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회로

감정회로

처음 그녀를 만났던 건 단지 우연이였다.
둘도 없던 친한 조직원 딸의 참관수업을 잠시 갔던 것뿐인데··· 그랬는데.
거기서 부모로는 보이지 않는 어떤 한 여성을 봤다.
조직원에겐 딸이 수업을 잘 듣고있다고 전한 후.
그 여성에게 조금씩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난 후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는 그 여성에게 달려가 "서하 누나!"
그 여성의 이름은 서하인듯 했다. 다행히도 서하의 동생은 조직원의 딸과 친했던 탓에 그 여성에게 조금 다가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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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원의 딸 박서연와 놀던 이서하의 동생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아저씨는 서연이네 아빠세요?" 서하는 당황하며 동생을 말렸다. 내가 말을 꺼냈다. "아니··· 뭐, 아빠는 아니어도 아빠 같은 존재지. 그냥 내 친구의 딸인데, 그 친구가 조금 바빠서 내가 대신 온 거 뿐이야." 서연이는 자랑스러워하며 필요없는 말들을 꺼냈다.

 "저 아저씨 조직의 보스인데··· 엄청 멋지지? 김민규 아저씨라고, 심지어 아저씨치곤 나이도 젊어!" 서하의 동생인 이민정은 눈을 마치 작은 보석처럼 반짝이며 박서연과 계속 떠들어댔다. "아니 근데··· 나이는 어떻게 되셔? 젋어보이시는데! 저런 사람이랑 딱 하루라도 사귀면 좋을텐데···."

 그러자 박서연이 기겁을 하며 얘기했다. "아니, 기대도 하지 마! 저 아저씨 감정표현 하나도 못 해. 우리 아빠가 생긴 건 저래도 마음은 꽤 여리댔어. ··· 아마도? 아무튼, 저 사람은 고맙다는 말도 잘 못 하니까 사귀게 되도 사랑한단 말 하나 못 할 걸? 꿈 깨셔." 이민정은 실망해 몸을 축 늘어트렸다. 그 둘이 얘기하고 있던 사이, 김민규는 이서하와 작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름이 민규 씨구나···.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김민규가 차분히 대답했다. "올해로 스물여덟입니다. 서하씨는요?" 서하가 수줍게 웃으며 답했다. "올해도 스물입니다!" 김민규는 생각보다 어린 그녀의 나이에 놀랐지만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마음속으로 어리다고 생각한다. 어째선가··· 첫 만남에, 잠깐인데도 저 사람은 참 밝고 순수한 존재구나 생각한다. 옛날부터 조직일에 발을 담궜던 김민규는 상상도 못 할 순수함이였다. 세상엔 저런 밝은 사람도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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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만나고 김민규는 좀 달라진 듯 했다. 평소 웃지 않던 그가 그녀의 옆에 있으면 사춘기때 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피식피식 웃어댔고··· 그녀가 김민규의 삶에 들어온 순간부터, 돌아가지 않던 기계에 톱니바퀴 하나를 넣어 돌린 느낌이였다. 작은 시작으로 인해 이제 그 톱니바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그런 기계가 되고... 처음으로 타인에게 관심을 갖게됐다. 그게 그와 그녀의 첫 만남이였다.