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AKE #18
18th SCENE
ㅡ최악의 감정에 휩싸인 서러움ㅡ

'' 하... 감독님은 왜... ''
수빈이는 눈쌀을 찌푸리며 모니터속 연준이와 서진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마저도 차마 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겠는 수빈이는 입술을 깨물며 모니터를 힐끔 힐끔 바라봤다.
'' 나, 여기 앉아도 돼? ''
작게 소근거리는 청연이의 목소리를 들은 수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를 하나 내어줬다.
애써 덤덤한 척 했는데, 자신이 질투를 하고 있다는걸 청연이에게 들키는 기분이 들었다.
'' 괜찮으시겠어요? ''
괜찮냐는 물음이 자기 자신에게 향한건지 청연이에게 향한건지 잘 모르겠다.
'' 들었어. 서진언니랑 너. ''
'' 아... 누날 만나셨어요? ''
'' 어쩌다보니? ''
수빈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불안하진 않아? "

" 불안하죠, 보기도 싫고. 근데 어쩌겠어요... 저게 일인데. 내가 싫다고 안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
수빈이의 말이 끝나자 마자 연준이와 서진이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 정 걱정되면 정말로 한번봐봐요. 우리도 연애초에 서로에게 신뢰를 보여줄려고 한 행동인데 NG가 난 횟수에 딱 두배만큼 촬영이 끝나고 스킨쉽했어요. "
'' NG도 날 수 있는거야? 최악인데... ''
청연이의 말을 들은 수빈이는 작게 미소를 띄었다. 둘이 이혼할거라면서 아직 풋풋한 자신과 전혀 다를게 없는 모습이었다.
'' 선배에게 다정한 연준이와는 완전 다를거에요. 그건 제가 장담하죠. 뭔지 모르겠으면 일단 봐봐요. 연준이와 서진이가 아니라 현찬이와 세아의 모습을. ''
수빈이는 애써 웃으며 시선을 옮겨 서진이와 연준이를 바라보았다. 정말 입술만 살짝 붙였다가 때는 것만을 끝으로 둘은 훅 멀어졌다.
'' 저게... 맞냐...? ''
나는 수빈이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수빈이는 한숨을 내쉬더니 외쳤다.

'' 컷! ''
컷 소리와 함께 수빈이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연준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벌떡 자리에 일어나 미친듯이 도망갔다.
'' 서, 서청연!!!! ''
다급한 연준이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도망쳤지만 얼마 안가 비상 계단에서 연준이에게 붙잡혔다.
'' ...놔 ''
'' 누나... 그... 그게... ''
'' 왜... 말 안했어? 응? ''

'' 내가 잘못했어... 누나가 올줄 몰랐단 말이야... ''
연준이의 말에 울컥 화가 났다. 수빈이에게도, 범규에게도, 서진이에게도 들었다. 연준이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까 그 유치원생의 장난같은 입맞춤이 그가 얼마나 진심이 아니였는지도 보여주었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이 괜찮은건 아니었다.
'' 그래도... 그래도 말은 해줬어야지!! ''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 우리... 그만하자 ''
'' ㅁ, 뭘...? ''
'' 그냥... 다. 이혼남녀 촬영도. 너랑 나의 관계도. 그래, 사실 여기까지 질질 끌고 온것도... 참 웃겨. ''
'' 누나... 제발... ''
나는 흐르는 눈물을 대충 벅벅 닦았지만 얼마 안가 연준이에게 양팔을 붙잡여 저지당했다.
''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응? ''
'' 아무말이라도 해봐... ''
'' 너무 변명같잖아. ''
'' 변명이라도 좋으니까 아무말이나 하라고 그게 아니면 진짜 불안해 죽어버리겠으니까 ''
연준이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무릎 위에 올린 손바닥 위로 눈물이 하나, 둘 떨어졌다.

'' 누나가 아는게 싫었어. 내가 누구랑 키스신을 찍는다는걸. 미안해... 진짜 미안해... ''
'' 너... 넌 정말 이기적인거 알아? 바보야... 바보... ''
나는 연준이 앞에 풀썩 주저앉아 소리없이 울었다. 갑자기 서러웠던 감정이 폭발해버린 것이다.
'' 내가 다른 사람 입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키스신 찍는다는걸 들어야했어? ''
'' 미안해 다음부터는 꼭 말할게... ''
'' 나는... 나는 아까 대기실에서 대본리딩하는 줄도 모르고...! ''
'' 거기에... 있, 있었어? ''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았다. 연준이는 자리에 일어나 내 손을 잡고 내 앞에 있는 계단을 올라갔다.
'' 그럼 누나가 해줘, 키스. ''
계단에 풀썩 주저앉으며 울어서 눈가가 붉어진 연준이는 자신의 입술을 톡톡 두드렸다.
'' 뭐...? ''
당황한 나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연준이를 내려다보았다. 연준이는 이쁘게 눈꼬리를 휘어접으며 능글맞게 말했다. 그래, 이래야 최연준이지.

'' 아까 봤잖아. 그거 키스 아닌거. ''
계단에 앉아 나를 올려다보는 그는 눈에 띄게 붉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이혼남녀 방송을 위해 부착한 마이크를 확 잡아 뜯었다.
'' 후회하지나 마. ''
'' 안해, 후회. ''
그리고 아까 들은 대본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정확히 연준이, 아니 연준이가 연기한 현찬이의 대사와 감정을.
'' 지금부터 나 너한테 키스할거야. 피하던지, 받아들이던지 재주껏 잘 해봐. ''
나는 연준이에게 성큼 다가가 연준이의 마이크 선을 뽑아버렸다. 연준이는 계단에 앉은 상태로 나를 올려다보며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키득 웃으며 말했다.

'' 해줘요. 다음 대사. 내가 제일 듣고싶은 말인데, ''
'' 사랑해 ''
연준이는 눈을 크게 뜨더니 반쯤 벙찐 표정으로 두어번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아마 내가 정말 사랑한다고 말할지 몰랐나보다.
그는 눈꼬리를 휘어접으며 답했다.
'' 응. ''
'' ...이게 다 너 때문이니까 너가 알아서 해 ''
나는 연준이의 눈을 가리고 허리를 숙여 입을 마추었다. 이혼 신청 후 처음으로 내가 먼저 한 키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