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몽.
꿈을 꿀때 꿈인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만화나 영화에만 나오는 줄 알았던 자각몽을 난 어젯밤 경험하였다.

이제는 모두 지쳤다.
낙하산으로 떨어져 부장님과 차장님의 사랑을 독점한 김대리와
그의 일까지 대신 하느라 훨씬 바빠져 버린 나, 전과장.
도박에 빠져 전재산을 잃고 정신나가 폭력적이게 된 아버지와
이혼해서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하곤 술과 담배에 빠져 암에 걸려 병원신세를 지는 어머니
드라마라고 해도 믿을 듯한 나의 처지를 난 그저 한탄할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젯밤 나는꿈을 꾸었다
그것도 행복한 자각몽을.

오랜만에 일찍 퇴근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끝난 기념으로 회식하자는 부장님의 말에
오늘은 안된다며 창백해진 얼굴로 말하자
김대리가 전과장은 쉬라고 꿀같은 말을 해주었다
"후.."
오랜만에 일찍 집에 온거라
그저 쉬고 싶었다.
"아..씻어야 돼는데.."
오늘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찝찝했지만
쇼파에 누우니 중력이 그저 위대하게 느껴졌다.
"흐아...이대로 자고 싶다.."
"..딱 10분만 있다가...씻는거다.."
그렇게 눈을 스르륵 감자
잠에 빠져 버렸다..

"어..?"
깨어보니 태어나서 처음보는
그러나 익숙한듯 편안한
들판에 와있었다
그곳은 날 기분좋게 만들었고
왠지 모르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졌다.
"..이거 꿈인가..?"
꿈이든 아니든 그 곳, 그 상황이 너무 좋았기에
그저 즐기기로 했다
"...!"
또륵
"ㅇ..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곧 느꼈다
이곳이 어딘지

내가 어렸을때,
그니까 엄마아빠가 같이 살았을때
나는 매일이 두려웠고 모든게 두려웠다
맨날 싸워대는 부모님과
내 품에서 덜덜 떨며 무서워 하던 동생의 체온이 그저 두려웠다
그럴때 마다 나는 내 동생에게 속삭여주었다.
"여기는 넓고 푸른 들판이야"
"정국이랑 누나는 놀러왔어!!"
거실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침대 속에서 내가 매일같이 한 말이었다.
"정국아 우린 행복한 사람이야"
"이렇게 누나랑 같이 웃을수 있잖아!"
내 마음은 울고 있었지만 말은 웃고 있었다
"누나..누나 눈이 슬퍼보여.."
정국이의 여린 목소리에 눈에 눈물이 고일뻔 했지만
더욱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닌데? 정국이도 웃어야 이쁘지"
그제야 정국이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꽂이 피었다.

그 기억이 떠오른 내 얼굴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툭치면 후두둑 떨어질 만큼.
정국이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미국에 가 살고 있었다.
그 기억을 잊을 만큼
그때 어디선가 익숙하고 여린 목소리가 둘려왔다
"누나 행복해?"
-휙
"..정국아"
"누나..ㅎ"
난 생각했다.
이건 꿈이야 내가 꿈을 꾸고 있구나
어느새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정국이는 다가와 안아주었다.
그저 등을 토닥여 주며
내가 어릴때 그에게 해줬던 것처럼

한참을 울고나니 마음속의 짐이 덜어진 기분이 들었다
어릴때 정국이에게 좀더 잘해줄걸.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을 읽은 듯 정국이는 말했다
"누나 어릴때 엄마랑 아빠 엄청 싸웠잖아"
"그때 난 누나 덕분에 행복하게 살았어"
"누나가 있어서 행복했었다?"
"그래서 누나가 정말 좋아"
"...누나가 없었으면.."

정국이의 아련한 표정만이 눈에 남았고 정신이 희미해졌다.
"...았어..사랑해"
중간 말을 듣지 못했지만 느낄수 있었다
정국이..괜찮구나..

그대로 울리는 휴대폰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아버지-
"...하아"
휴대폰 화면에 보이는 아버지 3글자와 함께 다시 현실로 돌아왔구나. 느꼈다
"여보세요"
"..여주야 니 통장에 1000 넣어놨다"
"도박같은거 한다고 우리 딸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
"..딸 고맙고 사랑해"
..나는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그저 세상이 나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구나라는 것을 느꼈을 뿐

-끝-
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