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면 ver.
"저기- 초콜렛 먹을래?"
"내 초콜렛 받아줘...!"
"준면아 여기 봐줘!"
그냥 씩, 웃으며 지나간다. 모두의 관심과 시선을 받으면서. 관심 받는걸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고마워, 잘 먹을게"
평소보다 심한 초콜렛 세례에, 날짜를 세어보니 오늘은 화이트데이였다.
"복도가 왜 이렇게 막혀있냐-"
"여주야 저기 봐!! 김준면이야!!"
"걔가 누군데?"
"우리 학교 최고의 미모, 인기쟁이인 김준면을 몰라? 그렇게 잘생겼는데"
그 순간, 마치 마법처럼 사람들을 갈라졌고, 나와 여주라는 아이의 첫만남이었다.
"... 잘생기긴 했네 뭐"
"그게 끝이야? 난 이미 저 분께 반했어-"
"딱히, 내 스타일 아니야."
근데, 여주 네가 내 스타일인것 같아.
처음이었다, 이런 감정. 그냥 무심한 표정으로 나와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심장이 내려앉았다. 기습으로 안김을 당했을 때, 복도 한 가운데에서 고백을 받았던 때, 이렇게 설레지 않았다. 오직 너를 위해 내 심장이 뛰는듯 했다.
여주 ver.
화이트데이라서 복도에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유난히 한 복도에서는 꺅꺅 대는 소리와 사람들이 많았는데-
알고보니 한 남자애 때문이었다.
친구에 말을 들어보니, 저 아이는 참으로도 인기가 많은 김준면이라고 한다. 통행 불편 때문에 째려보던 중, 시선이 느껴졌는지 눈이 마주쳤다.

두근, 잘생기긴 잘생겼네. 근데 그게 끝이었다. 딱히 끌리는 점도 없었기에.
"잘하고 와! 꼭 일등해야해-"

"걱정마 ㅋㅋㅋ 이 오빠가 일등 먹고 온다"
"오빠 믿지?"
"아휴 말이나 못 하면.. 빨리 다녀와 박찬열!!"
오늘은 학교 체육대회, 지금은 축구 대결이다. 박찬열을 내보내자마자 들리는 여자들의 함성. 고개를 돌려보면 저번에 그 복도남이 서있다.

"잘하고 올게-"
이런 배신자들. 하나 둘 눈치를 보더니 이젠 다 상대편을 응원한다. 이게 다 저 복도남, 그 김뭐시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도 의리가 있기에 열심히 우리반을 응원해댔지만, 복도남 팬클럽 부회장이자 우리반의 반장의 눈초리에 그것마저도 하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복도남 쪽의 승리였다. 박찬열은 나라 잃은 표정으로 걸어오고, 여자들은 방금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든 김뭐시기때문에 난리였다.
"말도 안돼.. 내가 지다니"
"그래도 수고했어, 저 남자애 때문이지 뭐-"

"나 말하는거야?"
아이 깜짝야, 깜빡인 좀 키고 들어오지 그래? 가까이서 보니까 얘.. 꽤 잘생겼다. 아니 심하게 많이 잘생겼다. 축구 끝나고 땀 흘리면서 날 쳐다보니까 배로 더 잘생겨보인다.
"너 때문에 우리반들도 다 니네 응원하고.."
"의외로 귀여운 면이 있네.."
들었지만 안 들은척. 무슨 귀엽고 나발이야, 니 때문에 지금 우리가 꼴지하게 생겼는데.
"우리 여주 건들지마-"
"..니네 여주?"
"그으래~ 우리 여주"

"얘 내껀데?"
뒤에서 내 허리를 감싸앉으며 내 머리에 자기 머리를 올리는 박찬열. 하도 많이 해봐서 설레지는 않으나 얘가 뭘 하고 있는지는 궁금하다. 내가 키가 큰 편인데도 얜 더 커서 항상 쪼그라들었지.
뭐하는거냐고 눈치를 줘도 그냥 씩 웃으면서 나한테 맡겨둬, 하는 폼이 참으로 웃기다.
"남친 있어 여주야?"
쟨 또 내 이름을 왜 알아. 남친은 뭐가 궁금한건데.
"그..을쎄? 내가 너한테 왜 말해야하지..?"

"내가 너한테 관심있으니까."
"...?"
도와달라는듯이 위를 쳐다봐도 짖궃은 미소만 띄고는 내 눈을 피하는 박찬열뿐.
"뭐- 남친 없는것 같은데, 잘해보자?"
"어벙한 네 표정도 너무 귀엽다,"
"내 이름은 김준면이야- 내 미래 여친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