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속 딜레마

24. 김태형 그리고 정수연

Gravatar

24. 김태형 그리고 정수연


말랑공 씀.




*본 글은 가정폭력에 대한 묘사를 포함하고 있으니 보시는 데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김태형, 그는 정수연과 4년을 함께했다. 정말 우연인지 운명인지 4년 내내 태형과 정수연은 줄곧 같은 반이 되곤 했다. 5학년이 될 무렵에는 태형이가 전학을 가게 되면서 같은 반이 되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4년이라는 그 짧고도 긴 시간 동안 정수연은 태형 ‘때문에’ 괴로워했다. 아니, 정수연은 태형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생각했다, 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아직 어렸던 그때의 정수연은 본인보다 점수가 더 높을 뿐인 태형을 원망했다. 정수연 그녀를 태형이가 직접 괴롭힌 것도 아니었는데, 정수연은 본인이 부모님께 학대 받는 게 전부 태형 탓이라고 생각했다.


  모두 김태형의 탓이라고 생각하며 부모님께 학대를 받아왔던 정수연은 은연중에 태형을 피하곤 했다. 너무나도 싫어서, 그냥 밉고 혐오스럽고 이 모든 학대의 원인이 김태형에게 있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정수연은 태형을 피해 다녔다. 태형은 정수연이 본인을 자꾸 피하는 것을 대충 눈치를 채긴 했었다. 그러나 태형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였다. 그래도 김태형 그도 사람인지라, 아직 호기심 많은 어린이였던지라 정수연이 왜 자신을 피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생겨났다.


  그렇게 태형이가 정수연을 점점 신경쓰고 있을 때 태형은 정수연이 왜 자신을 자꾸 피하는지, 싫어하는 티를 내는지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었다.




***




  평소처럼 하교를 하고 있을 때였다. 태형은 그날따라 어쩐지 평소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에 낯선 길을 택했다. 평소보다 채도가 낮은 동네 풍경들. 왠지 으스스한 분위기. 태형은 괜히 새로운 길을 택했나 후회가 됐지만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니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한 골목길에서 짜악, 하고 마치 누군가를 때리는 듯한 소리에 태형은 그 골목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


  태형은 그 골목길 안을 들여다보자마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는 한 쪽 볼이 빨갛게 부어오른 정수연이 고개를 떨군 채 어느 한 여성에게 혼나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태형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파악이 되질 않아 정수연과 그 여성에게로 귀를 기울였다.


  “죄송해요, 엄마……”


  태형은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새하얗던 정수연의 뺨을 빨갛게 부어오르도록 만든 장본인인 것처럼 보이는 여성이 그녀의 어머니였다니. 태형은 잠깐 어머니가 흥분해 그런 것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봤지만, 정수연의 모습은 정말이지 맞는 것에 너무 익숙해 벌써부터 허탈한 듯 보였다.


  “다음에는 꼭… 그 애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게요…”


  그 한마디에 태형은 정수연이 왜 계속 자꾸 자기를 피하고, 싫어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가 점수가 자기보다 높으니 당연히 자기는 2등, 내가 1등을 하게 되었고, 그걸로 결국 부모님께 혼났고, 그게 내 탓인 줄 생각하고 있는 거구나.’


  태형은 정수연의 생각을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야 말았다. 그때서부터 정수연을 향하던 순수했던 태형의 관심도 악의적으로 물들게 되었다.


  ‘왜 쟤는 내 탓을 하는 거지? 난 그저 내 자리에서 열심히 했을 뿐인데. 내 탓이 아닌데.’


  ‘김태형 때문이야. 이건 전부 걔 탓이야. 걔가 1등을 차지하고 나서부터 엄마가 혼내는 강도가 더 세지기 시작했어. 이 모든 원인은… 김태형 때문이야.’


  ‘본인이 공부를 못해 놓고 괜히 남탓을 하다니. 그리고 겨우 그런 이유로 날 피하고 싫어하는 티를 내다니. 아, 진짜…’


  ‘아, 진짜…’


  ‘정수연……’


  ‘김태형……’


‘너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