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아니면 DIE

챕터 6-2 : 절망

이지훈 :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이찬 : 선배님..! ㄷ..들으셨어요?!

이지훈 : 못 들어서 묻는 거다.
할 얘기 있으니까 어서 모여.

이찬 : 네! 승관 선배님,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해요!

이렇게 선배님한테 털어 놓으니까
조금은 위로가 되는 느낌이에요!

부승관 : ...그래



승관은 다시 생각이 많아졌다.

찬이 이렇게 좋아하니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상황,

더욱 절망스럽고
자신에 대한 원망만이 생길 뿐이었다.



전원우 : 부른 이유는 다름 아닌
탈출에 관한 이야기에요.

저번에도 말씀 드렸다 시피 열쇠 필요하고
열쇠의 위치는 1번 칸으로 가야해요.

1번 칸까지 뚫고 지나갈 수는...
지금으로 서는 불가능 해요.

최승철 : 맞는 말이야.
싸움 인력이 더욱 적어진 상황이기도 하고...



승관은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제 명호와 한솔의 얘기는
계속 모두의 입에 오르고 내릴 것이다.

그걸 계속 듣고 있는 이상,
승관은 죄책감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그런 승관의 표정을 지수가 발견하였다.



홍지수 : ... 승관아 그렇게 슬퍼할 필요 없어...
우리가 꼭 나가서 해결할 거 잖아!

김민규 : 그래~
최한솔이 많이 본다던 영회에서는
백신 찾아내고 다시 상봉해ㅋㅋ

이석민 : 맞아...!
나도 희망 가져 보려고!

이지훈 : 이런 일이 앞으로 더 많이 일어날텐데,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권순영 : 아이참... 지훈아 ㅎㅎ...



분명 모두가 승관이의 마음을
눈치챈 듯 했다.

그렇지만 그 어떤 말도
승관에겐 위로 되지 않았다.

승관은 애써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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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6-2

절망












그날 밤,
승관은 잠이 오지 않았다.

항상 승관의 옆에 자리를 잡고 눈을 붙였던 한솔이
더이상 없기 때문이다.

어제도 잠들지 못하였다.

어제가 단순한 슬픔 때문이었다면,
오늘은 미안한 마음이었다.

아마 오늘 밤도 뜬 눈으로 지새울 듯 했다.

그때,



이찬 : 안... 주무시죠..?



승관은 깜짝 놀라 찬을 쳐다보았다.

찬도 잠이 안 오는 듯 했다.



이찬 : 옆에 누워도 될까요?

부승관 : ... 마음대로 해.



승관은 갑자기 찬이 안쓰러워졌다.

승관의 눈에 찬은 아직 어린 아이다.

고작 한살 차이이지만,
자신보다 더 마음 고생이 심할 찬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런 찬이 현재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자기 자신이라 생각하니
승관은 극단적인 생각까지는 면할 수 있었다.

그때 쯤 찬이 다시 말을 꺼냈다.



이찬 : 선배님이랑 같이 자면
오늘은 선생님이 꿈에 덜 나올 것 같아서요..ㅎ



찬의 말은 승관의 가슴을 더욱 후벼팠다.

이번엔 승관도 찬에게 물었다.



부승관 : 너는... 괜찮은 거 맞냐?

하긴... 내가 이렇게 절망적인데,
너는 오죽하겠냐.



오히려 승관이 자기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꼴이 되었다.

찬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



이찬 : 괜찮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죠..?ㅎㅎ
제가 워낙 많이 의지했던 선생님이라
정말 슬프고 죄송스러워요.

저는 선생님께 받은 게 너무 많은데
드린 건 없거든요.

제가 무사히 졸업하는 걸 보는 게
꿈이라 하셨는데,
빈말이셨더라도 너무 감사하고 이뤄드리고 싶죠...

그런데 저 때문에...

선생님은 마지막까지 저에게
생존이라는 것을 선물하고 가셨어요...



찬의 말에 승관은 공감하였다.

비록 한솔과 깊은 대화를 나눈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것은 찬과 같았다.

그러고나서 찬은 얼마 있지 않아
몇마디를 덧붙였다.



이찬 : 그런데,
이런 말은 선배님에게 밖에 못하겠어요...

부승관 : 왜?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 다 착해...
절대로 널 탓할 사람 없을 거야.

이찬 : 꼭 그런것 만은 아니라...



찬은 잠시 뜸을 드렸다.



이찬 : ㅎ...
저는 위로가 아닌 공감을 받고 싶은 걸요.

저만 죄책감 느끼고 절망스럽기엔
억울하잖아요.

부승관 : ..뭐?

이찬 : 승관 선배님이 제일 의지된다는 말이에요 ㅎ

오늘은 한 게 없는데 피곤하네요..ㅎ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도 열심히 살아 남아야죠.
어떻게 얻은 목숨인데.



찬은 이말을 끝으로 잠이든 듯 했다.

승관은 더욱 생각이 많아질 뿐이었다.

찬의 말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찬의 마지막 말에서 결심하였다.

현재 승관의 목숨은,
한솔이 준 것이다.

승관은 몸을 이르켜 4번 칸의 문을 열었다.

아까 모두가 승관을 위로 하려 했던 말들,
모두 맞는 말이었다.

앞으로 이곳에서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감염 될 것이고, 잃게 될 것이다.

그럴때 마다 슬픔을 겪어야 한다.

승관은 통로를 지나,
통로와 3번칸이 연결 된 문 앞에 섰다.

그리고 승관은
그러한 슬픔을 견뎌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문 손잡이에는 피로 된 손모양이 찍혀있었다.
한솔의 흔적이다.

이러한 슬픔을 겪으며 살아가기는 싫다.
이 목숨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

승관은 한솔의 손모양을 어루만지다 끝내,
문을 열고 3번칸으로 천천히 걸어가다
인 주저 앉았다.

승관의 발 소리에 좀비들이 몰려들었다.

그 좀비들 사이엔 분명
한솔과 명호도 있었다.

승관은 그들에게 말했다.



부승관 : 왜 너희끼리 속편하게 먼저 간거야~...
이젠 나도 편해지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승관의 모습은 좀비들에 둘러 쌓여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다
3번칸과 통로 사이의 문을 닫은 것은,

아직 잠에 들지 않았던
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