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 과부화

E: 촉이 엇나가는 순간

photoE : 촉이 엇나가는 순간

순간의 감정에 치우쳐 모조리 삼킨 촉은 사실 거짓이었다는 진실. 확률을 배제할 수 없는 것과 그 차이에 이악물고 달려든다는 건 엄연히 다른 이야기였기에 널 사랑하게 될 본인은 결국 총구를 겨눌 사랑의 끝과 무어 다를까.



뜬 열기는 식을 줄을 몰라 진득히 얽혀오고 감겨든 공기는 닿으면 데일 듯 열렬히 엉겨붙었다. 더운 물기가 그 틈에 가득 갇혀 이도저도 못하고 끈적하게 흘렀러 불편하게 간지럽혔다. 텁텁한 숨이 맞대어 머물린 입 끝에 머물다 크게 내뱉어 삼켜버렸다. 짙게 감은 눈을 뜨고 밀쳐내듯 멀어지자 참고 막았던 숨을 몰아쉬는 서로였다. 길게 내쉬던 차에 둘 사이의 시선이 허공에 뒤엉키자 말없이 웃음이 비져나왔다. 한숨 다를 것 없이 순간의 웃음을 보인 둘은 이후 표정엔 미동도 없이 잠적 지겨운 고요를 이끌었다. 태형이 힘없이 손을 거둬 마른 세수를 하더니 고개를 들어 유은을 올려다보자 유은은 그의 시선을 지독히 노려보더니 살기를 죽이곤 놓인 짐 더미에 걸터앉았다. 곧장 어이없이 다시 멤돌던 긴장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

“ 설마 뱃멀미라도 하나보지? 오래 서있지도 못하고 금방 앉는 걸 보면. ”

“ 그럴리가 있나. ”


놀리려든 태형의 말에 유은이 팔장 낀 어깨를 살짝 들썩이며 가당찮다고 혀를 찼다. 눈치없이 깜빡거리던 전등이 배가 덜컹거림과 동시에 환히 비췄다. 중심을 잃은 유은이 언뜻 휘청이다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눈앞에 마주하고 한참을 웃어대던 태형은 유은이 팔을 엮어 감싸고 있는대로 째려보는 시선을 실컷 알아채고서야 겨우 진정했다. 


“ 그만 좀 웃지. 이미 충분히 쪽팔린데, 너 때문에 더하잖아. 네가 서있었으면 안 넘어졌을 것 같아? 자신 있냐고, 으응? ”


“ 푸흡,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잖아. 지금 딱 그 꼴인거지. 난 앉아있었고 넌 굳이 서있었던 거고. 그런데 네가 덧붙인 그말이 내가 웃음을 멈추지 않을 이유를 다시 설명해줬네. 아 그럼 웃긴 걸 어쩐담. 마침 카메라가 있었다면 영상이라도 찍어놓는건데 아쉬워라. 정말이지 아쉬워서 견딜 수가 없네. ”



“ 인질 주제에. 니가 처한 상황이 되게 안전하지 않거든? 알고는 있는거지. 흥. ”


“ 그래서, 인질 주제는 웃지도 못한다는거야? 냉담도 하셔라.”



“ 내가 언제? 웃을 거면 좀 예쁘게라도 웃어봐. 그 정도 쓸모는 있어야지, 안 그래. ”


기껏해야 고작 한 줌 정도의 햇빛이 새들어오던 조그만 창 하나로 노을 져 감이 비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가 묶인 줄을 아프지 않게 헤치는 유은의 상반된 모습에 헛웃음이 멤돌았다. 그의 웃음에서 미묘한 파도가 일렁거린 유은이 끊임없이 되새겼다. 그는 사실 적이며 헤쳐야할 사람이니 한 시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할 뿐더러 절대 정을 주어선 안된다고. 슬금 기어 내리던 해가 모두 지고 벌써 달이 바다를 비춰 물결이 은백색으로 한가롭게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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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봐, 민윤기. 네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고 돌아온건지 알기나 해? 정말 미쳤구나. 고작 경찰 몇 한테 당해서 김태형이니 권유은이니 그걸 죄다 놓쳐? 제정신이 아닌거지. 어? ”


윤기가 고개를 숙이고 잇몸이 마르게 웃더니 금새 꼼짝없이 석진을 가만 응시했다.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윤기의 앞에서 눈썹을 들썩이자 그가 잠시 머뭇거렸다. 



“ 네가 더해봤자 꼭두각시지. 안 그래 보스? 푸하흐흡, 고작 너 같은걸 그자리에 앉혀둔 부하직원도 웃기지만. 배신하겠다고 안달나서 그거 하나 못 잡고 없는 돈 몇푼으로 그 년 잡아오라고 시킨 마당에, 남은 돈 죄다 술먹는데 탕진한 니새끼가 할말인가 그게. ”


“ 그래서 뭘 어쩔 생각인데. 니 보스가 꼭두각시던 술 처먹겠다고 남은 돈 흥청망청 쓰던 그게 무슨 상관이지? 넌 어짜피 그런 새끼 한테도 복종해야하는 그런 위치인데. 그놈의 믿음도 없고 살의만 드글거리는 거지같고 융통성 없는 집단? 근데 복종은 다른 말이지. 지랄을 하더라도 따질 걸 따져야하지 않겠어? ”


“ 그러니깐. 관두겠다고 가진건 쥐뿔 복종 밖에 없는 융퉁성 없는 그 집단. 못 알아들어? 머리가 나쁜 건가. ”


“ 권유은이랑 김태형은 니가 아니라도 충분히 잡을 수 있었어. 그중 선택지가 굳이 너였던것 뿐이지. 너 하나 죽이는 것도 끄덕없고 뭐. 네멋대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우습네. 일 벌여놓고 나가겠다는 넌 더 어이가 없고. ”



“ 잊었어? 나 원래 그런 놈이잖아. 아, 이제 알았다면 유감이고 말이야. ”



넌 어짜피 여기못나가. 
그냥 죽어, 마침 시간도 죽여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