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장
악몽 혹은 현실
말랑공 씀.
*본 글은 현실과 무관합니다.
*본 글에 나오는 나라는 가상적인 나라로 작가의 픽션입니다.
***
낡아빠진 창문 틈새로 들려오는 군홧발 소리에 오금이 저려온다. 동생도 무서운 듯 가지고 놀던 곰인형을 제 품에 움켜쥐고는 내게 안긴다. 그 아이의 작고 여린 몸은 공포감에 질려 떨려오기 시작한다. 본인의 몸이 떨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 할 만큼 무서운 듯 보인다. 그러나 나는 그를 그저 토닥여 주며 괜찮다고 말해 줄 수밖에 없다. 내게는 부(富)도 없고 명예도 없으며 권력도 없고 무엇보다도 내게는 아니, 우리에게는 부(父)조차 없으니깐.
“누나……”
공포 서린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 아이의 손은 내 옷을 꼭 움켜쥔 채 옅게 떨리고 있다. 이런 어린 아이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해 줘야 할까. 어떻게 진정시켜 줘야 할까. 어머니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그제서야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아직 밖에 계시는 어머니가 문득 생각이 난다. 이런 전쟁통에 어머니는 밖에서 무얼 하고 계신 걸까. 어디 다치시진 않으셨을까. 괜찮으실까. 무사하신 걸까. 그렇게 내 머릿속이 어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차 있을 무렵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낡아빠진 창문이 산산조각이 나며 내 품에 안겨 있던 동생이 힘없이 축 늘어진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제대로 상황 파악이 되질 않아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다.
어쩌면 나는 이 현실을 악몽이라고 믿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누나…… 나 아파…… 뭔가… 막… 뜨거워……”
괴로워하며 헐떡이고 있는 동생에 멍하니 있던 정신이 차려진다. 나는 서둘러 동생의 상처를 확인하고는 더 이상 피를 흘리지 못 하게 두 손으로 압박해 준다. 그러나 내 손가락 사이로 동생의 검붉은 피가 쉴새 없이 울컥울컥 흐른다. 손에 화상을 입히듯 뜨거운 그 아이의 피가 그의 입에서도 흐른다. 장기가 파열된 듯 그 아이는 괴로워하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 한 채 무서운지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누나…… 나, 너무 무, 서워…… 죽고, 싶… 지 않아…”
“응… 더 이상 말하지 마… 제발…… 넌 안 죽어. 괜찮아. 그러니깐……”
“엄마가…… 너무 보고 싶, 어……”
그 아이의 숨이 완전히 멎는다. 아까까지만 해도 공포에 질려 덜덜 떨던 그 아이의 몸이 잠잠하다. 그 아이는… 내 동생은……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품에서 죽지 못 했다. 그저 힘없고 아무것도 못 하는 나약한 내 품에서 죽어갔을 뿐.
나는 동생의 피로 물든 손으로 그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누나인 내가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 했다는 죄책감이 온몸을 감돈다.
너를 따라 나도 죽고 싶다.
그 순간 군홧발 소리가 점점 커져오는 게 들린다. 내 동생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이겠지. 그 군인들이겠지. 나도 이젠 그들의 손에 죽겠지.
나는 그대로 눈을 감는다.
조금만 기다려 줘.
나도 곧 갈게.
…
…
“병장님!!”
“…”
“송골매 병장님!!!”
옥구슬이 굴러가듯 청량하지만 낮은 목소리,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감았던 눈을 서서히 뜬다. 그러자 내 눈앞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한 쪽 무릎만을 꿇은 채 내게 시선을 맞추고 있는 김석진이 보인다. 아무래도 쉬는시간에 나무 아래서 쉬다가 그대로 잠에 들었나 보다. 김석진은 나무에 기대어 앉아있는 내게로 시선을 맞추려 그런 자세를 취한 듯 보인다.
방금 그건… 꿈이었구나.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병장님. 혹시 악몽이라도 꾸셨습니까?”
“네가 상관할 일 아니야. 그보다 무슨 일이야?”
“김남준 대위님께서 찾으십니다.”
“…그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