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분... 제발 뭐좀 드세요. 아내분만 먹이지 말고요... ''
의사의 말에 연준이는 안절부절 못한 상태로 계속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했다.

'' 하지만... 그... 입덧때문에... ''
'' 그러니까 최연준... 너가 왜 입덧을 하냐고!! ''
나는 의료용 침대에 누워 연준이를 바라봤다. 의사선생님은 우리둘을 보더니 싱긋 웃으며 답해주었다.
'' 가끔, 아내분을 엄청 사랑하는 남편이 아내 대신에 입덧을 하기도 해요. ''
'' ...내가 누나를 너무 사랑하나보다 ''
'' 자, 이제 우리 토리를 볼까요? ''
의사 선생님은 초음파를 가르키며 말했다. 연준이는 허둥지둥 카메라를 꺼내 토리의 사진을 찍었다.
'' 다음주면 토리가 나올거 같네요. 심장소리 들어보시겠어요? ''
'' 네!! ''
연준이는 사진 찍는 것을 멈추고 의사선생님 옆에 꼭 붙어서 토리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연준이는 눈을 감고 토리의 심장소리에 집중하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 안녕, 토리야? 오늘도 씩씩하구나. ''
'' 그래서, 아이 이름은 정했나요? ''
연준이는 천천히 눈을 뜨고 활짝 웃으며 답했다.

'' 도하요. 도하. 최도하. 이름 진짜 이쁘죠? ''

TAKE #16
16th SCENE
ㅡ촬영장에서 생긴 일(1)ㅡ
" 나도 오늘 촬영에 가라고? "
쇼파에 널부러져있는 나를 내려다본 범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 최연준 드라마 촬영장 갔다면서 ''
'' 그치...? ''

'' 저번에 못한거, 그래서 오늘 한다고. 깜짝 촬영장 방문! ''
나는 범규를 바라보다가 비적비적 몸을 일으켰다.
'' 왜이리 가기싫지? ''
'' 뭐야. 무기력증도 아니고.
'' 몰라... 그냥 우울해 ''
내 말을 들은 범규는 걱정스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주변을 휙, 휙 살펴보더니 내 귀에 속삭이며 물었다.
'' 최연준이 진짜 이혼이라도 하제? ''
'' 뭐어?? 아니... 그건 아닌데... 연준이가... 너한테 그래? 정말로 이혼...하고싶다고? ''
'' 그 형이? 그 형은 죽었다 깨어나도 누나말고는 못만나. ''
범규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중얼거리듯 허공을 응시한 상태로 내게 말했다.
'' 걘 진짜 누나 아니면 안돼. 내가 최연준은 못믿는데 최연준이 누나 사랑하는건 믿어. ''
범규는 잠시 내게 시선을 머물며 말했다.

'' 걔는 그래. ''
☆★☆

'' 어? 서청연? ''
나는 살짝 손을 흔들며 드라마 조감독인 수빈이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고 수빈이 앞에 도착하자마자 수빈이 머리에 주먹을 한대 콩 때려주었다.
'' 아, ''
'' 서청연이 뭐야 서청연이. ''
수빈이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 헤헤, 안녕하세요 선배? 오랜만에 뵙네요. "
" 잘 지냈어? "
" 뭐, 보다시피요 "
수빈이는 어깨를 한번 으쓱이곤 내게 자신의 손에 있던 커피를 흔들었다. 진한 아메리카노가 컵을 따라 한바퀴 빙글 돌며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 성공한거 같네. ''

'' 뭐... 아직 조감독인걸요? 더 열심히해야죠. ''
'' 카메라는 그립지 않아? ''
내 물음에 수빈이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 그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
수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바라보았다. 향수 가득한 표정이었으나 미련은 없어보였다.
'' 다시 설 수 있는거니까. ''
'' 글쎄요... ''
의미심정한 말을 남긴 수빈이는 커피를 홀짝 마시고 나를 바라보았다.
'' 범규는요? ''
'' 걔는... 바빠 ''
'' 아, 감독 대신하느냐고? ''
'' 엇... ''
이 이야기는 범규와 나, 그리고 일부 제작진들만 아는 사실이었다. 혹시 여기까지 퍼지게 된걸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수빈이를 바라봤다.
" 또 놓쳤다면서요. "
" 범규가 그래? "
수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 이쪽 업계가 그렇지 뭐, "
나는 수빈이를 따라 커피를 한입 마시며 말을 꺼냈다.
'' 연준이는? ''
" 연준이형이요? 먼저 만난거 아니였어요? ''
'' 아직, 찾고있었는데 너랑 마주친거야. ''

'' 대기실에 있으니까 가봐요. 많이 놀라할걸? 아, 아니다 놀라는것보다 좋아하겠다. "
나는 머뭇거리며 수빈이가 가르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수빈이는 다시한번 커피를 마시더니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 부인이 남편 만나러 간다는데 누가 뭐라고 그러겠어요? 그리고 오늘은 누나가 많이 필요할거예요. "
'' 내가? ''
'' 네, 최연준이 촬영하기 싫다 징징거려서 제가 부탁에 부탁을 해서! 사정사정해서 범규한테 말했거든요. 오늘 누나가 꼭 왔으면 좋겠다고. ''
'' 오늘 뭔일 있어? ''
'' 어? 형이 말 안했어요? ''
'' 아무말도 ''
'' 직접가서 듣는게 좋겠죠. 아무래도... 응... ''
수빈이는 자신의 턱을 만지며 중얼거리다가 내게 손인사를 하며 말했다.
'' 곧 촬영시작이니까 빨리가서 왔다고 말해요, ''
수빈이의 말을 들은 나는 살짝 손인사를 하고 연준이에게로 향했다.
세트장에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장소에 컨테이어가 여러개 있었다.
'' 최연준... 최연준.... 아, 여깄다. ''
각 컨태이너에는 종이가 붙어져 있었는데 이를 통해 쉽게 연준이의 대기실을 찾을 수 있었다.
크게 숨을 한번 들이쉬고 노크를 하려는 순간 문 넘어로 연준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 사랑해. "
" 뭐? "
''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
'' 하, 하지만... 우린... ''
'' 남들 시선 신경쓰고싶지 않아. 넌 어때? 너도 나 좋아해? ''
분명 연준이 목소리였다.
" 키스해도 돼? "
나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한 진짜 최연준 목소리.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문고리에 올린 손을 빠르게 빼고 미친듯이 화장실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동안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 내 귓가까지 울렸다.
왜 도망갔는지 모르겠다. 그냥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에 발이 먼저 움직였다.
범규야, 아무래도 이번엔 너가 틀린 것같다.
상황을 인지하자 배가 미친듯이 아파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