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녀

<크리스마스 특별편> 화이트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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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7년전 12월 24일. 연준이가 수능을 본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거리는 반짝이는 불빛과 크리스마스 캐롤로 가득했다. 나는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캐롤을 흥얼거리며 광장에 있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 앞으로 걸어갔다.

트리 앞에서 연준이를 기다리는 동안 누군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 저기 ''






연준이의 목소리가 아니라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애써 웃으며 고개를 올려 나를 부른 사람을 바라보았다.






'' 네? ''






그 사람은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내게 폰을 건냈다. 자주 본 분류였다. 그니까, 내가 학창시절때 봤던 건들건들거리던 일진.






'' 아ㅎ 진짜 제 스타일이어서 그런데 번호 주세요. ''






당당하게 요구하는 그 모습에 어이없어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 죄송합니다. 남친 기다리고 있어서요. ''






물론, 연준이는 아직 남친이 아니지만 그쪽이 확인할방법이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거절이었다.






'' 혼자 계시던데 거짓말이죠? ''

'' 하... ''






나는 대충 아무번호나 찍었다. 나도 모르게 연준이의 번호를 누르고 있어 멈칫하고 다시 이상한 번호를 눌렀다.






'' 아 진작 이럴것이지 ''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고 곧이어 이 번호는 없는 번호라는 음성 메시지가 들렸다.





'' 야, 장난하냐? ''






그때 누군가 따뜻하게 내 어깨를 감싸주었다. 남자는 멈칫하더니 욕을 내뱉으며 돌아갔다. 나는 고개를 들어 내 어깨를 감싼 사람을 바라보았다.






'' ...! 최연준!! ''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누가봐도 최연준이었다. 연준이는 마스크를 살짝 내려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살포시 얹었다.






'' 쉿 ''






 살짝 화가 난듯한 표정이 들어났고 내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자 그도 손을 가볍게 흔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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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기다렸어요? ''

'' 응. 너 때문에 이상한 사람이 들러 붙었잖아 ''






연준이는 키득키득 웃으며 나를 포근히 안아주었다. 그가 나를 안아주자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에 빛이 빛나더니 종소리가 들렸다.






'' 메리크리스마스 ''






연준이는 나를 보며 웃었다. 내 두 볼을 살며시 감싼 그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나는 손을 올려 내 손과 그의 손을 포갰다.







'' 메리크리스마스 ''






나는 키득키득 웃으며 연준이의 손을 내 볼에서 때고 손을 꼭 잡았다.






'' 갈까? ''

'' 좋아요, ''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은 상태로 그를 이끌었다. 슬쩍 그의 얼굴을 보니 그는 나와 맞잡은 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데이트같네요~ ''






나는 그를 놀릴 생각으로 그의 볼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붉게 물든 얼굴로 헛소리라고 빽 소리지를 줄 알았는데 내 예상과 많이 달랐다.

그는 웃고 있었다. 초승달처럼 이쁘게 휘어진 입꼬리와 눈웃음, 그 덕에 한껏 부푼 애교살까지 너무나 이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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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트 맞네요 ''






연준이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심장이 터질듯 쿵쾅거렸고 얼굴이 붉게 물들어간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그가 너무 단단히 내 얼굴을 잡고 있었기에 돌리지 못했다.






'' 오늘이 마지막 금요일이야. 알고 있어요? ''

'' 다음주가 1월 1일이니까. 그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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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지, 내가 다음주까지 참을려고 했는데. 못 참겠어. 누가 누나한테 찝적거리는 것도 싫고 1년을 기다렸는데 또 1주일이나 더 기다리는거 이제 못하겠어. 그냥 크리스마스 분위기 때문인지 내가 더는 못 참겠어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지금 말하고 싶어요. ''






연준이는 빠르게 랩하듯 내게 그동안 전하고 싶은 말들을 내뱉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눈만 깜빡이며 상황 파악을 했다.






'' 그니까... 다시 말할게. 누나는 나한테 수능이 끝나고도 누날 향한 마음이 바뀌지 않을때 다시 말해달라고 했잖아요. 있지... 난 처음부터 그냥 누나였어. 그때 키스한거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

'' ...내 답은 정해져있어. ''






내 답에 내내 긴장한 표정만 가득한 연준이의 얼굴에 활짝 이쁘게 눈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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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나랑 사귀자, ''






연준이는 고개를 숙여 내 입에 입을 맞추었다. 1년 전 내 졸업식날 그때처럼.






'' 좋아! ''






연준이가 내 입을 놔주자 나는 그에게 폭 안기며 활짝 웃었다. 나도 그를, 그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역시, 고백이랑은 달랐다.

어쩜 매번 사람을 그렇게 설레게 만들 수 있는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함께할 모든 순간에도 나는 그에게 또다시 반할게 분명했다.

나 역시 연준이처럼, 아니 그보다 더 연준이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 이 반지 뭐야? ''






연준이를 껴안다가 문득 내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았다. 내 손에 꼭 맞게 끼워진 심플한 디자인에 반지였다.






