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와 석민은
왼쪽 화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무 반응 없이 닫혀 있는 문을 향해
석민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명호를 불렀다.
이석민 : 명호야! 명호야!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
김민규 : 왜 유난이야.
똥 싸고 있으면 어쩌려고~
이석민 : 장난치지 말고..!
석민은 겁이났다.
승관은 반대쪽 문을 두드렸고
역시나 명호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부승관 : 여기도.. 없는 것 같은데...?
최한솔 : 아무 소리도 안나.
김민규 : 그렇기 걱정되면 그냥 얼어봐!
민규는 거칠게 화장실 문을 열었다.
이석민 : 명호...!
없네..? 그럼...
벌컥 -
승관은 민규를 따라 반대쪽 문도 열었고
그곳에서는 좀비로 변한 명호가 있었다.
명호와 승관은 눈이 맞았다.
승관은 너무 놀란 나머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고
석민과 민규는 물러났다.
명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괴성을 지름과 동시에 승관에게 달려 들었다.
그 순간,
한솔은 승관을 있는 힘껏 밀었다.
그리고 명호는 한솔의 팔을 물었다.
잽싸게 팔을 뺀 덕분에 한솔에게는
작은 상처가 남았다.
하지만 한솔 또한 느꼈다.
자신이 변해가는 것을.

챕터 5-4
미끼
한솔은 명호를 다시 화장실에 밀어 넣고는
숨을 돌렸다.
화장실 안에서는 흥분한 명호,
좀비의 괴성만 들릴 뿐이었다.
한순간이 일어난 일이었다.
숨을 고르며 한솔이 아이들 쪽을 봤을 땐,
경계하는 민규와 겁에 질린 승관, 석민을 보았다.
석민은 눈물을 참으려는 듯 했지만
이미 눈에서 한방울... 두방울 씩 흐르는 중이었다.
김민규 : 너... 지금... 물린 거야..?
한솔은 고개를 떨구었다.
뒤늦게 4번 칸에 있던 아이들이 달려 나왔다.
민규는 한솔에게로 다가가려는 이들을
막아 세웠다.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설명 한 문장 없이 한솔은
자신의 팔을 보여 줄 뿐이었다.
최승철 : 하..한솔이... 너...
윤정한 : ... 명호는?
이석민 : 명호가... 명..명호가...
석민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김민규 : 서명호가 좀비가 됐어요.
지금 자 화장실 칸 안에 갇혀있는 상태예요.
그리고...
부승관 : 저를 구하려다 한솔이가...
승관도 결국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을 순 없었다.
승철은 애써 침착하려 한솔을 제외한 이들을
4번 칸으로 보냈다.
통로에는 승철과 정한, 지수, 한솔만 남았다.
최승철 : 아직까지 네가 이성을 잃지 않고
우리와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이게 가능한 걸까..?
네가 감염이 아니라는 경우의 수는
없는 거야?
최한솔 : 정확하게 명호가 저를 물었어요.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건
상처가 작아서 아닐까 싶어요.
돌아온 후에 명호가 준휘와 대화했던 것도
그런 이유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의지로 버티는 중이지만
저도 곧 변할거예요...
어서 선배님들도 4번 칸으로 얼른 가세요.
한솔은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한솔과 명호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홍지수 : 혹시 모르는 일이야..!
너도 명호랑 화장실에서 지내 보는 건 어때..?
의지로 버티는 거라면...
나중에 다시 인간으로 변할 수 있다거나...
한솔은 미소를 띄며 고개를 저었다.
지수또한 입을 다물었다.
윤정한 : 힘들지? 정신줄 잡고 있는 거.
최한솔 : 네 조금 그렇네요 ㅋㅋ
윤정한 : ㅎㅎ.. 지금까지 잘 버텨줘서 고맙다.
홍지수 : 정한아...
정한은 한솔의 어깨를 잡고는
비장한 눈빛으로 한솔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윤정한 : 꼭 이곳에서 나가면
백신부터 구할게. 너희는 꼭 살릴게.
그러니까 지금, 명호 데리고 통로를 나가.
최승철 : 윤정한!
정한은 아직 이성을 잃지 않은 한솔이
명호를 데리고 조금이나마 안전하기 위해
통로를 나가길 요구하였다.
한솔은 잠시 고민하더니
정한처럼 뚜렷하게 정한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정한 : 지금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야.
우리에기 백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좀비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는 없어...
남아있는 모두를 위해선 이게 맞아.
정한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부정하던 승철과 지수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윤정한 : 수고했다, 한솔아.
조금만 참아. 꼭 다시 만나자. 사람대 사람으로.
그때 가면 부산행 보기로?ㅋㅋㅋ
최한솔 : ㅋㅋ.. 부산행은 많이 봤고...
곧 개봉하는 거, 웹툰이 원작인 영화 있어요.
그거 보러가요 다같이.
윤정한 : 뭔데 ㅋㅋ
최한솔 : 승관이한테 물어보면 알거예요 ㅋㅋ
이 말을 끝으로 셋은 한솔과 악수를 하고
4번 칸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 승관은 뛰어나와
작은 창문으로 한솔의 모습을 보았다.
한솔은 화장신 문을 열고 명호를 잡아 당겼다.
아직 완전한 좀비 상태가 아닌 한솔을
명호는 사정 없이 물었다.
한솔은 버텼다.
그런 한솔을 승관은 차마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끝까지 한솔을 지켜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려 하였다.
한솔이 명호를 붓들고 통로 밖을 나갔다.
그리고 문을 닫기 위해 돌아선 한솔은
승관과 눈이 마주쳤다.
승관은 벅차올라 하려던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솔은 승관의 눈을 똑바로보며
입모양을 천천히 바꿔나갔다.
한솔은 입모양으로,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승관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답을하려던 승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변해가는 자신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든 한솔은 문을 굳게 닫았다.
그리고 한솔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승관은 주저 앉았다.
이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한 순간에 두명을 잃었다.
승철은 조용히 흘리던 눈물을 닦아내고
이들에게 말했다.
최승철 : 이러한 일이 앞으로 계속 일어날거야.
우린 그때마다 슬퍼할 거고,
이 슬픔에 간섭할 사람은 그 누구도 없어.
마음껏 좌절해도 좋지만,
희망을 잃지는 말자.
.
.
.
그날 밤,
민규와 석민은 잠지 못하는
서로를 발견하였다.
선뜻 말을 먼저 꺼내지 않는 민규에게
석민이 먼저 말했다.
이석민 : 민규야... 나 어쩌지...?
벌써 명호가 보고 싶은데...
지금 바로 와서 여기 옆에 누울 것 같은데...
누운 탓에 석민의 눈물은
볼이 아닌 미간을 타고 흘렀다.
민규는 그런 석민을 달래주지도 못 할 것 같았다.
그러곤 민규는 어디선에서 네임펜을 찾아와
자신의 옆 창문에 글을 써내렸다.
이석민 : 뭐라고 쓰는 거야..?
석민은 눈물을 닦아내며 물었다.
민규는 좋지 못한 글씨체를
꾹꾹 눌러 써내려가고는
다 쓰고 나서여 석민의 물음에 답했다.
김민규 : 오늘 떠난 애들 이름!
그리고 그 밑엔 내 다짐~
'서명호', '최한솔' 그리고 그 밑에는
'이러한 일을 받아드리는 것을
버릇삼아야 한다는 것이 괴롭다.
부디 우리보다 슬프진 말아줘. -민규-'
라고 쓰여있었다.
석민은 민규의 글을 곱씹어 보았다.
이석민 : '우리보다 슬프진 말아줘'...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날의 밤도 지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