 말에는 태클을 걸만한 것도 없었으니까.
김태형의 말대로 나는 김태형에게 거리를 두고 있었다. 김태형을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고 싶지 않았고, 김태형과 가까이 해서 모두의 시선을 받아낼 자신이 없어서.
“내가 생각해도 좀 어이없네.“
헛웃음이 막 나왔다. 김태형의 입장에서 얼마나 어이없을까 하는 생각에. 내가 본인을 좋아한다는데, 거리는 엄청나게 두고 있으니. 설령 상대가 나를 받아들이려 했다고 해도, 거리를 두는 내 모습에 답을 주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형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내가 김태형에게 두는 거리를 조금만 허물었다면… 우리 사이는 분명 달라졌을 거다.
“결국엔 다 내 잘못이었으면서… 화를 내긴 왜 내…… 그만 좋아할 자신도 없으면서 그런 말은 왜 하냐고…!“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김태형을 안 좋아하겠다고 말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렇게 커져버린 마음을 한순간에 없애긴 무리였고, 김태형을 안 좋아할 자신도 없었다.
내 자신한테 너무 화가 나서 양 주먹이 떨려올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학교에서 얼마 나오지 않은 길목에서 나는 몇 번이고 후회했다.
“김여주!”
그때였다. 내가 절뚝이는 다리로 다시 한 번 걸으려고 했을 때,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모를 수가 없었고, 뜀박질 하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렇게 숨이 벅차오른 듯한 모습으로 내 앞에 멈춰선 김태형이었고, 나는 마냥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김태형… 네가 왜 여기 있어…?”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끝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며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김태형은 몹시 조급해 보였다. 여유 넘치고, 능글 맞은 평소 모습과 달리 말이다.
“무슨 중요한 말이길래 이 시간에 여기까지 나와. 학교는 어쨌는데.“
“그냥 가방만 챙겨서 나왔어.”
“뭐?! 너 진짜 미쳤어? 말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건데 학교를 째긴 왜 째, 이 미친놈아!“
김태형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그가 얼마나 급했음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한 걸음씩 다가가 김태형의 이마에 손을 대려고 했을 때쯤, 학교를 째고 나왔다는 김태형의 말에 손의 방향을 틀었다. 김태형의 어깨를 주먹으로 퍽퍽 치던 나는 이내 김태형의 손에 손목이 잡혔다.
“나 아파, 여주야.”
내 손목을 쥐고서 한다는 말이 저런 말이었다. 심지어 그 잘생긴 얼굴로 훈녀 스킬을 발동하면서… 이건 반칙이었다. 김태형은 또 내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있었다.
“어, 어쩌라고…! 얼른 학교로 돌아가기나 해. 너 쌤한테 들키면 생기부 망한다고!”
“잠깐만, 아주 잠깐이면 돼.”
내가 김태형의 손을 쳐내며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휙 돌리자 김태형은 시선을 땅으로 박아버린 채, 하고 싶었던 말을 모조리 털어놓는다.
“미안해. 아까 톡으로 성질 부린 것도, 여태 널 힘들게 한 것도 전부 다.“
”… 네가 사과를 왜 해. 너 진짜 바보야? 내가 잘못했잖아, 내가 너 좋아한다면서 말도 안 되는 억지 부렸잖아.“
“김여주, 나는 네가 너무 좋아… 근데 네가 자꾸 나랑 거리 두려고 하니까 괜히 심술이 나서 계속 얄밉게 굴었어.”
“……“

“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나 좀 계속 좋아해 주면 안 돼? 나한테서 멀어지려고 하지마, 여주야……“
여러가지 감정이 뒤엉켰다.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사과하는 김태형에 화도 좀 났고, 날 좋아한다는 김태형에 놀라기도 했고, 설레기도 했고. 자기 좀 계속 좋아해 달라며 겨우 고개를 든 김태형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서러운 눈으로 말이다.
그런 김태형을 보고 나서야 좀 알 것 같았다. 지금 내 앞에 서있는 김태형의 감정은 완전히 날 것 그대로 였고, 그렇기에 진심이라는 게 확 와닿았다. 나는 그대로 손을 뻗어 김태형의 뺨에 갖다 대었고, 김태형은 그 위에 본인의 손을 얹었다.
“김태형… 너 진짜 바보냐? 울지 마, 뚝.“
”여, 주야…“
”뚝 안 하면 나 너 버려두고 갈 거야.“
“그렇게 못할 거면서.”
“어쭈? 나대~?”
내가 엄지 손가락으로 김태형의 눈가를 쓸었더니, 김태형은 내 손에 얼굴을 부빈다. 새끼 고양이가 지 봐달라고 애교 부리는 것 마냥. 피식 웃음이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김태형과 사소한 농담으로 어느 정도 분위기가 풀렸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야, 내가 널 어떻게 안 좋아해. 그럴 수 있었으면 진작 그랬지, 안 그래?“
”… 나 계속 좋아해?“
“어, 그러니까 이제 나랑 사귀자. 나 더이상 헷갈리기 싫어.“
드디어 뭐가 제대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나와 김태형은 결국 서로에게 솔직해지는 것으로 앞으로의 관계를 달리 했고, 서로를 위해 김태형도 나도 한 발자국씩 양보를 하기로 했다.
“거리 두지 않을게. 학교에서도… 손은 잡고 다녀.”
“일단은 만족. 네가 괜찮을 때, 내 거다 자랑하고 다녀도 되는 거지?“
”뭐… 그러던가. 근데 너 진짜 학교 째고 나왔어?“
”당연히 구라지. 조퇴증 받고 달려온 거야.”
“이씨, 김태형 너!“
결국 장난으로 끝난 우리의 스토리였다. 조퇴증을 끊고 나왔다는 김태형에 안심도 잠시, 나를 놀렸다는 생각에 무릎을 생각하지 못하고 달릴 뻔했다. 뭐, 그러기도 전에 김태형이 내 앞에 쭈그려 앉아 본인의 등을 내줬지만 말이다.
나는 그대로 김태형의 등에 업혀 편하게 갔고, 업혀가는 내내 김태형에게서 풍기는 딸기향이 좋아 김태형 목덜미에 얼굴을 부볐다. 덕분에 집으로 가는 길, 김태형의 귀가 토마토처럼 빨개졌다는 건 모른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