'' 그냥... 태현이한테 마법 배워서 끼워봤어. 크리스마스 선물. ''

'' 반지 사이즈는 어떻게 알고? ''






내 물음에 연준이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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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누나 손 잡아보면서 대충 짐작한거야. 나도 맞을지 안 맞을지는 몰랐어요. 그래도 딱 맞아서 다행이다. 그쵸? ''






어쩜이리 하는 짓도 귀여운지. 나는 연준이 입술에 입술을 포개고 쪽 소리나게 입술을 땠다.






'' 응! 최고야! 고마워 연준아 ''






그 해 크리스마스는 유난히 따뜻한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 근데 아까 그 남잔 누구야? ''

'' 몰라? 번호 따가던데? ''

'' 그래서 번호 줬어? ''

'' 남친있다고 했는데 계속 저러길래 무서워서 아무 번호나 줬어. 아! 근데 나 완전 자연스럽게 너 번호 누른거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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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내 번호 눌러서 전화하지, 그럼 더 빨리 달려갔을 텐데. ''






나는 질투하는 연준이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답했다.






'' 안돼. 너 번호 유출되면 어쩔려고 ''

'' 바꾸면 되지 ''

'' 안돼. 그럼 내가 다시 너 번호 외워야하잖아, 물론... 너 번호 외우는건 내가 제일 잘하는 일중 하나니까! 그리고, 그땐 너가 진짜 내 남친 아니였잖아 ''






연준이는 내 손을 잡고 깍지를 꼭 꼈다. 그리고 내 손등을 자신의 입으로 가지고 와 입을 살포시 맞추었다.






'' 이젠 남친이니까 다음부터는 그렇게 해요. 알겠지? ''






나는 연준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답했다.






'' 그러게 더 빨리 고백했어야지 ''

'' 했잖아 1년전에, 그때 거절한게 누구씨였더라아? ''

'' 아니!! 그건 거절이 아니라... ''

'' 그리고 어떻게 바로 고백해? 누나가 분명 넌 미자고 난 성인이야!라고 했을거면서 ''

'' 지금도 마찬가진데 뭐... ''






내 답에 연준이는 자신의 폰을 켜서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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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닌데, 나도 이제 대학생인데 ''






나는 연준이의 손을 잡고 연준이가 들고있는 폰을 빤히 바라보았다. 연준이의 수험번호가 적혀있는 페이지에 크게 합격이라고 쓰여있었다.






'' 미친!! 야!!!! 흐아.... ''

'' ㅋㅋㅋㅋㅋ 우리 이제 cc인가? 어엇... 누, 누나! 아 왜 울어 ''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에 나와 같은 대학교에 붙은 연준이가 자랑스러우면서 한편으로 그를 걱정했던 내 불안한 감정이 사라졌다.






'' 흐흡... 나는 끄윽 끕.... 흐아아아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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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 울지마 울지마 ''






연준이는 나를 꼭 안고 토닥여주었고 나는 그를 부등켜안고 울었다. 결국 영화는 보지 못했고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고 내 자취방에서 같이 이불 속에 들어가 나 홀로 집에를 보며 밤을 샜다.

겨우 잠에 든 우리는 그 다음날 늦은 오후에 일어나 같이 케이크를 만들며 모든 시간을 서로를 위해 썼다.

내 인생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였다.

























'' 누나? 누나! ''

'' 으, 어? ''






연준이가 내 손을 꼭 잡고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괜찮아? 계속 불러도 답이 없길래 ''

'' 그냥... 너가 고백했던 날 생각하고 있었어 ''

'' ㅋㅋㅋㅋㅋ 오늘은 진짜 눈이 오네 ''






연준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날린 눈꽃이 눈인줄 알았던 그때와 다르게 진짜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 긴장돼? ''

'' 당연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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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잘생긴 남편이랑 결혼해서 그런가? ''






나는 피식 웃으며 연준이 볼에 입을 맞추고 손깍지를 꼈다.






'' 이렇게 눈이 많이와서 비행기가 뜰지 안뜰지 걱정하는 거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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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 ''

'' ㅋㅋㅋㅋㅋ 이렇게 잘생긴 남편을 얻어서 긴장되긴 하지, ''






나는 연준이의 목에 팔을 두르고 내쪽으로 휙 당겼다. 그리고 연준이의 귓볼을 살짝 입술로 깨물고 귓가에 속삭였다.






'' 여기까지 오는데 몇명이 널 본줄 알아? 질투나 최연준 ''

'' 나한텐 누나밖에 없는거 알면서 ''






연준이는 내 입에 진하게 입을 맞추었다.






'' 사랑해 ''

'' 응, 나도 ''






연준이는 폰을 켜서 시계를 봤다. 정확히 12시 정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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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 크리스마스네 ''

'' 메리 크리스마스 자기야 ''

'' 응, 여보도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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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은 7년전 둘이 사귀기 시작한 때이고 두번째 장면은 3년 후 둘이 결혼식하고 신혼여행 떠나는 날 비행기 안 입니다!

사실 19년도 크리스마스때 투바투를 본적이 있었는데요
photo⬆️요 현장에 제가 있었습니다!


그때 943 무대가 굉장히 이뻤던 기억이 납니다! 얼굴... 이요? 네, 제 자리가 너무 멀리있기도 하고 워낙 얼굴이 작아서 네... 안보였어요 ((슬픔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