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개

01




“좋아해, 정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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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개가 보기 좋게 띄어진 여주의 얼굴을 정국은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수없이 많이 받아본 고백인데, 정국은 처음으로 심장떨림을 경험했다. 정국이는 처음으로 그런 감정을 느껴 그게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여주를 지나쳐 다시 가던 길을 걸었다. 괜히 그런 기분이 어색해 미간을 찌뿌리는 정국이었다.



그 후로 여주는 정국의 눈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국이는 애타게 여주를 찾았다. 온 몸으로 찾지는 않았다. 자신이 여주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여주는 매일 울었다. 몇 년을 같이 보낸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차갑게 지나칠 수 있냐고. 여주는 충격과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리고 또한 눈물도 많아졌다. 매일 씩씩한 척, 활발한 척, 잘 해 온 여주였는데, 정국이가 차갑게 자신을 지나친 이후로는 그런 척을 못했다. 괜찮은 척부터 하지 못했다.



그런 여주를 본 지민은 정국에게 물었다. 요즘은 왜 김여주랑 안 다니냐?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다. 하지만 정국이는 그게 마냥 좋게 들릴 리가 없었다. 안 그래도 답답한데, 왜 시비야. 정국은 지민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꾸만 여주한테 붙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신이 여주를 좋아하는가? 그건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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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왜 또 표정이 그래. 너 김여주 좋아하는 거 아니였냐? 왜 저렇게 놔 둬?”



지민은 굴하지 않고 이어서 물었다. 정국은 여전히 똥 씹은 표정으로 대답없이 지민을 쳐다 볼 뿐이었다. 그런 정국에 지민마저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지민은 몇 분 버티지 못하고 일어나 정국의 어깨를 한 번 토닥이고 갔다. 힘 내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자신도 좀 친구 대접을 해 주길 바란다는 의미도 있었다. 또한 정국은 그걸 알지 못했다.



…”



여주와 정국이 마주쳤다. 여주는 밤새 울어 눈이 팅팅 부었고 정국은 알 수 없는 감정에 밤을 지새운 탓에 자크써클이 조금 내려앉은 상태였다. 서로는 그걸 알 지 못했다. 자신때문에 쟤가 저렇게, 힘들다는 것을.



“정국…”



지민이 정국에게 전해주려던 것을 까먹어 다시 되돌아 정국에게 왔을 때, 여주를 발견했다. 정국과 여주는 한참이나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무슨 기 싸움이라도 하냐, 지민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타이밍에 내가 끼면 정국이한테 좆 되겠네. 눈치 빠른 지민은 금방 빠져 주었다. 둘이 싸웠나 보구나. 지민은 알 수 있었다.



“김여주.”



먼저 붙잡은 건 정국이었다. 여주는 순간 왈칵, 눈물을 쏟을 뻔 했다. 먼저 외면한 건 너잖아, 왜 네가 상처 잗은 얼굴인데? 여주는 정국에게 묻고 싶었다. 정국은 쓸데없이 순수하고,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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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 줘.”




정국이 붙잡은 여주의 손목은 빨갛게 변했고 정국은 그걸 놔줄리 없었다. 정국은 마냥 여주의 보조개를 좋아했다. 그 보조개를 하루라도 안 보면 마음이 뒤숭숭하고 불길했다. 그래서 여주의 보조개를 원했다. 마음이 뒤숭숭하고 불길해서 원한게 아니고, 원하지 않아서 마음이 뒤숭숭하고 불길했던 것이다. 물론 단 하루도 여주의 보조개를 원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여주의 눈물샘이 터졌다. 그리고 속마음마저 터졌다. 여주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속사포 랩 하듯이 말했다. 일부러 눈치 없는 척 하는건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여주는 알 수 없었다.



“네가 먼저 나 무시하고, 외면했잖아. 나 싫어? 싫으면 싫다고 해. 그런데 이제와서, 웃어 달라고? 넌 그냥 내가 좋은 게 아니고 내 보조개가 좋은 거야? 아니면, 그냥 나를 가지고 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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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정국의 입술과 여주의 입술이 부딪힌 것이. 여주의 말이 끊긴 것이. 또한 정국의 이성마저 끊긴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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