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드 나 좋아?

요즘 연인들은 키스하고 시작한대

W. 말랑이래요





"..으으.. 야 태현아 지금 몇 시냐"


"9시"


"뭐? 나 세시간이나 잤다고?"


"존나 잘 자길래 안 깨웠지"


"나 깨워서 방에 보내지. 소파에서 잤더니 허리 부서질 것 같ㅇ,"






여주가 찌뿌둥한 허리를 두드리며 핸드폰을 확인하다
문득 전화 기록에 [수빈이☆]와 30초 가량 통화한 목록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순간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사태를 파악하다 조용히 태현에게 말을 걸었다.





"야 너 혹시..내 친구랑 통화 했냐?"


"..아 수빈인가 뭔가 그 친구? 엉 너 찾길래 잔다고 했지"


"아 시발!!!나 깨웠어야지!!"


"말 했잖아 너 존나 잘 자고 있어서 안 깨웠다고"


"아아아악!!!!!"





몰라 나 망했어!!!!






또 다시 두 번이나 기회를 놓친 여주가 울상을 지으며 방으로 쿵쿵대며 걸어가더니 방문을 쾅-!! 하고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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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래"





***





여주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어제 새벽까지 수빈이와 연락을 하느라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허둥지둥 정신없이 준비를 하는데 밖에서 클락션 울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집안을 울렸다.




빵-!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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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발 잠시만!! 엄마 내 교복!!"


"네 손에 있잖니 여주야"


"어어!.. 나 다녀올게"




거의 셔츠와 치마를 동시에 입다시피 하며 겨우 나온 여주의 눈 앞엔 운전석에 앉아 폰을 하며 기다리는 연준과 조수석에 앉아 허둥대는 여주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범규가 있었다.


멋쩍게 웃으며 손인사를 한 뒤 오픈카인 뒷자석에 가방을 던지고 빠르게 차에 탔다. 타자마자 부드럽게 악셀을 밟아 출발하던 연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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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네 네가 늦잠을 다 자고"


"어제 늦게 잤더니..미안 미안"


"뭐하느라 늦게 잤는데?"


"그런게 있어- 안전 운전 하세용 다녤씨"






앞에 앉아있던 범규가 뒤를 돌아 초롱초롱한 눈으로 여주를 바라봤다. 머리를 정리하던 여주가 마지막으로 틴트를 예쁘게 바르며 범규에게 말 했다. 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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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누구랑 연락을 그렇게 오래 하셨을까~"


"아- 또 그 소리네..수빈이랑 했다. 됐냐 이 자식아?"


"흐흥-"





능글맞게 미소를 지으며 끝까지 놀리는 범규와 달리 연준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왜 하필 그 기분 나쁜 놈이야 네가 뭐가 아쉽다고..




***




여주가 한참 수업을 듣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땐 점심 시간이었다.
배고프다며 징징 거리는 범규를 뒤로 한 채 급식판에 샐러드를 담고 앉을 자리가 있나 둘러보던 중 구석에 혼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수빈이가 보였다.





"..야, 야 너네 오늘은 둘이 먹어. 알았지?"


"뭐? 야 강여주 어디 가!"





뒤에서 연준이 물어봤지만 호다다닥 달려간 여주가 설레는 마음으로 수빈이 앞에 앉았다. 그러자 식당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수근거리며 수빈에게 시선이 집중 됐다.




뭐야?..강여주가 쟤랑 왜 밥을 먹어?


쟤는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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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주야!"


"안녕"





수빈이 밥을 먹다 말고 어버버 거리며 여주를 바라봤다.
그와 비슷하게 이쪽으로 집중된 시선에 깜짝 놀라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 너 친구들이랑 먹어도 상관 없는데"


"오늘은 너랑 먹고 싶어서 그래"


"고마워.. 이거 먹을래?"


"됐어 우리 수빈이 많이 먹어!"






많이 먹을 수 있을리가.

수빈은 아까부터 쿵쾅 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싶었다.
눈 앞에 네가 있는데 어떻게 먹어..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삼키며 양상추를 냠냠 맛있게 먹는 여주를 바라봤다. 어제 나랑 연락 하느라 늦게 잤을텐데도 피곤한 기색없이 엄청 예쁘네.






