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미안해! 진짜 미안해"
"어어..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너 안경 깨진 거 아니지?..깨진거면 내가 다시 사줄게"
빠르게 안경남의 명찰을 확인했다. '최수빈' 이름도 어쩜 이렇게 예뻐? 순식간에 호감도가 높아진 안경남은 주섬주섬 떨어진 안경을 들어보더니 조심스레 안경을 다시 썼다.

"안경은 괜찮아. 미안해..나 때문에 너 놀랐겠다"
"아까부터 뭐가 자꾸 미안해. 내가 할 소리를 하고 있어"
"..그래도"
"나 2학년 A반이거든? 진짜 아무때나 오면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수빈아"
"어?! 아니야 아니야 그렇게까지 안 해도!.."
"..그래?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너 그거 안경 기스 있나 없나 제대로 보고! 있으면 찾아와"
"응응..잘 가"
수빈이 소심하게 손을 흔들었지만 발 빠른 여주는 홀라당 가버린지 오래였다. 한참을 멍 때리던 수빈이 급하게 바닥에 떨어져 있는 책을 탈탈 털어 주운 뒤 교실로 향했다.
여주가 내 이름 불러줬어..
자꾸만 빠르게 뛰는 심장이 이상했다.
°°°

"야 그 안경 괜찮대? 풋볼에 맞으면 아플텐데"
"..괜찮다고는 하는데 마음이 불편하네"
"당연히 빈말이겠지. 너 풋볼에 맞아봤어? 진짜 너라면 아파서 오열해"
"..."
야 범규야, 너 투표 누구 뽑을거야?
사실 여주는 정했다. 수빈의 안경이 벗겨진 찰나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안경이 깨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쉽다고 느꼈을 정도였다.
범규가 곰곰히 생각하다 대충 답 했다.
"퀸은 너, 킹은 연준이지. 거의 매번 그러지 않았냐"
"..야 아니야. 이번에 킹은 누가 뭐래도 안경남이야"
"엥? 혹시 풋볼에 네가 쳐맞았냐?"
"너 그 친구 안경 벗겨졌을 때 봤어?"
"아니 못 봤는데? 안경이 왜"
"백마 탄 왕자ㄴ,"

"백마 탄 왕자? 누가?"
"야 강여주 미쳤나봐. 이번 킹은 안경 뽑을거래"
"..그 기분 나쁘게 쳐다보던 애? 그런 애를 왜 뽑아 갑자기"
뭘 모르는 애들이네.
라고 생각한 여주는 결심했다. 수빈이를 킹으로 뽑고 싶지만
그렇게 잘생긴 얼굴을 온세상 학생들이 알아버리면 어떡하지?
..맙소사 맙소사 절대 안 돼. 좋은건 혼자 봐야지
"그냥 뭐 .. 나는 안경 쓴 사람이 좋더라고 요즘"
"뭐? 너 어제는 나보고 그 찐따같은 안경 벗으라고 지랄했잖아"
그래서 안경도 벗고 왔구만...범규가 억울한듯 중얼 거렸다.
너는 안 어울려 ㅡㅡ 티격태격 하는 여주와 범규를 보던 연준이 갑자기 뒷문쪽으로 걸어 가더니 문을 쾅! 하고 열어제꼈다.
그 덕에 모든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어.."
"뭐야 너, 무슨 볼 일 있어?"
"혹시..여주 있,"
"왜 아까부터 남의 반 앞에서 기웃거려. 거슬리잖아 친구야"
야 최연준!..
미쳤나봐 저 새끼 말을 왜 저렇게 해. 슬쩍 뒷문을 보니 수빈이가 서있길래 헉! 하고달려갔지만 연준이가 문 앞에 떡하니 서서 여주를 막았다.
그러고선 연준이 수빈의 어깨를 툭 툭 두들기더니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말 했다.
"곧 종 치니까 얼른 가라 괜히 알짱 거리지 말고"
"..아 거슬렸다면 미안. 여주 찾아 온건데 네 말대로 종 치겠다. 이따 다시 올게"
수빈이 머리를 긁적이며 반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연준이 그제서야 교실 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여주가 연준이의 어깨를 퍽퍽 쳤다. 아프다며 여주의 손을 잡은 연준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자리로 돌아갔다.

"아 왜- 나 쟤 별로라고 했잖아"
"최연준 왜 이렇게 삐딱선을 타? 미쳤나봐 진짜"
"너 몰래 훔쳐 보는 것도 짜증나는데. 한번 말 섞어줬다고 바로 찾아 오는 거 보니까 어이없어서 그래"
오오.. 제법 일찐 같은걸?
폰게임을 하던 범규가 무미건조하게 대답을 해줬다.
가만보니 최연준도 표정이 약간 굳었길래 쟤 뭐 잘못 먹었나 생각한 여주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전화번호도 몰라서 연락도 못 하고. 생각해 보니까 수빈이가 몇 반인지도 몰랐다. 어쩔 수 없지, 기다리는 수밖에
.
.
.
"나 화장실 다녀올게!"
"같이 가줘?"
"아니? 절대 따라오지마"
"..그러던가 그럼"
연준이 별 생각 없는 듯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 것 같았다.
교실 밖에 서서 수빈이가 오나 안 오나 기다렸지만 5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뭐야..나 보러 온다는 거 아니였나?
고작 5분이지만 기다림에 지친 여주가 교실 문을 열려는 그 때 누군가 여주의 등을 툭툭 쳤다.

"여주야 안녕"
"..수빈아!"
"아까.. 너 보러 왔는데 없는 것 같더라고. 별 건 아니고 이거 전해 주려고 왔어"
"이게 뭔데?"
"초콜릿"
코피 펑 ㅅㅂ.
생각보다 순수한 수빈의 행동에 벙찐 여주를 보며 쭈뼛 거리던 수빈이 소심하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안경에 기스는 안 났는데 그냥 너랑..친해지고 싶어서"
"..나랑?"
"아,어어.. 싫으면 어쩔 수 없고. 이거 초콜릿만 받아주라. 나름 맛있어"
"야 수빈아"
"응?"
너..번호 좀 내놔봐.
오랜만에 맘에 드는 남자를 찾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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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ㅏ..찌질귀염 (하지만 잘생겨야함.근데 지는 그걸 몰라야됌) 남주 저만 좋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