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죄송한데 두 분 언제까지 대화 안할거예요? 슬슬 답답해질라 그러는데"
"난 꾸준히 말 걸고 있어. 강여주가 무시하는거지"
"..난 남의 연애사 망쳐놓고 뻔뻔하게 말 거는 애랑은 대화 하기 싫은데?"
적막-
최수빈이 자기한테 고백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한지 벌써 이틀 째.
여주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항상 붙어다니던 세 명의 사이도 매우 틀어졌다.

"진짜 언제까지 나 씹을거야 강여주-"
"야"
나한테 말 걸지마.
여주가 자기한테 실망한건 알고있지만
까인건 까인거고, 걱정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하루종일 멍 때리고 기운 없는게 다 최수빈 때문인거 아는데 연준도 자기 잘못을 알고 있으니 매번 참고 참았다. 속상한 마음도 이해 하려 노력했다. 그래, 노력은 하겠는데
"언제까지 버틸려고"
"뭐?"
"최수빈은 하루만에 여친도 생겼어. 너도 직접 봐서 알잖아"
"..."
"내가 너네 사이 방해 안 했어도 걔는 어차피 바람 피울 새끼였다고"
"..알았다고"
"그러니까 이제 화 풀어 여주야, 내가 다 잘못했어 응?"
사실 연준의 마음속에 죄책감이란 1도 없었다. 오히려 최수빈 옆에 나타난 낯선 여자에게 감사할 따름이지.. 그 새끼 때문에 여주 마음 아프게 한건 미안하지만 이것마저도 여주에게 미안한거였다.

"야 근데 그 안경잡이 진짜 여친 생긴거 맞대? 예쁘던데! 누구냐!"
"글쎄? 여주보단 안 예쁘던데.. 궁금하면 보러 가던가"
"어우 능글맞은 놈. 강여주한테 까이고도 그렇게 좋냐"
"제대로 고백도 안 함"
"쯧"
여주가 시끄럽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연준이 여주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다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

"..나 진짜 여주한테 가지말까?"
"어엉"
"진짜 연락 하지말까?"
"그래.."
"나 정말 마지막으로 여주만 보러,"
"아오 마음대로 해! 시끄러워 죽겠어"
닝닝이 신경질을 부렸다. 며칠째 똑같은 질문만 반복해서 물어보는 스티브 때문에 공부에 집중이 하나도 안되는 바람에 당장 시험도 말아먹을 판이었다. 결국 닝닝이 안경을 벗어 던지며 스티브에게 말했다.
"너 진심으로 걔가 좋아?"
"...응"
"그럼 가서 네 마음 전하고 와. 아무것도 못 하고 포기할 바엔 저질러보고 후회 하는게 나아"
"..하아, 근데 여주는 애인이 있잖아"
"다니엘이 그랬어? 내가 봤을 때 그 여자애 다니엘한테 관심 없어 보이던데? 너 여주 얘기는 안 들어봤잖아"
"어...그건 맞지"
"그건 맞지 이지랄 하고 있네. 빨리 안 나가? 너 걔한테 고백하기 전까지 나한테 아는 척 하지마"
꽤나 박력있게 말을 던진 닝닝이 다시 볼펜을 쥐고 공부에 집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빈은 대갈빡에 무언가를 강하게 얻어맞은 사람마냥 닝이를 바라보다 정신을 차린듯 교실 문을 박차고 뛰어갔다.
***
수빈이 헐레벌떡 뛰어간 곳은 여주의 교실이었다.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열려는 순간 안에서 누군가 먼저 문을 열었다.

"..뭐야, 너 안경?"
"안에 여주 있어?"
"야! 얌마 너 이렇게 잘생겼다고? 안경 진작에 벗고 다니지"
"어어..고마운데 여주는"
"근데 친구야- 저번에 다니엘이랑 얘기 다 끝난 거 아니였어? 나한테 말 해. 내가 강여주한테 전해줄테니까"
"미안한데 범규야"
내가 직접 말 할게.
범규가 한쪽 눈을 까딱이며 아니꼽게 수빈을 바라봤다. 강단있게 말하는 수빈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고.. 수빈을 위아래로 스캔하던 범규는 심기가 거슬렸다.
어쭈..나보다 키도 커? 이 자식 봐라.. 속으로 생각하던 범규가 슬쩍 뒤를 돌아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여주를 쳐다봤다.
에휴.. 몰라 당사자끼리 알아서 하라지.
범규가 말 없이 여주에게 다가가 등을 툭툭 쳤다.
"야, 저 새끼가 할 말 있대"
"..으음, 누가"
"최수빈"
"뭐?"
잠이 확 깬 여주가 급하게 뒷문을 바라봤다. 수빈이? 최수빈?
얼마 전 수빈에게 까인건 생각도 안 나는지 호다다닥 달려가다 넘어질 뻔한 여주를 수빈이 붙잡았다. 조심해 넘어져..

"..여주야"
"할 말이 뭐야?"
"나 사실은.. 어, 오래전부터"
"오래전부터?"
"..너를, 그니까 한참 전부터"
"한참 전부터?"
"..좋아했,"
쪽-
여주가 냅다 그냥 수빈의 볼을 잡고 입을 맞췄다. 갈곳잃은 수빈의 손을 여주가 붙잡아 자신의 허리에 뒀다. 그제서야 여주의 허리를 끌어 안고 키스에 집중하는 수빈을 흡족하게 올려다봤다. 그래, 애초에 다니엘이 한 거짓말은 믿고 있지도 않았어. 수빈이가 나에게 얼마나 진심이였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한 편,
뒤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범규가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저렇게 좆같이 고백을 했는데 받아준다고?.."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오랜만이죵! 구독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