"나 얼굴에 뭐 묻었어? 왜 그렇게 봐"


"아! 아 미안 미안. 안 쳐다볼게"


"..풉"





여주가 결국 소리내어 웃었다. 그것마저 너무 예뻐보여 멍 때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다 정신을 차린 수빈이 귀가 잔뜩 빨개진채 물만 벌컥 벌컥 들이마셨다.





"오늘도 알바 가?"


"..아니 안 가"


"그럼 오늘 나랑 놀자!"





수빈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또다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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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다니엘, 뭐 해 병신아 밥 안 먹고"


"..아니 그냥"


"왱? 강여주 때문에 그래?"


"밥 맛이 존나 떨어져서"




연준이 화기애애한 여주와 수빈쪽을 바라보며 말 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범규가 여주를 한 번, 연준을 한 번 번갈아 보더니 연준에게 말 했다.




"너 강여주 좋아하냐?"


"..빨리도 알아챈다 최범규"


"긴가민가 했지- 평소에는 티도 안 내더니 웬 찐따새끼 나타나니까 갑자기 눈에서 레이저 쏘아대네"


"도와줄거야?"


"도와주면 뭐 해줄건데"


"..밥 살게"


"어엉 안 도와줘- 너 알아서 해"


"야 100달러!.. 100달러 줄게"

(한화로 10만원;)







..오케이 딜






***



(어느 카페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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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혹시 이번 홈커밍 파티.. 파트너 정했어?"


"아니? 수빈이 너는?"


"..나도 아직"





ㅎㅎ. 뭐 해? 빨리 파트너 하자는 소리 안 하고?

여주가 속으로 외쳤다. 눈치 없는 수빈이는 허허- 어색하게 웃으며 안경을 고쳐 썼다. 문득 궁금해진 여주가 수빈에게 물었다.




"수빈아 너 시력 안 좋아?"


"응? 그건 왜?"


"너 안경 쓰고 다니길래 그냥 궁금해서"


"아 이거?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이야! 나 시력은 진짜 좋아"


"아 진짜~?"





여주가 재빠르게 수빈이의 안경을 벗겼다. 깜짝 놀란 수빈이가 눈을 크게 뜨며 여주를 바라봤지만 여주는 태연하게 안경은 가방에 챙겨 넣었다.





"지금 나 보는데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쓸 필요는 없잖아"


"으응..그치"


"너 진짜 잘생겼어 수빈아 알지?"


"무슨 소리야! 나 진짜 아니야"


"흐흥.."





답답하긴 하지만 귀엽단 말이지.



그렇게 생각한 여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수빈이에게 팔짱을 꼈다.
여주의 행동에 또다시 놀란 수빈이 입을 어정쩡한 자세로 그대로 끌려 밖으로 나갔다.

애초에 여주 집 근처에서 데이트 한거라 수빈이 데려다 주기로 했다.
가는 내내 아무 말 없던 여주가 집 앞에 도착하자 수빈이 아쉽게 여주의 팔을 놓아줬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너도 얼른 들어가"


"너 들어가는 거 보고 갈게"


"응- 나 들어갈게"





여주가 현관문을 열며 수빈에게 손을 흔들었다.
여주가 들어가고 나서도 한참을 바라보던 수빈이 그제서야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다.

그 때, 갑자기 문이 열리고 여주가 갑작스레 튀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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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여주야 왜 무슨 일 있,"




수빈이 입을 뗀 순간, 여주가 까치발을 들어 수빈의 볼을 쥐고 입을 맞췄다. 아무 것도 못 하고 가만히 서있던 수빈이 조금씩 자세를 낮춰 여주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한참을 입을 맞추다 떼어낸 여주가 아까보다 수줍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잘 가 수빈아"


"..응, 너도 잘 들어가"





여주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입을 틀어막은 수빈이 어쩔 줄 몰라했다.
나 지금 여주랑 키스한 거 맞지?..아직까지도 정신이 혼미해진 수빈이 비죽 비죽 새어나오는 웃음을 숨기지 못한채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
.
.



한편 그 시각, 과제를 하다 잠시 바람 좀 쐬려던 태현이 상쾌하게 창문을 열다가 개정색을 하며 그대로 다시 창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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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서 염병 지랄을 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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