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장
망각
말랑공 씀.
*본 글은 현실과 무관합니다.
*본 글에 나오는 나라는 가상적인 나라로 작가의 픽션입니다.
***
“대위님, 병장 송골매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상담실에서 기다리고 계시다는 김남준 대위님. 어떤 말을 하시려고 찾으신 걸까. 의문만 가득 품은 채 노크를 했다.
“그래. 들어와라.”
상담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김남준 대위님께서 나는 그 특유의 섬유유연제 향이 내 온몸을 덮쳤다. 이곳은 항상 흙 내음만이 풍겼는데, 화약의 냄새만이 감돌았는데, 신기하게도 김남준 대위님께서만큼은 부드러운 섬유유연제 향을 풍기셨다. 건조하기만한 향기가 김남준 대위님만을 만나면 향기롭고 부드러운 향기가 되곤 했다. 그리고 그때도, 피비린내만이 가득했던 그때도…
“왔니.”
김남준 대위님께선 왔냐는 말 한마디만 툭 던지시고는 뒷짐질을 하고 창문만을 바라본 채 서 계셨다.
“대위님. 절 찾으셨다고 김석진 상병한테 들었습니다.”
내 말에 김남준 대위님께선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어쩐지 말하기 망설이는 듯하다가 힘겹게 입을 여섰다.
“오늘… 동생 기일인데, 휴가 안 내도 되나?”
“……아…”
하나뿐이었던 남동생. 창문을 뚫고 날아오는 총알을 미처 대신 맞아 주지 못 하고 지켜주지도 못 한 채 보낸 동생. 오늘은 그 동생의 기일이자 어머니께서 실종되신 날이자 나 혼자 김남준 대위님께 구해진 날이다. 어쩐지 오늘 그때의 꿈을 왜 갑자기 꿨나 했다. 망각해버린 동생의 기일을 알려주기 위해서였구나.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몇 번 빼고는 동생의 묘에 가 본 적이 없다. 그저 포장마차에서 술만 들이켰을 뿐. 제대로 동생의 기일을 챙긴 적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날 알고 지내던 지인은 항상 그런 내게 의문을 품었다. 그렇게나 아끼던 동생인데 기일을 왜 챙기지 않냐며. 나는 그런 그들의 물음에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해왔다.
‘죄책감 때문에.’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때문에, 미안함 때문에 차마 동생의 묘 앞에 설 수가 없었다.
“휴가 안 내도 됩니다. 지금 휴전 상태인데, 적군이 언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데 휴가를 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혹시 몰라서 물어본 거다. 이만 가봐도 돼.”
격례를 한 뒤 나가려고 하자 김남준 대위님께서는 한 번 더 나를 부르시며 말을 덧붙였다.
“골매야.”
“병장 송골매. 무슨 일이십니까, 대위님.”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이제 짐 좀 내려놔도 돼.”
“…”
대위님께선 내게 무엇을 말하고 싶으셨던 걸까.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그 뜻도 모른 채 대답을 해버리곤 훈련장으로 향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