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내 친구

친애하는 내 친구에게 06

[⚠️Warning 주의⚠️]

본 내용은 슈가의 믹스테입 2집 어땠을까(Dear my friend)와 몇몇 인물들을 오마주하여 썼습니다.

욕설이나 약물 중독 등의 장면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미리 손절)

10부작입니다.

단편모음집에서 옮겨왔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무단 배포 및 복제를 금합니다.


©️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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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내 친구에게 6




마지막 출소날...

나는 더이상 약과 관련된 그 누구와도 연락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지만, 
부모님은 나의 연락을 받지 않으셨다.

교도소 입구에 서서 더 연락할 누군가를 찾던 중,

그제서야 나는 유일한 친구였던 윤기가 내가 밑바닥을 헤매던 도중 진짜로 나를 떠났다는 것을 깨닭았다.


.    .    .


교도소 앞에 작은 짐가방 하나 들고 한참을 서 있다가,
출소할 때마다 잠깐씩 들렸던 재활센터로 향했다.

재활센터에 들어가서야 나는 내 삶이 정말 바닥에 닿았음을 깨닭으며 몇날 며칠을 밤마다 있는데로 울었다. 

눈물이 흐르고 흘러도 
나는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뿐,
바닷물 위의 햇빛에는 더이상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며칠동안 앓아누었다.

열이 펄펄 끓고 땀이 비오듯이 났고,
눈에서는 눈물이 끊이질 않았다. 

나는 몸 속의 나의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나의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는 기분마져 들었다. 

그 깊은 비통함은 온전히 스스로를 망쳐버린 
나를 위한 것이었다. 



화장실 거울에 피골이 상접한 나를 봤을 때,
나는 스스로를 위한 비통함은 이제 내려놓고...

나의 남은 삶을 살아야한다고 느껴졌다. 




약은 핑게이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내가 외면했던 거지...




바닥에 한참 닿고 나서야 
나는 바닥을 차고 올라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저녁시간 재활센터에서 틀어놓는 방송을 보며

민윤기 아니 방탄소년단이 음악을 통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어린 날 우리의 다짐이 허황된 다짐은 아니었음을 서서히 깨달아갔다.



'그래.. 너는 날아다녀.. 나는 바닥에서 헤엄쳐 다닐께...

하지만 이제는 외면하지 않고 부딧치며 살께...
더이상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볼께..'



그 이후부터는 내가 수기집이나 모임, 강연에서 숱하게 하던 이야기 그대로이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기에, 최장기 입소자로 지내며, 그 곳에서 제공하는 직업교육들을 이수하고, 공사판을 비롯한 가능한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일도 했다. 

그럭저럭 생활력이 생겼는데도 쉽사리 퇴소하지 않았던 것은 

나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었고,

더불어 나를 위해 애쓰신 부모님이나, 
나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던 친구 민윤기를 저버린 나를 용서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던 더 굳은 일을 찾고 도맡아 했다. 
몸이 고생해야만 조금이라도 참회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냥 묵묵히 지냈다. 내가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사람답게 사는 것을 목표로 일과를 채우며 지냈다.



센터는 내가 잘 지내고 있는지 점검받는 곳이라고 느껴졌기에 퇴소한 이후 해마다 찾아갔다. 

NA모임(약물중독 자조모임)에도 매주 빠지지 않고 나갔다. 여러 해가 지나자 모임에서는 꽤나 오래된 멤버가 되어있었고, 넘어지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생겨도 묵직하게 내 자리에서 버텨줄 수 있게 되었다. 

센터의 권유로 해외 NA모임에도 참석하고 아픈 사람들을 만나다가 결국 공부를 시작하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과거의 나와 같은 중독자들을 만나는 일은... 글쎄...

그냥 인내의 연속이다. 
자신의 삶이 나락의 바닥에 닿았음을 깨닭을 때까지 나는 인내한다.

그 비통함을 느껴야만.. 
비로소 자신의 지난날을 마주하고, 우리는 여생을 살아야할 이유를 찾을 수 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깨달음의 순간 까지 인내하며 버텨주는 것이다.

윤기는 나를 최선을 다해 찾아오고 도우려 했지만
나는 스스로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몰랐기에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바닥에 닿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되어야만
역설적이게도 도약할 준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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