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관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둘의 빈자리를 애써 외면하려 다른 생각을 하려 해봤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그런 승관의 옆에 정한이 자리잡았다.
윤정한 : 으짜~
부승관 : 아, 선배님...
윤정한 : ㅋㅋ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던거야?
부승관 : ㅎㅎ.. 그냥 ... 한솔이나 명호나...
얼마 같이 있지도 않았는데
그새 정이 들었었나봐요...
윤정한 : 그러게
아. 한솔이가 너한테 물어보라던 게 있었는데!
부승관 : ㄴ..네?!
승관은 기대하였다.
윤정한 : 내가 꼭 백신 구해서 살려 주겠다 했거든
그래서 다시 만나는 날엔 영화 보러가기로 했어!
부산행 보러 가자더니
많이 봤다고 다른거 보자더라?
부승관 : 아..ㅎㅎ 저도 같이 가제요?ㅋㅋ
윤정한 : 그건 당연한 거구! 뭐였더라...
웹툰이 원작인 좀비영화가
곧 개봉한다고 같이 보러가제!ㅋㅋ
너한테 물어보면 안다던데 뭐야?
승관은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길지 않은 시간안에 기억해냈다.
그 영화는 친구 빈과 이야기 했던 영화이다.
한솔은 모두 듣고 있었던 것 같다.
승관은 빈과 한솔 모두 잃었다는 생각에
다시금 눈물이 났다.
윤정한 : ㅁ..뭐야..? 왜그래 승관아!
말하면 안될 거였나...
아직 마음 정리가 안된 거야..?
자신도 모르게 나온 눈물에 승관도 당황하여
급하게 눈물을 닦곤 태연한 척했다.
부승관 : 아니에요..!ㅎㅎ 꼭 보러가요... 꼭...
윤정한 : ㅎㅎ 그래
애들 명호, 한솔이한테 한마디씩 적는데,
승관이 너도 썼어?
마음 좀 괜찮으면 하나하나 읽고 너도 써봐!
민규가 시작한 글쓰기에
모두가 참여하였다.
'다들 고맙고 너무 보고싶다!
-너희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석민이가-'
'꼭 되돌려 놓을게 선배, 형아 믿어~ -정한이-'
'포기하지 말자 -Hong JIsu-'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부끄럽지 않은 리더가 될게. -승철-'
'선배님들을 만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데
이렇게 슬프고 안타깝네요.
걱정 다 내려 놓고 푹 쉬세요! -이찬 올림-'
'절대 잊지 않을게. -전원우-'
'고맙고 미안해!
꼭 다시 만나자! -준휘-'
'아직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지만
너희도 원하지 않을거라 생각해
극복해 볼게 정말 보고싶다 -순영이가-'
'이프지마라. 다치지마라.-이지훈-'
승관이의 글만 있으면
11명의 글들이 한곳에 모이게 된다.
승관은 펜을 잡고 한자 한자 써갔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꼭 영화 같이 보러 가자! -부승관-'
창문 하나가 제각각 다른 글씨체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보기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아름다웠다.
승관은 맨 위에 적혀있는 둘의 이름 6글자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때,

챕터 6-1
죄책감
이찬 : 선배님! 얘기좀 할 수 있을까요?
찬이 승관을 불렀다.
부승관 : 왜?
이찬 :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다른 선배님들이 듣는 것보다...
저희끼리 하는게 선배님도 좋으실 것 같아요~!
불편하시다면...!
찬이 이렇게 까지 말하니 안들어 줄 수 없는 승관이었다.
사실상 듣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찬과 승관은 구석으로 들어갔다.
이찬 : 선배님만이
저를 공감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선배님을 공감해드리는 것도
저 뿐이라 생각하구요...!
부승관 : 도대체 뭐길래 그래?
너랑 나랑 닮은 게...
승관은 생각해보았다.
찬과 엮일 일이 많지도 않았던 승관은
긴가민가 하였다.
승관이 혼자 생각할 시간을 줬던 찬은
이내 자신의 입으로 말하였다.
이찬 : 저희 둘 다...
누군가 덕분에 살았잖아요?
승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 했다.
찬의 말을 듣고 나니 어제의 기억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승관의 부주의한 행동만 없었다면
자신을 구하려던 한솔도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다.
왜 이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걸까.
승관은 슬픔이 자신을 향한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얼굴에 다 들어났다.
그런 승관의 얼굴을 보며 찬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찬 : 선생님이 저 때문에 감염되셨어요...
어쩔 줄 몰라하던 저 대신
좀비들에게 물어 뜯기섰죠.
그 찬라의 순간에도 저에게 도망치라는
말밖에 더하지 않았어요.
아직도 꿈으로 생생하게 경험해요.
그때의 감정과 생각...
찬의 말은 승관의 가슴을 후벼 파고 들어왔다.
승관은 아무말 없이 찬의 얘기에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이찬 : 이건 절대 용서가 되지 않는 일이죠.
제 바보같은 행동만 아니었으면
선생님이 아직 살아 계실까 하는 생각에
밥도 제대로 안 넘어가곤 해요.
찬의 생각은 승관과 일치하였다.
승관은 찬이 자신의 잘못을 콕집어 말하는 듯
아프고 부끄럽고 후회됐다.
그리고 찬은 말을 덧붙였다.
이찬 : 이렇기 살아서 뭐 할까 싶어요.
누군가의 목숨과 맞바꾼 삶이라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확... 죽어버릴까요..?
승관은 정신이 확 들었다.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들고 찬을 쳐다 보았다.
그러곤 찬이 걱정 되어 말렸다.
부승관 : 안돼... 그러지 마...
그런 생각... 하면 안되는데...
승관은 혼란 스러웠다.
자신이 한솔 덕분에 살아도 되는지,
정말 자신의 행동이 용서 안 될 일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